메세타 고원이 좋았던 이유는 땅과 맞 닿은 하늘, 끝 없이 보이는 지평선이었는데 이제 그 메세타가 끝난다.

순례길을 걸을수록 태양은 뜨겁지만 습도는 없고 쾌적한 봄, 가을 날씨가 계속 이어져서 참 좋았다.

레온에 도착하고 아스토르가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카미노 후반부에 돌입한다.



칼자다 로마나. 로마인의 길.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 길로 지나갔다고 해서 로마인의 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배낭지고 걸어 가는데 황제는 전차를 타고 노예들과 병사들을 끌고 행진했겠지?



흙이 이렇게 깔린 길은 오래 걸어도 발이 별로 안아프고 푹신해서 참 좋다.

날씨 변덕이 심한 스페인 북부에서 비 한번 오지 않고 메세타 내내 걷기 정말 좋았다.



정말 좋아했던 풍경들. 

나중에 다시 오지 않는 한 이렇게 탁 트인 풍경 볼 일은 없을듯하다.



스페인 고속철도 렌페의 선로.

빌바오에서 레온을 거쳐 산티아고로 가겠지?? 슬슬 대도시가 가까워지는 신호인것 같다.



철길 옆에는 로마황제가 지나갔고 순례 여행자들이 수 없이 걸어가는 흙길.



황토길이 어느샌가 끝나고 평범한 흙길로 바뀐다.

그리고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만시야 도착 전 마지막 마을. 레리고스 초입

이 호빗들이 살 것 같은 집은 집이 아니라 와인 저장고.

저 안에 와인을 넣어두면 잘 숙성이 된다고한다.




여기 이 술집 와볼라고 만시야 성문으로 들어가는 길을 포기하고 4km 우회해서 레리고스로 왔다.

바 외관이 굉장히 독특하다.

아저씨도 굉장히 유쾌하심.



여기 주인 아저씨가 축덕이라서 온갖 국가대표팀 트레이닝복, 유니폼이 가득하다.

06-08 국대 트레이닝도 저기 걸려있고...

내가 입고 있던 10-12 트레이닝 보고 탐 내길래 옷 없어서 못 준다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덴다 ㅋㅋㅋㅋ


보카디요 하나, 맥주 한잔 시켰는데 서비스라고 하몽 한 접시를 줘서 신나게 먹어치움.

그리고 모든 카메라 배터리도 광탈.


만시야 벽돌로 지은 알베르게, 도로.... 동네 예뻣는데 사진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ㅠㅠㅠ






알베르게 5유로.

점심식사 5.50유로

식재료. 4.84 유로


총 15.34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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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짐 싸고 출발.




어느새 봄이다.

순례길 처음에는 날씨 한번 지독하더니 메세타 들어온 다음부터는 쾌청.




마을 나가는데 여기에 캠핑장 있더라..

그런거 없을 것 같이 생겼는데 신기해서 놀라고 캠핑하면 입 돌아갈 날씬데 캠핑하는 사람이 있어서 또 신기.



마을 외곽에는 성당 + 학교가 있다.

대학 순례자 여권을 신청했으면 동네마다 있는 대학교에서도 순례자 여권 도장을 따로 찍고 

대학 카미노 완주했다는 인증서도 따로 준다는데 난 그런거 몰랐으니 패스.





돌 위에 뭐라 뭐라 써놨는데 뭐 모르겠다.



메세타는 아무것도 없다.

먼저 가는 사람, 지평선, 나 끝




밭 한가운데 저건 뭘까.

화장실은 아닌것 같고 아직도 궁금하지만 굳이 찾아보기에는 귀찮아서 패스.



앞만 보이는 길만 쭉 따라가다보면..



오늘의 중간 휴식지가 등장.

순례길 초반에도 이렇게 적응이 잘 되어있었으면 훨씬 행복했을텐데...ㅠㅠ

이제는 18km 정도는 12시 딱 되면 거뜬하게 들어온다.



점심먹고 출발.

오늘 지나갈 마을들, 내일 지나갈 마을의 거리, 지명이 써있다.



이 귀퉁이를 돌면 나오는 오늘의 목적지는 마을에 아무것도 없고 성당기사단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알베르게 하나다.

이름은 심지어 '자크 드 모레이' 


근데 이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자기 이름 걸고 장사에 환장한 사람들 보면서 밥상 엎을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사꾼들은 참 별로다.


딱 절반 왔다.

이제 남은거리 395km.

어느새 나의 순례 여행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분기점까지 참 열심히 잘 왔다.


여기 온다고 뭔가 달라지거나 깨달음을 얻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일러두고 싶다.


우리는 배트맨 비긴즈의 부르스 웨인이 아니고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아니며 순례길도 수련의 장소는 아니다.

생각을 비우는것, 일상에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체험을 하는 생활 피정 정도면 모를까.

나처럼 애초에 머리 비우러 온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은 추억, 경험을 하고 갈 수는 있는 길이다.






맥주 1 유로

알베르게 10 유로

저녁식사 10유로

또 맥주 1.80유로



22.8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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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매일매일 체감하고있다.

이걸 어떻게 걸어가냐... 생각했던게 언제냐는 듯 이제는 배낭도 별로 안무겁고 가볍게 걸어가는 내 모습이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이거 운하라고 한다.

태어나서 이렇게 생긴 운하는 처음본다. 

물가라 그런지 습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물가를 끼고 걸어서 그런가??

오늘의 여정 첫 시작은 상쾌하게 시작했다.

땀도 별로 안나고 쾌적하고 좋네.




한국에서보다 더 빨리 만난 벚꽃. 전에 페로돈 언덕 근처에서는 살짝 필락 말락 했는데 여기서는 만개했다.

그런데 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걷다가 쏘이면 나만 고생. 나만 손해.



양떼다. 

나는 강원도 양떼 목장도 안가봐서 이렇게 양떼가 몰려있는걸 보고 참 신기했다.

순례길 와서는 이렇게나 자주보는 풍경인데 ㅋㅋ

땅이 넓어서 그런지 목축업을 참 많이 한다.



얘는 어디가 아픈건지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있었다.

매에 매에 거리면서 무리만 쳐다보는게 조금 안쓰럽다.



조금 더 걷다보니 붕붕 윙윙 소리가 엄청나게 들린다.

과수원인가??

위에도 썻지만 쏘이면 나만 아프고 손해니까 빠르게 지나간다.



프로미스타 마을 광장

광장 한가운데에 무료 와이파이 안테나 빵빵한게 세개나 잡혀서 놀랐다.

시간도 점심 먹을 시간이라 가방에서 주섬주섬 음식을 꺼내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잘 있다고 소식도 전하고 잠시 쉬어간다.

이제는 걷는것도 완전 적응되서 20km 정도는 12시~12시 30분이면 온다.




동네에 이런 뼈대만 남은 문 같은거 많던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순레길의 중반에 해당하는 메세타 지역은 흙길에 적당히 자갈을 깔아놔서 날씨 상관없이 걷기 참 좋다.

물론 나는 메세타 지역 내내 땡볕이라서 날씨가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갈라시아 지방에 들어가서 메세타의 자갈길이 많이 생각났다.

갈라시아 지방은 소똥과 진흙의 콜라보가 만드는 혼돈. 파괴. 망가의 길......



오후 1시 50분. 시에스타 10분전 카리온 데 로스콘테스 도착.




이 동네는 예전에는 굉장히 큰 동네였다고 한다.

수도원도 있고 산타 클라라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도 있고...

지금은 인구가 줄어 폐교됐지만 학교도 두개.


일단 알베르게 체크 인을 하고 쉬어야 하는데


스페인 단체 아저씨. 아줌마들이 등장. 나랑 같은 방에 체크인.

오늘도 푹 쉬는건 망했다.


이 사람들은 말이 많고 엄청 시끄럽고 코도 왕창 곤다.


험난한 내일이 될 것 같다.





이동 중 식비 4.50 유로

알베르게 5 유로

식비 8.67 유로


16.37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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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에 길을 나선다는 건 해가 뜨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내 등 뒤에서 해가 뜨는 걸 직접 느끼고 걷다가 잠시 멈춰 선 후, 해뜨는 걸 지켜봤다.

해 뜨는 걸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길에서는 방향을 절대 잃을 일이 없다.

아침에 길을 나섰을 때 해는 내 등뒤에 떠 있다가 잠시 왼쪽으로 갔다가 목적지에 도착 할 때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진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 내가 걷는 방향 모두 서쪽에서 동쪽. 길 잃어버릴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걷기만 하면 되는 참 편안한 길.




해가 뜨고 얼마 안되어 도착한 산 안톤 수도원.




포장도로가 수도원을 가로지르는 참 신기한 모양새였다.

내 기억 속 수도원은 항상 외부와 구별이 확실해서 세상과 동 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하고 피정을 가면 그 점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연결되어있으니 신기할 수 밖에.



방향 표시석에 저 십자가. 성물방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만들어서 파는 거라고 한다.

성당 기사단 관련된거였나? 뭐라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다녀오고 3년이나 지났으니 기억이 안날 법도 하고... 한번 더 가야하나??ㅋㅋ



산 안톤 수도원을 지나오고 나서 겁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저 산 위에 건물은 무엇이며 마을은 어째서 산 아래에 펼쳐져 있는건가...두둥...



걱정을 안고 들어간 마을은 생각보다 별 거 없는 전형적인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이다.

오래된 성당 있고 사람들 거의 안보이고 바에 들어가면 와이파이 터지고 도장 찍어주는 순례길 마을.



여기가 원래 이 동네 성당인데 너무 지은지 오래되서 시설물 낙후로 위험해서 바로 옆에 다른 성당을 지어서 쓰고 있다고 한다.

보수해서 박물관으로 만들던지 한다던데.... 못 알아들음 ^^



이제 다시 메세타의 시작이다.

아. 약간의 등산과 함께. 마을 밖에서 보던대로 압박감이 드는 산타기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슬슬 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오전에 적당한 이런 등산이라면 뭐.... 나쁘진 않다.




오늘도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

여기와서 좋은것 중 하나는 탁 트인 풍경 원 없이 보고 걸어다니는 일이다.

고도가 기본적으로 높은 스페인 북부여서 그런가??

내 시력이 좋아진게 아닐텐데 시야가 참 넓다. 그리고 맑아서 좋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찍어본 것 같다.

해가 너무 내리 쬐지만 않았다면 이거 찍을때 누워서 하늘 좀 보다 갔을텐데 오늘도 29.5km 걸어야하고 햇빛이 장난이 아니라서 패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내리막을 돌아서 나오면 이렇게 탁 트인 시야.

난 이렇게 멀리까지 보이는게 좋더라.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제는 힘들다는 생각도 그다지 안든다.

길 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걷는 일 밖에 안했는데 나는 이때가 너무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살다가 답답하거나 힘들었던 날에 잠이 들면 가끔 이때 걷던 풍경이 꿈에 나온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본 좋았던 풍경으로 아직 버티는것 같을때가 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거의 다 도착했을때 등장한 벤치와 비석.

팔렌시아주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럼 곧 순례길 위 마지막 대도시 레온이 나오겠지.

첫 날 피레네를 돌아갈때만 해도 막막했는데 어느새 절반 지점에 다 와간다.

메세타가 곧 끝날거라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좋다.

좋으면서 싫은 이 애매한 기분은 정말 길 말고 아무것도 없어서 그럴지도...



비석이나 유적에 낙서하는건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하는 건가보다. ㅋㅋㅋㅋ

여기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서 더 이상의 사진은 없고 일기만 남아있다.



이 날 알베르게에는 스페인 단체 일행이 들어왔는데 떠드는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가히 예술적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순례자 메뉴를 먹었는데 이 스페인 일행들 때문에 플러그가 모자라서 충전을 제대로 못해서 사진이 없다.



알베르게 4유로.

식사       9유로

음식       2,40유로

총 15.4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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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나가는 날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아침에 너무 힘들다.

첫 번째. 지난 밤 편안한 잠자리와 좋은 식사.

두 번째. 도시가 너무 커서 빠져가나는데 한두시간은 각오해야 한다는 점.



그래도 떠나는 이유는 목적지가 있으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동 트는 시간에 걸어나가는 느낌은...음.. 가끔 새벽미사 드리러 갈 때 느낌이랑 비슷한것 같다.

더 자고 싶은데 참고 가야하는것도 그렇고 막상 나가면 괜시리 좋은거?



부르고스가 안끝난다.... 너무 일찍 나와서 아침을 먹을만한 카페도 안열었고...마치 일요일 새벽 같은 분위기.




오전 10시쯤 타다죠스 도착. 대략 8km를 3시간만에 왔다.

역시 사람은 아무 생각을 안할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것 같다.

여기 카페에 들어가서 늦은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메세타를 향해 출발. 



메세타의 시작은 이 돌산을 걸어 올라가는것부터 시작이다.

비가 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 산은 비가오면 걸어 올라가기가 참 힘들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쨍한 날씨가 좋다.

근데 원래 스페인 북부에 독수리가 사나??


산 올라가는데 뻥 안치고 엄청 큰 독수리? 같은 맹금류 들이 막 떼 지어서 날아다니느데 솔직히 조금 지릴뻔..ㄷㄷ



메세타 걷는 사람들은 이 나무 꼭 찍길래 나도 찍어봤다.

이 넓은 고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혼자 걷는 나랑 처지가 참 비슷한것 같아서 많이 외로워 보였다.



쟤는 몇 살이나 된 나무일까. 언제부터 혼자 있었을까.



순례길을 떠나면서 걷는 중에는 동행 없이 혼자 걷기로 다짐했었다.

여러가지 일로 마음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내 버킷리스트 속 순례길은 꼭 혼자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힘든 길이라는건 수 많은 검색과 자료 수집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기 위해 생장에서부터 매일 묵주 기도를 올리면서 걸었다.

물론 각자의 카미노는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옳다는건 없다.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그 때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왁자지껄하게 걸어보고 싶다.



길 옆에는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색이 될지 궁금하게 생긴 흙이 쫙 깔려있다.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기간, 엄밀히 말하면 겨울 카미노의 끝자락이라서 이렇게 쓸쓸한 풍경밖에 못 보는데 부활절 이후에 메세타 고원 양 옆에는 유채꽃밭이라고 한다.

나 자체가 그렇게 밝고 예쁜 사람은 아니라서 이것도 뭐 나쁘진 않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음... 두 시간 더 가면 저기 도착하겠구나.



그리고 정확히 1시간 52분 뒤 도착.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은 점심 먹고 쉬어가기 딱 좋은 시간.




날씨가 상쾌하게 좋아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무 벤치에나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쉬는것도 참 좋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늘을 본 적도 없고 봐도 고층 건물, 교회 십자가, 전봇대, 전선 등 그냥 보기에 좋은 풍경은 아니라서 잘 보지도 않았었지.



이제 다시 출발이다.

하루종일 이런 풍경들만 바라보니까 잡 생각도 많이 안들고 잡 생각이 없으니까 마음이 참 평화로웠다.

순례길 끝나고 한국가서도 이 마음가짐으로 살면 참 좋겠지만... 그럴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오늘의 목적지가 슬슬 보일 때도 되었는데 노란 화살표도 안보이고 계속 같은 길만 펼쳐진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뱀의 길 같다. 

오늘 목적지 도착하면 계왕님 만나서 원기옥 배우는건가...? 

슬슬 지쳐가고 어딘지도 모르겠는 와중에 뻘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음... 여기서도 앞에 마을 같은건 안보이니 오늘은 틀렸구나...

잡 생각은 관두고 묵주기도나 더 하면서 걷기로 하는데 뒤에서 나한테 말을 건다.

키가 크고 마른 금발 청년이 내 묵주를 보고 이거 로사리오냐고 묻는거 같긴 한데 이 친구 말이 독특하다.

처음 들어본 억센 억양. 영어도 안되고 저 친구가 하는 이탈리아 말은 내가 모르고 스페인어는 둘 다 모르고..

서로 어설픈 영어와 몸짓을 섞은 우리의 괴이한 10분간 대화 속에서 서로 알게 된 건 둘 다 카톨릭 신자고

둘 다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걷고 있고 폴란드 사람, 한국 사람이라는것. 


서로 부엔 카미노를 외쳐주고 폴란드 청년은 빠르게 나는 천천히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다시 걷는다.



윈도우 배경화면 같다.

경치 하나는 진짜 예술인것 같다. 새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풀 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참 좋다.



진짜 이쯤에서 오늘 목적지가 나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보여서 큰일났다. 나 진짜 어떡하지??

여기서 노숙하는건 안되는데..... 절망감이 들기 시작하던 이 때 한걸음 더 앞으로 내딛어보니.




이렇게 언덕아래에 숨겨진 오늘의 목적지 온타나스가 거짓말 같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쫓다가 진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이 황량한 고원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다니!!!




기쁜 마음에 알베르게를 향하여 걸어간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부터 하고 찬 물에 발을 담근 채 맥주 한캔을 마시고 내일을 향해 휴식.





알베르게 5유로

식재료 7.80 유로

맥주 1.30 유로

커피 1.20 유로

물    0.60 유로

총 15.90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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