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날씨가 좋았다.

아침엔 좋다고 신나게 나왔는데 해가 머리위에 수직으로 올라간 후에 깨달았다.

내 선크림은 10,000 km 떨어진 서울 내 방 책상위에 있다는걸. 

(결국 선글라스 제외한 얼굴 부분이 다 익었다. ㄱ-..) 



(근린공원 아니다. 팜플로냐 대학 캠퍼스와 시 외곽 도로 연결되는 길이다.)


불과 어제 밤 까지 늦가을~초겨울 사이 같던 날씨가 오늘은 봄이다.

팜플로냐에서 카미노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데 프랑스길에서 만날 수 있는 첫번째 대도시라 버스도 구하기 쉽고 첫 날부터 산을 넘으면서 순례를 시작하는것보단 여기서 하는게 더 쉬워서 그렇다고 한다.




캠퍼스 외곽을 가로지르는 이 길을 따라가면 도로가 나오는데 30분 정도 걸어가면 위성도시면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사수르 메노르'가 나온다. 

어딜가나 대도시 외곽에는 부자들끼리 모여사는 부촌이 꼭 있나보다.



사수르 메노르 끝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걸어 가야 할 방향을 봤다.

저 산인지 언덕인지를 오르면 '알토 데 페로돈', 우리 말로 하면 '용서의 고개' 가 나온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걷는다.

앞, 뒤로 아무도 없이 나 혼자기 때문에 내 발자국 소리 말고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환한 대낮에 저렇게 맑은 하늘만 보면서 걸어봤던 기억이 있었나??



넓은 길이 끝나고 길이 좁아지면서 경사도 올라가기 시작한다.



좁은 길을 올라가면 아스팔트 도로와 교차하는 길을 만나는데 이 곳은 샤를마뉴 대제의 기독교 군대가 

무슬림 군대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곳 근처라고 한다.

여기서 아홉 기사 중 으뜸이었다는 롤랑도 전사하고 샤를마뉴 대제는 결국 왔던 길 그대로 퇴각을 했다는 이야기.



언덕을 또 오르다 보면 길이 자갈로 바뀌고 풍력 발전기가 서 있는 산 능선이 시야에 잡힌다.

풍력발전기가 있다는 건 바람도 강하다는 뜻인데 옆에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꽤 좋다.

페로돈 언덕에 거의 다 도착한것 같다.



언덕에 올라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봤다.

오늘 지나쳤던 작은 마을들, 사수르 메노르, 팜플로냐,저 멀리 끝에는 눈 덮힌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설마 피레네 능선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피레네 능선이 맞다고 한다. 

'괜히 산맥이라고 부르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해발 750m 알토 데 페로돈(Alto de perdon.) 용서의 언덕.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

모든 순례자들은 고향에 남아있는 자기가 상처를 준, 혹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바람이 강한 고개를 오르며 용서해야 한다는 뜻이랜다.(옆에서 말해준건데 영어가 짧아서 대충 저렇게 밖에 못 알아들음..ㅠㅠ)




언덕위에는 철로 만들어진 순례자 조형, 저 무너진 건물 잔해 같은 건물 외벽, 내리막길과 이정표 하나만 있다.

그리고 바람으로 따귀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분다.




떠나온 곳과 가야 할 곳이 표시된 이정표.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가는 중이다.



내려가기 전 언덕에 걸터앉아 잠시 쉬는데 언덕에 누가 두었는지 모를 꽃이 한 무더기가 놓여있다.

누가 일부러 심은 꽃은 절대 아닐테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고 경사가 급해서 확인하러 내려가지는 않았다.



내려 갈 채비 끝내고 의미없는 그림자 사진.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 

높은데서 보니까 저 멀리 끝에 오늘 갈 곳이 보이기는 한다.

순례자의 길은 기본적으로 고도가 높은 스페인 북부다. 

여기에 산까지 올라왔으면 시야가 매우 넓어진다.

즉, 보이는 거리는 실제보다 훨씬 멀다. 

그래서 3시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비탈길을 거의 다 내려간 후 나온 휴식장소. 성모상이 서 있다.



성모상 옆에는 뜻 밖의 벚꽃이 펴 있었다.

귀국하면 4월 중순이라 한국은 이미 다 졌을테고 스페인 와서는 눈보라 몇 번 얻어맞고 이런건 못 볼 줄 알았다.

어제까지는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봄. 참 신기한 체험이다.

(나중엔 하루에 가을, 여름, 봄, 겨울 순서로 4계절 다 체험 함)




아직 내 몸은 배낭에 적응이 덜 되어서 750m 고개를 넘고 나니 체력이 딸린다.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는 늦어졌고 시에스타에 막 접어들었을때 오바노스에 도착했다.

오바노스 광장에 있는 이 성당에 야고보 상이 있다는데 시에스타라 그런거 없다 문 걸어 잠궜다.

이미 배고파서 눈에 뵈는게 없기 때문에 강행돌파다.(좀 더 일찍 와서 저 성당을 둘러 봤어야 했다. ㅠㅠ..)



오바노스 광장, 가운데 있는 우물은 말라 있었고 거미줄만 가득했다.

사진이 전체적으로 쨍~ 한데 이건 카메라 성능이나 화이트 벨런스 문제가 아니라 햇살이 저 정도로 강하다.

스페인이 괜히 '태양의 나라' 라 불렸던게 아니며 대낮에 공무원이고 뭐고 2시간이나 낮잠자는 시에스타가 있는것도 이해가 갈 정도로 햇빛 하나만큼은 기가막히게 뜨겁다.



햇빛은 뜨겁고 배는 고프고 반쯤 혼이 나간채로 푸엔테 라 레이나 도착!

마을 입구에 알베르게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대충 씻고 나니까 좀 살것 같았다.


 

그래서 저녁 먹기 전까지는 시간도 좀 남아서 알베르게에서 가까운 카페를 가봤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비싼데 여기서는 저거 1유로다. 1,500원. 심지어 그란데 사이즈로 시켜도 놀라운 가격 1.10 유로. 


저녁식사는 알베르게에 다른 순례자들 더 들어오고 나서 다 같이 파스타 해 먹고 스크럼블 에그 해 먹고..

마무리는 롸끈하게 와인 + 맥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




물, 음료            - 2.10 유로.

물, 맥주, 초콜렛 - 2.10 유로

알베르게           - 5 유로

커피                 -1.10 유로

저녁, 다음 날 아침, 점심 준비 - 2,70 유로


총 13.0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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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걸까. 

전 날 저녁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는데 새벽 내내 눈이 왔다.




아침 7시.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앞.

저게 발자국만 찍혀서 얼마나 눈이 왔는지 체감이 어려운데 성인남자 종아리 3분의 1정도.

대략 15cm 정도 왔다고 보면 된다.



-크리스가 따봉을 하고있다. 


아침에 짐 싸는 중. 알베르게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침실에는 침대만 있는 도미토리, 하숙집처럼 공용 세탁기와 주방이 있는 구성.

공용 세탁기는 돈 내고 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샤워하면서 같이 손 빨래. 내 옷들은 나잌히 드라이핏 종류가 대부분이라 빨면 4시간이면 마른다. 덕분에 카미노 내내 빨래 안마르는 걱정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록적인 3월 폭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동네 제설시스템은 상당히 신속해서 도로변이나 마을 제설은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완료.

우리나라였으면 쓸데없는 공무원 비상대기와 지지부진 제설로 출근길 헬게이트가 열리겠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 남은거리 790km.

부산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거리. 이 때만해도 저걸 언제 다 걸어나가 싶었다.
스페인으로 넘어와서 본격적인 시작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저 표지판 앞에서 사진 촬영 파티(?)가 벌어졌다.





론세스바예스를 뒤로하고 눈 덮...아니 제설이 끝났지만 20분 사이에 눈이 저만큼 쌓인 길을 걸어간다.

가끔 눈 알갱이가 얼굴에 맞을때가 있는데 따갑다. 우리나라 겨울은 기온만 낮지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변을 걷다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저 폭설을 뚫고 산을 넘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눈은 계속 온다.

겨울 산길도 뭐 운치있지. 우리나라에서는 눈 오면 절대 안나가니까. 라고 위안 삼으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배낭 레인커버는 이런 기후 속에서 잠시 쉴 때 이렇게 또 하나의 기능을 발휘한다.




걷기 시작한지 3시간 반. 아우리스베리 성당에서 잠시 쉬다 간다.

날씨는 눈 오다 바람불다 개었다가 눈오다 반복. 옷, 양말. 신발은 이미 젖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농장지대를 지나 야산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이정표가 보인다.

일단 오늘의 목적지는 주비리.





그 지겹던 눈이 어느새 멎었고 빠르게 녹기 시작한다.

바닥은 진흙탕 반, 눈 반, 살얼음 약간. 그래도 눈폭풍 보다는 이게 낫다.




해발 900미터. 알토 데 메스키리스. 오늘 일정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스키장 슬로프 정상에 올라간 것 같은 쾌감. 산 봉우리와 마을들이 발 밑으로 보인다.



얼마나 또 걸었을까. 오후 1시 30분경, 주비리까지 6.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걸어보니 10km 넘게 걸리더라.

스페인 놈들. 거리 감각이 용산 전자상가에서 물건 값 마음대로 부르는 수준이다.

사실상 10km 라던지... 걸어보니 1km가 4km...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그렇듯 ookm 남았다고 써있고 그 보다 적은 경우는 없었다. ㄱ-




6.9km 라며!! 망할 스페인 놈들!! 을 되뇌며 걷다가 마주한 도로. 

저 트럭은 뭘까? 해서 봤더니 순례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물과 음료. 빵 등을 파는 트럭이었다.

물론 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패스.



나중에 또 다루겠지만 이 동네는 이렇게 로마시절 유적부터 오래된 유적지, 건물 등이 길에 아무렇게 널부려져 있다.

'벤타 델 푸에르토' 라고는 하는데 스페인어는 간단한 인사와 음식이름밖에 보르는 관계로 더 이상 뭔지 알 수 없음.



급 내리막길과 진흙탕의 압박을 견디다 보니 나오는 마을.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의 도착 예정지 주비리 도착. 요시 그란도 시즌!!

마을로 들어가는 이 다리의 이름은 '라비아 다리' 'Rabia' 라는 단어는 공수병을 뜻 하는데 이 병에 걸린 동물을 

데리고 저 가운데 아치 주변을 세 번 돌면 병이 완치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주비리로 들어왔는데 시에스타(스페인 낮 잠 시간. 이 시간엔 공무원들도 사라짐)에 걸렸다.

공립 알베르게는 부활절 전에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

사립 알베르게는 가격이 1.5배 정도 비싸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 그냥 더 가기로 결정.

아직 몸이 카미노에 적응하지 않아서 체력은 이미 고갈되있는 상태였다.




라라소니아 가는 도중 쉬는데 길냥이들이 몰려온다.

먹을거라도 주는 줄 알고 왔나본데... 없다. 있으면 내가 먹지....고양이조차 외면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마저 공립 알베르게가 닫았거나 숙박시설이 없으면 끝장이다.

원래 일정보다 5km 조금 넘게 더 걸어서 도착한 라라소니아.




다행스럽게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크리스. 줄리오. 줄리안. 윌리안. 디에고. 생장에서부터 같이 온 사람들은 이미 다 와 있었다.

자기들은 이미 도착해서 씻고 빨래 끝내고 쉬고 있었으면서 1시간 반 늦게 온 나보고 대단하다고 해줘서 뻘쭘했다.

암튼 씻고 저녁 먹을 준비. 이 날 식사는 다 함께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줄리오가 나서서 만들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만드는 파스타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그냥 양만 많았다.

간이 안맛길래 파스타면 따로 얻어서 고추장으로 비빈게 훨씬 맛있었다는게 유머.

고추장을 보고 신기해 하던 크리스는 고추장 파스타가 맛있다고 했지만 크리스에 낚여서 한 입씩 먹어 본 다른 사람들은 테러블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베르게 벽에 붙어있던 프랑스 길 위의 마을들과 랜드마크를 그려놓은 그림.

언제 저 끝까지 가려나??




알베르게 6유로.

식료품    9유로.

15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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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과 몇 시간 전 이 곳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비가 너무 많이 퍼 부어서 내일 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꼬이는건가? 이런 생각과 함께 낯선이들과 첫 알베르게에서 자느라 뒤척....이진 않았고 잘 잤다.

파리에서 걸렸던 감기와 초겨울 같은 피레네 아랫 공기 덕에 컨디션은 영....


전 날 순례자 사무실에서 만들었던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과 론세스바에스까지의 지도를 다시 한 번 체크한다.

(사진에서 지도 보고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 어제 밤에 같이 생장에 도착한 나의 첫 순례 친구들 중 한명이다.)


지난 밤 피레네에 또 폭설이 왔다고 한다. 적설량은 2미터. 산을 넘는건 위험하니 피레네를 넘는 '나폴레옹 루트' 대신 '발 카를로스 루트' 로 우회하라고 순례자 사무실에서 이야기한다.

피레네를 꼭 넘고 싶었는데 발 카를로스 루트가 더 오래된 루트고 눈 산에 파묻히긴 싫으니 그냥 우회하기로 결정.




카미노 데 프랑세스의 시작 점이기도 한 생장은 마을 곳곳에 이렇게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 표식이 바닥에 붙어있다. 앞으로의 일정 중 대도시에서 이와 같은 바닥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생장을 떠나기전에 기념사진 한 컷....근데 유럽애들 사진 더럽게 못 찍어준다. 쳇 ㄱ- 



저 이정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피레네 산맥, 오른쪽으로 돌면 발 카를로스 길.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피레네만 넘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장 구 시가지 성벽을 따라 돌담길로, 돌담길에서 순례자의 길로.

아직 이 곳은 프랑스라 프랑스어로 표지판이 써 있다.




도로를 끼고 잠깐 걷다보면 솔뫼성지를 가던 길과 비슷한 시골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날씨는 비가오다가 눈이오다가 해가 뜨다가.....정말 거지 같다.

하지만 공기는 굉장히 맑고 상쾌하다. 





얕은 오르막으로 이어진 시골길을 계속 걷는다. 높게만 보이던 피레네 산 능선과 눈높이가 점점 맞아간다.

식수대 앞에 발 카를로스 고개가 끝났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발 카를로스 고개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늘마뉴 대제가 무어인들의 나라로 불리던 당시 스페인을 정벌하기 위해 아홉 기사들과 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했던 길인 동시에 전투에서 패배하고 가장 아끼던 기사 롤랑을 잃고 초라하게 퇴각하기도 한 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애들이 마음놓고 돌아다니고 있다. ㄱ-




보고 흠칫 놀랐다.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허수아비.... 심약한 사람은 혼자 다니다 이거보고 기절할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1시간을 더 걸어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발카를로스 고개만 넘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는 피레네를 빙~ 돌아왔던거고 이제 이바네바 고개라고 해발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늘 이미 20km 넘게 걸은지라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걸어야지. 발 카를로스 루트에서'Vante' 라는 국경마을 식료품 매장 이후에는 물도 가게도 아무것도 없다. 이바네바 고개의 압박이 굉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배낭 무게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물을 충분히 사야한다.




이바네바 고개 거의 다 올라간 후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다 떨어졌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건지 눈 폭풍이 시작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안보태고 앞이 안보인다. 

사람 두명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산길, 옆은 낭떠러지. 시야는 폭설. 

발 한번 잘못 디뎌서 스틱 한쪽이 여기서 부러졌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40분 정도 가만히 앉아있으니 눈이 그친다. 이거 한 장 찍고 바로 이동.

사진에서 보듯 또 언제 퍼부을지 몰라서 급했다. 그래서 이 날 더 이상의 사진은 없다.

고개를 내려와 도로와 합류. 1시간을 더 걸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오후 4시. 론세스 바예스 도착.

참 힘들었던 카미노 신고식이었다.

크레덴시알에 세요를 찍고 전 날 늦게 도착해서 못 챙겼던 콘차(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를 하나 샀다.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의 저녁미사.

나바라 왕국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보좌신부님이 겨울 순례자들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이라며 와인을 내주었다.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가 스페인어, 영어를 다 구사하기 때문에 수도원에 있는 나바라 왕국 박물관 투어(원래는 유료)와 수도원 투어를 들을 수 있었다.


내일은 좋은 날씨가 되길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하지만 다음 날 영 좋지 못한 날씨가.....ㄱ-)





vante 식료품 5유로.

알베르게 6유로

콘차 2.5유로


총 13.5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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