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덕분에 잠이 꺳다.

나는 원래 산티아고 대성당 5km 앞에 있는 몬테 데 고소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군중심리의 영향인지 지금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난 김에 출발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화살표를 따라서 걷지 않는다.

우비도 안쓸거고 트래킹화도 더 안신는다.

배낭도 더는 필요가 없으며 침낭도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산티아고 공항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오솔길 옆에는 큰 차들이 달리는 대로변이다.

숲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랜턴 없이는 걷지 못하는 상황인데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새벽 5시 반, 출발한지 한시간 만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화살표와 마찬가지로 걸으면서 내 등뒤로 해가 뜨는걸 보는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바코야 입구.

여기가 산티아고 전 마지막 마을이다.



새벽부터 나온 탓에 배가 너무 고파서 라바코야 마을의 바에서 아침을 먹는다.

너무 일찍이라서 안열면 어쩌나 했는데 최종 목적지 이전 마지막 마을이다 보니 새벽부터 가게가 열려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침 7시 반.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7km. 해는 이제서야 다 떳다.

다음은 몬테 데 고소, 산티아고 시내가 보이는 산이며 마지막 목적지를 앞 둔 순례자들이 눈에 보이는 산티아고 대성당과 시내를 보며 기쁨에 가득차는 언덕이라 '기쁨의 언덕' 이라는 뜻의 몬테 데 고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어제까지 나를 힘들게 하던 날씨는 그 동안의 고생에 보답해주듯 맑았다.

(원래 예정대로 몬테 데 고소에서 하루 머물고 갔으면 산티아고에 비 쫄딱 맞고 갈 뻔했다.)



저 사진 끝의 오르막길만 올라가면 남은 거리는 5km.



몬테 데 고소 입구



몬테 데 고소. 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기념 탑.



스페인 학생들은 여기서 단체사진 한번 찍고 아침 식사를 하더라.

여기서 어제 같이 저녁식사를 했던 일행들과 합류했다.

'이제까지 혼자 걸었으면 마지막엔 친구와 함께있는게 좋을것 같으니까 같이 가자' 라는 말에 뭐가 그렇게 감정이 동했는지 모르겠다.

알베르게에서는 몰라도 걸을때는 혼자 걷는걸 왜 그렇게 고수했는지도 목적지가 눈에 보이는 지금은 왜 그랬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달 동안 수 많은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제 더 이상의 오르막은 없고 이 내리막길을 걸어가면 끝이다.



언덕을 거의 다 내려갈 때 나오는 몬테 데 고소 알베르게.

병영을 개조한 시설이고 침대 500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파라도르 선착순 10인 레이스를 할 작정이라면 여기서 자고 새벽에 출발하면 될 것 같다.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입구.

생장에서 저 표지를 보고 걷기 시작한지 딱 31일만이다.



산티아고는 도착했지만 걷는게 끝은 아니다.

여기서 대성당까지 3km를 걸어야한다.



신시가지를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오고 구시가지에 있는 산티아고 대학교



그 앞에는 공사중인 산티아고 대성당의 탑이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하면 오브라이도 광장. 그 앞에는



이 여행의 목적지가 서 있다.



오브라이도 광장은 순례자들, 관광객들, 순례자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사람들도 여기서 다 만날 수 있다.

한 30명 정도 인사한거 같다.

한국에서도 한번에 30명 정도랑 인사 할 일이 거의 없는데 강제 인싸행.



잠시 후 엄청 시끄러운 노래소리 들리더니 얘네들도 왔다.

얘네들 담임선생님이 12시 대성당 미사때 자기들은 맨 앞에서 미사 드리기로 되어있는데 내 일행들도 같이 들어갈 수 있게 말해뒀다고 한다.

덕분에 나름 제한구역에서 미사 드릴 수 있게 됐다. 야호.

(유럽의 고성당들은 제대 바로 앞은 통제구역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산티아고 대성당의 향로미사는 순례자가 많거나 누군가 기부를 해야만 된다. 즉, 수학여행 = 단체이며 학교에서 기부 + 학생들 견학목적으로 통제구역 개방 = 얻어걸린 나는 개꿀)



성당 후문, 야고보 축일 7월 25일이 주일에 겹치는 산티아고 성년과 부활, 성탄절 외에는 정문이 닫혀있어 

여기로만 들어갈 수 있고 덕분에 사람이 왕창 몰려있는데 여기서도 인사 릴레이하느라 정신없었다.




인증서 받으러 가는데 그 짧은거리 한번 오래도록 갔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는 대성당 후문쪽으로 가면 바로 보인다.



순례자 인증서 받고 다시 대성당 앞으로.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은 곧 알 수 없는 먹먹함으로 바뀐다.

순례를 완주하더라도 나한테 변하는건 없다는 걸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사실 알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걸어가면서 이 여행의 끝은 산티아고 대성당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집이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33번지 순례자 사무소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산티아고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기쁨이 되었다. 그래서 이 곳에 슬픔을 가지고 도착한 사람들도 기쁨을 가지고 돌아간다" 


사실 진짜 순례는 목적지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남이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이런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순례의 목적지가 무엇인지는 걷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테니까 여기에 쭉 썻다가 지워버렸다.

각자 걸으면서,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건 도착한 곳에서 돌이켜 보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다.



성당은 생각보다 어수선해서 별로였는데 탁 트인 오브라이도 광장은 좋았다.



아무튼 나의 첫번째 순례길은 끝났다.

대성당 향로미사가 끝나는 순간부터 관광객 모드로 들어가서 조금만 놀다가 집에 가야겠다.


이 길을 걷고있는, 앞으로 걷게 될 세상의 모든 순례자들에게 Buen Camino!.



그런데...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런 기분이라서 미사시간까지 3시간 남았으니까 가볍게 한잔만 하기로... 

그러나 가볍게 한잔은 마냥 가볍지는 않았는데...


-글 재주가 개미 발톱만큼도 없는 사람의 순례길 여행기는 끝.

 이제 2014년 4월 2일의 주정뱅이와 피스테라의 순례길 에필로그가 남았음.

 게을러서 햇수로 5년이나 이걸 올리고 앉아있는 내가 참 웃긴다.ㅋㅋㅋㅋㅋㅋㅋ

 망한 연재니까 다시 제대로 연재하기 위해서 조만간 다시 가보겠습니다. 


그래서 끝난 줄 알았는데 Part2에서 이어짐.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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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과 몇 시간 전 이 곳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비가 너무 많이 퍼 부어서 내일 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꼬이는건가? 이런 생각과 함께 낯선이들과 첫 알베르게에서 자느라 뒤척....이진 않았고 잘 잤다.

파리에서 걸렸던 감기와 초겨울 같은 피레네 아랫 공기 덕에 컨디션은 영....


전 날 순례자 사무실에서 만들었던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과 론세스바에스까지의 지도를 다시 한 번 체크한다.

(사진에서 지도 보고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 어제 밤에 같이 생장에 도착한 나의 첫 순례 친구들 중 한명이다.)


지난 밤 피레네에 또 폭설이 왔다고 한다. 적설량은 2미터. 산을 넘는건 위험하니 피레네를 넘는 '나폴레옹 루트' 대신 '발 카를로스 루트' 로 우회하라고 순례자 사무실에서 이야기한다.

피레네를 꼭 넘고 싶었는데 발 카를로스 루트가 더 오래된 루트고 눈 산에 파묻히긴 싫으니 그냥 우회하기로 결정.




카미노 데 프랑세스의 시작 점이기도 한 생장은 마을 곳곳에 이렇게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 표식이 바닥에 붙어있다. 앞으로의 일정 중 대도시에서 이와 같은 바닥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생장을 떠나기전에 기념사진 한 컷....근데 유럽애들 사진 더럽게 못 찍어준다. 쳇 ㄱ- 



저 이정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피레네 산맥, 오른쪽으로 돌면 발 카를로스 길.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피레네만 넘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장 구 시가지 성벽을 따라 돌담길로, 돌담길에서 순례자의 길로.

아직 이 곳은 프랑스라 프랑스어로 표지판이 써 있다.




도로를 끼고 잠깐 걷다보면 솔뫼성지를 가던 길과 비슷한 시골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날씨는 비가오다가 눈이오다가 해가 뜨다가.....정말 거지 같다.

하지만 공기는 굉장히 맑고 상쾌하다. 





얕은 오르막으로 이어진 시골길을 계속 걷는다. 높게만 보이던 피레네 산 능선과 눈높이가 점점 맞아간다.

식수대 앞에 발 카를로스 고개가 끝났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발 카를로스 고개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늘마뉴 대제가 무어인들의 나라로 불리던 당시 스페인을 정벌하기 위해 아홉 기사들과 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했던 길인 동시에 전투에서 패배하고 가장 아끼던 기사 롤랑을 잃고 초라하게 퇴각하기도 한 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애들이 마음놓고 돌아다니고 있다. ㄱ-




보고 흠칫 놀랐다.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허수아비.... 심약한 사람은 혼자 다니다 이거보고 기절할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1시간을 더 걸어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발카를로스 고개만 넘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는 피레네를 빙~ 돌아왔던거고 이제 이바네바 고개라고 해발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늘 이미 20km 넘게 걸은지라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걸어야지. 발 카를로스 루트에서'Vante' 라는 국경마을 식료품 매장 이후에는 물도 가게도 아무것도 없다. 이바네바 고개의 압박이 굉장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배낭 무게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물을 충분히 사야한다.




이바네바 고개 거의 다 올라간 후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다 떨어졌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건지 눈 폭풍이 시작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안보태고 앞이 안보인다. 

사람 두명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산길, 옆은 낭떠러지. 시야는 폭설. 

발 한번 잘못 디뎌서 스틱 한쪽이 여기서 부러졌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40분 정도 가만히 앉아있으니 눈이 그친다. 이거 한 장 찍고 바로 이동.

사진에서 보듯 또 언제 퍼부을지 몰라서 급했다. 그래서 이 날 더 이상의 사진은 없다.

고개를 내려와 도로와 합류. 1시간을 더 걸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오후 4시. 론세스 바예스 도착.

참 힘들었던 카미노 신고식이었다.

크레덴시알에 세요를 찍고 전 날 늦게 도착해서 못 챙겼던 콘차(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를 하나 샀다.



론세스바예스 수도원의 저녁미사.

나바라 왕국의 왕이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보좌신부님이 겨울 순례자들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이라며 와인을 내주었다.

이탈리아 아저씨 줄리오가 스페인어, 영어를 다 구사하기 때문에 수도원에 있는 나바라 왕국 박물관 투어(원래는 유료)와 수도원 투어를 들을 수 있었다.


내일은 좋은 날씨가 되길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하지만 다음 날 영 좋지 못한 날씨가.....ㄱ-)





vante 식료품 5유로.

알베르게 6유로

콘차 2.5유로


총 13.5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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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일요일. 유럽은 밤에 더럽게 춥다. 한국에서도 안걸리는 감기를 여기서 하루밤만에 걸릴줄은 몰랐다.

오늘 드디어 생장으로 간다. TGV 열차시간은 2시 30분, 노트르담 대성당 미사시간은 12시 45분. 이렇게 된 이상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간다.






세느강을 끼고 살짝 돌아서 직진.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170년 동안 지어진 성당답게 4면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는 그 유명한 잔 다르크 동상이 있다.

잔 다르크가 화형당하기 전 마녀로 재판받은 장소도 이 곳 노트르담 대성당, 후에 성녀로 인정받은 곳도 이 곳.

마녀로 몰렸던 곳에서 성녀로 인정받아 동상이 서있다니 아이러니하다.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제대 뒤로 돌아가면 성가대 자리 뒤에 저렇게 열 두 제자의 부조가 새겨져 있다. 

스페인에서 보게 될 대성당들의 구조도 노트르담과 유사했고 미사 중에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점 등등

다소 산만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정문 앞에 있는 '뽀앵제로' 이걸 밟으면 파리에 다시 오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난 전설따윈 믿지 않지만 지긋이 밟아본다.

TGV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허겁지겁 몽파르나스 역으로 간다.

파리 지하철은 참 좋은게 도시가 작아서 역 간의 이동시간이 엄청 짧다. 

생각보다 빠르게 몽파르나스역 도착. 


몽파르나스역은 우리나라 용산역과 비슷하기도 하고 인도 기차역..-_- 과 비슷하기도 하다. 

한 마디로 번잡스러움의 최고봉을 달린다고 보면 된다.

안내방송도 프랑스어로만 나오고 열차 탑승 플랫폼이 30~40분 전에 전광판에 뜨는데 엄청나게 사람 많다.

정신 차리고 플랫폼 뜨자마자 이동해도 탑승해서 내 자리에 앉는데 최소 15분은 걸린다.


무사히 탑승하고 아스피린 먹고 잔다.

피레네 근처에 스키장이 있는지 스키나 보드를 들고 타는 가족단위 여행객도 많다.

7시간 정도 달려서 바욘 역으로 도착.



바욘역에는 비가 온다.

이 곳은 카미노 데 노르테, 북쪽길과 카미노 데 프랑세스의 마지막 갈림길이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노숙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날씨가 생각보다 춥다.

바욘역에서 나와 비슷한 배낭을 진 사람들이 모인다. 

물론 서로 한번 쓱 쳐다보고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는데 나는 멍 때렸다.



한시간 후 생장행 열차 도착. 탄다.

독일사람 둘, 이탈리아 사람 하나, 아르메니아 사람 하나. 한국 사람 나. 

총 5명이서 열차안에서 통성명도 하고 떠들다가 생장 도착.

근데 비가 이젠 퍼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풍경이고 자시고 일단 순례자 사무실로 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사람이 있다.

크레덴시알을 발급 받고 알베르게로 이동해서 잠을 잔다.

너무 늦어서 저녁은 못 먹었지만 밤 10시에 도착해서 침대에서 잔다는 자체가 행운인것 같다.

이것도 비수기라 가능한거지 성수기였으면 진짜 시즌 1호 노숙자 됐을 듯...ㄱ-




이제부터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난 순례자다. 

노란 조개, 노란 화살표만 보고 걸어가면 된다.

정말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길의 시작점. 이제까지 살면서 최고로 설레였고 나중에 카미노를 마치고 나서도 가장 설레였던 순간 순위권에 드는 것 같다.




연금술사의 한 구절을 써 놓은것 같은데 프랑스어를 모르기 때문에 생략한다. ㄱ-

아마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닯아간다.' 가 아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아님 말고.



물 두병 4유로.

파리 지하철 3.40 유로.

생장 알베르게 + 크레덴시알 발급 8유로.

총 15.4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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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일. 파리-에펠탑.  (0)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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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국경마을 생장에서 시작,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대성당 앞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지르는 800km 길.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에 관한 전설이 있는 길.

지금은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거나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찾는 길이 되었고 파울로 코엘류의 <순례자>에도 언급된... 나머지는 검색해보면 다 나오니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걷기 열풍과 힐링이 난무하면서 이 길이 유명해지기 몇 년전부터 이 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서른 되기전에 꼭 가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도 함께.

 

2013년 9월

출근하고 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평범하게 사는게 바쁘고 지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살고 있던 어느 날.

카톨릭 신자라면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가는 매일미사 표지 삽화에서 잊고있던 산티아고를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만 한장 찍어놓고 곧 잊어버렸다.


2013년 9월 매일미사 표지. 이 크고 아름다운 사서 고생의 도화선.


2014년 1월. 

일을 그만뒀다, 성당에서 하던 청년 단체활동 마저도 생각 차이로 그만 둔 후였다.

그 과정에서 신앙적인 모독까지 당했고 내가 하지도 않은 말, 행동이 뒷 담화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건 당연지사였고 한순간에 패배자가 된 기분도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정리나 하던 어느 날, 묵혀두었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곧 바로 일어나서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티켓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2014년 2월 24일. 

1월 말에서 2월초는 홀린 사람처럼 비행기, TGV 티켓만 알아봤다. 

스페인어 하나도 모른다. 그렇다고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약 10,000km 떨어진 나라에서 40일안에 혼자 800km를 걸어야 한다.

나이는 벌써 서른을 바라보고 있고 당장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해도 바쁠판이다.

심지어 오라는 회사가 있었음에도 한귀로 듣고 흘리고 여기를 가려는게 정상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저 수 많은 가지 말아야 할 이유와 함께 이 돈이면 편하게 놀 수도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물어보면 '지금 아니면 못 갈것 같아서' 라는 한가지 이유밖에 대답 못 하겠다. 


오늘로부터 5일 후, 나는 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한다.  


TGV 티켓. 파리 몽파르나스역 - 바욘 - 생장 드 피드포르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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