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덕분에 잠이 꺳다.

나는 원래 산티아고 대성당 5km 앞에 있는 몬테 데 고소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군중심리의 영향인지 지금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난 김에 출발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화살표를 따라서 걷지 않는다.

우비도 안쓸거고 트래킹화도 더 안신는다.

배낭도 더는 필요가 없으며 침낭도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산티아고 공항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오솔길 옆에는 큰 차들이 달리는 대로변이다.

숲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랜턴 없이는 걷지 못하는 상황인데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새벽 5시 반, 출발한지 한시간 만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화살표와 마찬가지로 걸으면서 내 등뒤로 해가 뜨는걸 보는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바코야 입구.

여기가 산티아고 전 마지막 마을이다.



새벽부터 나온 탓에 배가 너무 고파서 라바코야 마을의 바에서 아침을 먹는다.

너무 일찍이라서 안열면 어쩌나 했는데 최종 목적지 이전 마지막 마을이다 보니 새벽부터 가게가 열려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침 7시 반.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7km. 해는 이제서야 다 떳다.

다음은 몬테 데 고소, 산티아고 시내가 보이는 산이며 마지막 목적지를 앞 둔 순례자들이 눈에 보이는 산티아고 대성당과 시내를 보며 기쁨에 가득차는 언덕이라 '기쁨의 언덕' 이라는 뜻의 몬테 데 고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어제까지 나를 힘들게 하던 날씨는 그 동안의 고생에 보답해주듯 맑았다.

(원래 예정대로 몬테 데 고소에서 하루 머물고 갔으면 산티아고에 비 쫄딱 맞고 갈 뻔했다.)



저 사진 끝의 오르막길만 올라가면 남은 거리는 5km.



몬테 데 고소 입구



몬테 데 고소. 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기념 탑.



스페인 학생들은 여기서 단체사진 한번 찍고 아침 식사를 하더라.

여기서 어제 같이 저녁식사를 했던 일행들과 합류했다.

'이제까지 혼자 걸었으면 마지막엔 친구와 함께있는게 좋을것 같으니까 같이 가자' 라는 말에 뭐가 그렇게 감정이 동했는지 모르겠다.

알베르게에서는 몰라도 걸을때는 혼자 걷는걸 왜 그렇게 고수했는지도 목적지가 눈에 보이는 지금은 왜 그랬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달 동안 수 많은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제 더 이상의 오르막은 없고 이 내리막길을 걸어가면 끝이다.



언덕을 거의 다 내려갈 때 나오는 몬테 데 고소 알베르게.

병영을 개조한 시설이고 침대 500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 파라도르 선착순 10인 레이스를 할 작정이라면 여기서 자고 새벽에 출발하면 될 것 같다.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입구.

생장에서 저 표지를 보고 걷기 시작한지 딱 31일만이다.



산티아고는 도착했지만 걷는게 끝은 아니다.

여기서 대성당까지 3km를 걸어야한다.



신시가지를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오고 구시가지에 있는 산티아고 대학교



그 앞에는 공사중인 산티아고 대성당의 탑이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하면 오브라이도 광장. 그 앞에는



이 여행의 목적지가 서 있다.



오브라이도 광장은 순례자들, 관광객들, 순례자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사람들도 여기서 다 만날 수 있다.

한 30명 정도 인사한거 같다.

한국에서도 한번에 30명 정도랑 인사 할 일이 거의 없는데 강제 인싸행.



잠시 후 엄청 시끄러운 노래소리 들리더니 얘네들도 왔다.

얘네들 담임선생님이 12시 대성당 미사때 자기들은 맨 앞에서 미사 드리기로 되어있는데 내 일행들도 같이 들어갈 수 있게 말해뒀다고 한다.

덕분에 나름 제한구역에서 미사 드릴 수 있게 됐다. 야호.

(유럽의 고성당들은 제대 바로 앞은 통제구역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산티아고 대성당의 향로미사는 순례자가 많거나 누군가 기부를 해야만 된다. 즉, 수학여행 = 단체이며 학교에서 기부 + 학생들 견학목적으로 통제구역 개방 = 얻어걸린 나는 개꿀)



성당 후문, 야고보 축일 7월 25일이 주일에 겹치는 산티아고 성년과 부활, 성탄절 외에는 정문이 닫혀있어 

여기로만 들어갈 수 있고 덕분에 사람이 왕창 몰려있는데 여기서도 인사 릴레이하느라 정신없었다.




인증서 받으러 가는데 그 짧은거리 한번 오래도록 갔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는 대성당 후문쪽으로 가면 바로 보인다.



순례자 인증서 받고 다시 대성당 앞으로.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은 곧 알 수 없는 먹먹함으로 바뀐다.

순례를 완주하더라도 나한테 변하는건 없다는 걸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사실 알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걸어가면서 이 여행의 끝은 산티아고 대성당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집이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33번지 순례자 사무소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산티아고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기쁨이 되었다. 그래서 이 곳에 슬픔을 가지고 도착한 사람들도 기쁨을 가지고 돌아간다" 


사실 진짜 순례는 목적지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남이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이런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순례의 목적지가 무엇인지는 걷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테니까 여기에 쭉 썻다가 지워버렸다.

각자 걸으면서,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건 도착한 곳에서 돌이켜 보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다.



성당은 생각보다 어수선해서 별로였는데 탁 트인 오브라이도 광장은 좋았다.



아무튼 나의 첫번째 순례길은 끝났다.

대성당 향로미사가 끝나는 순간부터 관광객 모드로 들어가서 조금만 놀다가 집에 가야겠다.


이 길을 걷고있는, 앞으로 걷게 될 세상의 모든 순례자들에게 Buen Camino!.



그런데...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런 기분이라서 미사시간까지 3시간 남았으니까 가볍게 한잔만 하기로... 

그러나 가볍게 한잔은 마냥 가볍지는 않았는데...


-글 재주가 개미 발톱만큼도 없는 사람의 순례길 여행기는 끝.

 이제 2014년 4월 2일의 주정뱅이와 피스테라의 순례길 에필로그가 남았음.

 게을러서 햇수로 5년이나 이걸 올리고 앉아있는 내가 참 웃긴다.ㅋㅋㅋㅋㅋㅋㅋ

 망한 연재니까 다시 제대로 연재하기 위해서 조만간 다시 가보겠습니다. 


그래서 끝난 줄 알았는데 Part2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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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까지 이제 남은 거리는 38km.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는 거리도 딱 그만큼밖에 남지 않았다.



산티아고까지 이제 30km.

이 표지석 옆에는 돌무덤이 있다.



산티아고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죽은 순례자의 무덤.



'산티아고를 하루 앞두고 신에게 가다'

아마 살면서 마지막으로 두었던 목적이 산티아고 순례였을텐데 그 직전에 신자라면 최고의 영광인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 이 사람은 행복했을까 미련이 남았을까



여러가지 이유로 날씨만큼 마음이 무겁다.

여행기 정리를 해보니 이 날은 유독 사진을 안찍었다.

(물론 이 뒤에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져서 찍을수도 없었다.)





그리고 비가 엄청 쏟아지는데 방법이 없어서 맞고 걷다가 산타 이레네 바로 도망쳤다.

알베르게가 부활절 전이라 문을 안열어서 비 좀 그칠때까지 쉬었다.





다 끝나가는 마당에도 날씨가 이럴 수 있냐고 속으로 욕하면서 도착한 페드로소우.



갈리시아 지방 알베르게의 특징 중 하나가 저 캐릭터.
나름 귀엽게 생기긴 했다.



어제 만난 독일, 스페인 친구들에 이어 순례길 처음에 같이 있던 독일 아저씨까지 만났다.

얘네들은 내일 산티아고까지 간다고 한다.

스페인 단체 학생들도 그런다고 하고 다른 숙소에 한국 단체 관광객은 내일 모레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 단체 여행객은 정말 최악이었다.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고 담배피고 시끄럽고 중국인보다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 하진 않았다.

밖에 나가서 쪽팔릴 행동 좀 안했으면 좋겠다.



밥 다 먹고 정리까지 하고 났는데 스페인 학생들이 분주하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걷고 산티아고 대성당 정오 미사에 참석하는게 목적이라는데 음...

(일단 알람은 일찍 맞춰두고 결국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서까지 고민했다)



알베르게 6유로

이동 중 음료, 3.70유로

저녁식사 재료비 4유로

13.7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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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제대로 뜨기 전이지만 스페인 학생들이 잠 다 깨워놔서 일어난김에 나도 출발.



얼마 안남은 카미노를 아쉬워하며 출발.



원래 철인3종 경기 선수였는데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분이 저렇게 도장을 찍어주고 있다.

중세배경 영화나 드라마 보면 편지 밀봉하는 방식으로 저겋게 발바닥 도장 찍어주는데 문제는 매우 잘 깨짐.



카미노 데 산티아고 지역 협회라고 해야하나 각 동네별 지부라고 해야하나 그 명단.
이걸로 관광수입 꽤 짭잘하다고 하니 저렇게 달려들만 하긴 하다.


요렇게 생긴게 마을마다 있는데 오레오라고 부른다.

비가 많이 오고 습하기 날씨가 개판 그 자체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옥수수를 보관하는 창고라고



58km 남았으면 좋아해야 하는건데 아쉬움이 더 크다.



다시 메세타에 온 듯한 쨍~한 햇빛



얘네땜에 잠 깸



좀 쉬어가고 싶었는데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이라 다 문닫았다.

사진만 한장 찍고 다시 스타트



북부 대표 관광산업 답게 집에다 화살표를 새겼다.






진흙 같은거 근처도 안가는 도도한 도시남자 그 자체였는데 이제 진흙만 있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다.

아스팔트는 오래 걸으면 발에 불나는것 같고 무릎도 아프다. 



곤사르 마을 입구. 하지만 멜리데가 가까우니까 점심은 멜리데에서 먹을 예정.

뽈뽀 먹을거다. 

같이 걷던 매튜는 아일랜드 사람이라 이걸 못 먹는다.

애초에 문어나 오징어 먹는 애들이 유럽권엔 별로 없긴 하다만 문어요리 잘한다고 소문난 동네에서 굳이 피자를 먹을수는 없어서 따로 먹기로 했다.




멜리데 특산요리가 문어로 하는 뽈뽀.

문어요리 가게가 엄청나게 많다.

대놓고 문어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애들 말고는 어지간하면 문어보고 다 기겁하고 도망간다.



비주얼은 이렇게 생겼는데 미친듯한 맛있음을 자랑한다.
꽤 자주 생각나는 맛.




멜리데도 꽤 큰 도시라 나중에 또 오면 여기서 하루 묵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부터 북부 순례길이 합쳐져서 순례객이 또 엄청나게 늘어난다.

난 비수기에 걸어서 상관 없었지만 일정 여유있고 사람 많아서 스트레스 안받으려면 여기서 하루 머무는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다.

조금 흐리긴 했지만 오늘 날씨 아직까지는 괜찮아서 출발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 걸 그랬다.



점점 심상치 않아보이는 구름정모.

대략 10km 정도 남았고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



비 안그쳤는데 여기서 잘 수는 없어서 40분 정도 쉬다가 나왔다.

걷다보니 비가 그쳐서 다행.

방수 카메라가 아니라 비올때 사진은 없는데 진짜 살벌하다.

웃긴게 페드로소우 다 도착하니까 벤치가 거의 말라있다.

여긴 비 미친듯이 오는 곳을 걸을때 이미 비 그쳤다는 소리.



이제 완전한 봄이다.

메세타에서도 벚꽃은 봤지만 북부 갈리시아에서 꽃을 보니 계절이 바뀐걸 실감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출발했는데 봄이다.




비만 안왔으면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었는데 힘들게 왔다.

이제 이틀 지나면 산티아고 도착한다.


북쪽길을 걷던 독일, 스페인 파티와 여기서부터 같이 다녔다.

매튜는 내성적인 편이고 여기서부터는 자기 혼자 가면서 여행 정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따로 가기로 했다.

여기는 또 특이하게 주방에 식기가 있어서 라파엘이라는 스페인 친구가 스페인식 요리를 해주겠다고 해서

다 같이 재료를 사와서 음식 해먹었다.





아침식사 + 물 5.80 유로

점심식사 9.20 유로

커피 3유로 ( 총 3잔)

이동 중 음료 2.50 유로

마트 4.12유로

총 22.62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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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가까이 보던 아침 풍경인데 물안개가 껴있어서 달라보였다.

여긴 원래 마을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순례길 루트에서 안벗어나게 길 잘 보고 가야한다.

길치, 방향치는 조심해야할 구간.



사리아부터 스페인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걷는데 음... 시끄럽다.

국적 불문하고 잘 훈련된 1여고생은 전투력이......

얘네하고는 산티아고 가는 날까지 같이 갔는데 덕분에 향로미사 맨 앞에서 잘 드렸다.





어렸을때 할머니집 갈 떄 시골길 같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런 길만 걸었는데 25km 쯤은 이제 뭐 아무렇지도 않다.

이쯤오니까 아쉽다.

너무 시간에 쫓겨서 걸은 부분도 있고 눈이 쌓여서 피레네도 못넘었고 레온이나 부르고스, 팜플로냐 이런 도시들에서 3일 정도 지내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못했다.

이걸 언제 다 걷나 싶었는데 걸을 날이 얼마 안남으니 천천히 가고 싶어진다. 

이상한 일이다.



리곤데 마을 가까이 오니까 나온 비석.

갈리시아 비석들은 크고 아름다운게 많다.



리곤데 알베르게가 진짜 특이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갔다.

가고 싶으면 가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이렇게 마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아쉬움이 더해져간다.



팔라스 데 레이 알베르게 앞 성모상.

갈리시아 지역 알베르게들은 주방이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먹으라는 의도 같은데 팔라스 데 레이는 꽤 큰 도시면서 꼭 이래야 했나 싶다.



저녁 먹으러 나가면서 본 교차로에 있는 팔라스 데 레이 표시(?)

우리나라도 동네마다 이런거 있으면 재밌을것 같다.



오랜만에 스페인 음식 사진.

감자 진짜 엄청나게 먹는다.

고기는 토끼 스테이크.

조금 질기긴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오늘 저녁밥은 같이 걷다가 알게 된 우리나라 아저씨가 사주셨는데 일요일이라 마트는 다 닫았고 별 생각없이 일단 성당에 미사 드리러 갔다가 그 길로 같이 저녁 먹으러 가게 되었다. 

갈리시아 물가는 비싸서 저렇게까지 고급스러운(?) 저녁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젋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여기 오는지 궁금하다고 식사나 하자는 말에 그만...


그때도 감사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사합니다. 잘먹었습니다.


이동 중 맥주 합계 2.50유로

알베르게 10 유로

맥주 3유로 (3유로 자리 맥주 = 얼굴만한 사이즈의 잔에 나옴)


15.5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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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내리는 사리아의 아침

갈리시아 지방은 날씨가 험하다.



도시 출구에는 사리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 전망대 있는 줄 알았으면 어제 올라와서 도시 구경했을텐데 아쉽다.



조금 걷다보니 비가 그쳐간다. 포장된 길인데 엄청 미끄럽고 똥냄새가 많이 난다.

밭도 많고 길에도 여기저기 쫙 깔려있는 똥..ㅜㅠ

밟으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대략 좋지 않기 때문에 걸으면서 똥 피하는것도 일이었다.

(100%는 불가능하고 부침개 사이즈만 피하는거에 의미를 두어야...)



그리고 비가 언제 왔냐는 듯이 날씨가 갠다.

갈리시아 날씨 진짜 골때리는게 이러고 10분뒤에 비오고 우비 입으면 해뜬다.



111.km.

사리아를 빠져나오면 있는 표시석.

오늘 걸으면 남는 거리는 100km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100...인줄 알았는데 이건 누가 훼이크로 글씨 써놓은거.


진짜 100km. 같이 걷던 아일랜드 애가 찍어줬는데 사람을 난쟁이 똥자루로 만들어놨다.

여기 오기 전에 머리 짧게 자르고 왔는데 머리가 엄청 길었다.


리빙포인트 : 사진은 한국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돌 위에 카메라 올려놓고 타이머를 돌리던지 하자.



얘가 위에 사진 찍은 매튜다.

나는 굳이 일행을 만드려고 하지 않았는데 왜인지 얘는 나랑 같이 다니려고 했다.

그래서 폰페라다부터 같이 다녔다.



저 반바지 입은 아저씨는 LA사는 미국인인데 한국 가봤다고 하더라.

삼겹살이랑 찜질방 좋다고 자기 나이가 많아서 관절이 아플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한국 가고 싶다고..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여기 왔는데 자기 부인은 무릎이 아파서 못 걷고 택시로 목적지로 먼저 가있으면 자기가 거기까지 걸어가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 아저씨랑 이야기 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얘네들이 이러고 있다.

뭘 보고 있나 해서 봤더니



타조...?!?!

생각보다 크고 시끄럽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는건 처음이라 신기하긴 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불길한 기운이 몰려온다.



아..앙대... 걸어가면서 싸지마.....

엄청난 소와 양떼로 인해 길을 가지도 못하고 한쪽에서 서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소떼의 압박에서 벗어나자 다시 나온 산 길. 십자가에 온갖 물건들을 다 달아놨다.




산길 안에 뜬금없이 있었던 개집. 팔자 참 좋아보인다.




저 멀리 마을로 보이는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에 보였으니까 대충 2km~4km 정도 걸어가면 되는구나 하하하...



그리고 엄청나게 긴 다리와 강, 마을이 나왔는데 원래는 저 강 아래가 마을이었고 댐을 만들면서 

신 시가지로 집을 다 옮긴거라고 한다.

그래도 눈에 보이고 나서 2km까지는 안걸은거 같아서 다행이다.



'포르토마린'

다리를 다 건너자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걸 알려주는 표시석과 마을 이름이 적혀있다.




다리를 건너니 또 계단이다. 

어제 사리아의 계단보다는 낮지만 숨이 막힌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어놓고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포르토마린 성당인데 개보수 문제로 아에 닫아놨다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강바람도 불어오고 무엇보다도 28세 생일을 맞이한 곳이라 기억에 계속 남는다.

갈리시아에서는 공립 알베르게에 붙는 Municipal 이라는 말 대신에 Xunta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어에 더 가까운 갈리시아어가 적극 반영된 차이 정도??

갈리사이 지방에서 벌레에 좀 물렸다.

벌레약도 사고 알베르게는 비싸고 밥도 비쌋지만 생일이니까 그냥 쓰기로 했다.


덤으로 5유로 주고 빨래까지 했다.

일과를 대충 마무리하니 한국시간으로 2014 프로야구 개막전을 하는 시간이라서 야구까지 봤다.

아일랜드 친구한테 짧은 영어로 야구 룰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알베르게 10유로

커피 1.30유로

빨래 5유로

벌레약 6.40유로

저녁식사 9.30유로

물 3.45 유로

34.35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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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상큼하게 크레덴시알 분실 이벤트 발생.

한 1km 걸었나? 문득 스치는 꺼림칙한 기분에 크레덴시알이 없다는걸 확인한 후 신속하게 다시 돌아가서 알베르게 침대 밑에서 발견.


다시 길을 나서고 맞이하는 두 갈래 길.

저 산 실 루트로 걸어가면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인 사모스 수도원을 지나갈 수 있지만

그냥 안끌려서 다른 루트로 걸었다,.




남은 거리는 128.5 

곧 저 세자리 숫자는 두자리가 된다.



중간에 들린 마을에는 저렇게 기부제 간식 코너(?)가 있다.



양심껏 먹고 기부하면 되지만 먹을게 없어서 그냥 갔다.



마을을 벗어나 얕은 오르막길과 숲길을 지나면 이런 장소가 나오는데 우리로 치면 약수터 같은 물도 나오는 휴식공간이다.

물은 마시면 화장실파티를 할 것 같은 냄새와 비쥬얼을 자랑한다.



날씨가 좋고 맑아서 기분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후 같은 날이라고 하면 거짓말 소리 들을 날씨로 바뀐다.



웰컴 투 사일런트 힐.. 아니 사리아.

갈라시아 지방하면 생각나는 가장 첫 번째는 소똥냄새.

두 번째는 짙은 안개 되시겠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바닥에 거뭇한것은 비가 오고 덜 마른것이 아니라 지나간 소때의.....



소때의 압박을 피해서 사잇길로 가면 똥 밟을 걱정은 줄어든다.

이쯤에서 옷에 소똥 냄새가 가득하게 묻어있다는게 문제일뿐.



그렇게 걷다보면 돌담이 짜잔하고 나오고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사리아가 나온다.

산티아고 콤프스텔라에서 100km 남짓 떨어진 프랑스 길 위 마지막 도시이자 여기서부터 걸으면 발급되는 순례자 증명서로 인하여 순례객이 급격히 많아지는 곳.



신 시가지를 걸어서 이 엄청난 계단을 올라가면 공립 알베르게와 식당이 있고 오늘의 순례도 끝난다.



계단 길이가 참...ㅋㅋ 

목적지 다 왔다고 긴장 풀고 다니다가 이 계단 보고 울뻔했다.

올라가면서 곡소리내는건 저 뒤에 오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갈리시아의 공립 알베르게는 주방은 있지만 식기가 없다.

갈리시아 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내수 진작을 위한 나가서 사먹으라는 뜻이다.


자고 일어나면, 혹은 자는 중이 28번째 생일이었다.

일부러 sns에 생일 알림을 다 꺼놓고 왔던지라 부모님말고 별도의 축하 메세지는 없었다.


낯선 땅에서 맞이하는 28번째 봄날의 기분이 색달랐다.




알베르게 6유로

아침식사 4유로

맥주 1.30유로

식재로 5.86유로

커피 1유로

18.16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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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브레이로를 떠나면서 뒤를 돌아봤다.

출발하는 등 뒤로 해가 뜨는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벅차오르기도 한다.



정석대로라면 세브레이로 산을 넘어가야한다.

하지만 전 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위험한 관계로 안전하게 도로를 따라 걷는 길로 시작.



눈이 많이 왓고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얼어붙지 않았다.

론세스바에스에서 출발하던 날도 그랬지만 스페인 재설 시스템은 참 빠르고 깔끔하다.



도로를 따라 좀 더 걸어서 세브레이로를 벗어난다.

바람이 불지만 눈이나 비가 오는것보다 훨씬 낫고 찬 공기가 꽤 상쾌하다.



스키장 온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좀 맑고 쾌청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꼭 힘든 날에는 눈, 비가 많이온다.

어제 오세브레이로 도착 후 기분 좋았던 일들이 오늘의 컨디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것 같다.



산 로케 봉우리(?) 해발 1270미터.



산 로케 순례자 동상.

여기도 나름 랜드마크라고 한다.

눈, 바람과 맞서 걸어가는 순례자 동상을 보니까 해와 바람이 여행자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는 동화가 생각난다.



내리막을 걷는가 했더니 다시 올라간다.

구름이 저렇게 끼었는데 날이 맑으니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한참 도로만 따라 걸으면 지치기 딱 좋다.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딱 쉴 곳이 나타나는것도 순례길의 묘미 중 하나.



오늘, 그리고 앞으로 이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일은 없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는 눈 볼 일도 딱히 없을것 같다.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가기 전에 점심을 먹는다.

저 해발고도 표지판 바로 뒤에 건물이 카페 겸 술집이다.




이제 내려갈일만 남았는데 색칠해서 색 분할 한 것 처럼 눈이 안온쪽과 온 쪽이 나뉜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 트리아카스텔라

산을 내려가면 소똥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오세브레이로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오늘 사모스까지 간다고 한다.


나는 몸이 좋지 않아서 트리아카스텔라에서 빨리 쉬기로 했다.

배터리가 여기서 방전되는 바람에 사진은 여기까지밖에 없다.

내일은 사리아까지 갈 예정이다.

사리아부터 산티아고까지는 100km. 이제 여행도 최후반부로 접어든다.




아침식사 : 9유로

아침 겸 점심 : 2.5 유로

맥주 : 2.5 유로

식재로 : 7.17 유로

알베르게 : 9유로

20.07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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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꼽자면 첫 날 피레네산(or 발카를로스 우회로)과 후반부의 갈리시아 지방 진입을 많이들 꼽는다.


오늘이 바로 그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가는 날인데 해발 1293미터까지 869미터의 고도를 오르는 고된 산악지대이자 순례길에서 마지막으로 힘든 구간을 넘어야한다.



레온지방이 거의 끝나가고 갈리시아 지방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풍경이 변하기 시작한다.

레온지방은 봄이라면 여긴 아직도 겨울과 봄의 경계이며 겨울쪽에 더 가까운 풍경이다.




론세스바에스에서 길을 나서던 날 아침에 산티아고 780km라고 써진 걸 봤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가늠조차 어려웠던 780km는 어느새 계산해 볼 수 있는 거리로 줄었다



어제까지만해도 갈리시아 지방으로 산을 넘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게 만들었던 폭우 대신 화창한 날씨가 반겨준다.

순례길의 마지막 구간으로 들어가는 오늘의 풍경은 첫 날 발카를로스 고개를 넘어가던 그 날과 매우 비슷하다.



다리 짧은 망아지도 오랜만에 봤다.



이렇게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본 건 처음이었다.

무지개를 따라 걷다 보니 이제 도로를 따라 걷는 평지가 끝나가고 저 눈 덮힌 산을 넘을 시간이 다가온다.




오르막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힘들다'고 느껴질때쯤 되었을까.. 모여들었던 구름이 눈을 뿌려대기 시작한다.

시야를 가릴 정도의 눈 폭풍이 와서 갈리시아로 들어가는 건 내일로 미루고 레온 주의 마지막 마을인 'La Faba' 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을 주점에서는 이 마을은 부활절 이전에는 알베르게 운영을 하지 않으며 눈이 더 내리면 언제 산을 넘어갈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얼른 가는게 좋다고한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왔고 2.5km만 더 가면 오세브레이로 도착이니까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힘들게 눈발을 해치면서 산을 오르고 걷다보니 어느새 산 능선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능선을 여러번 반복해서 오르고 내리다 보니...



산 제일 깊은 곳에서 눈을 맞고 걷고 있었다.

그래도 길이 어딘지는 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갈리시아 지방 표시석.


첫 날 걸어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왔고, 23일을 더 걸으며 나바로, 라 리오하, 레온을 거쳐 순례길의 마지막 주, 갈리시아에 두 발로 걸어서 들어왔다.



갈리시아 지방 표시석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더 이상 심하게 펼쳐져있지 않다.

등산을 엄청 싫어하는데 내려갈 일이 없는 등산이라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돌담길이 나왔다.


이 돌담길이 끝나면 오늘의 목적지 오세브레이로에 도착이다.




'동화마을' 이라 불리는 곳 답게 중세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마을이다.

이 마을 성당에서는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전승되고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이런 날에는 아무도 미사에 참여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사제는 오늘 하루를 쉬고 싶은 마음에 아무도 성당에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신앙심이 독실한 어느 농부가 눈보라를 뚫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남루한 행색으로 성당에 나타났다.

가난한 그의 행색을 보며 기대했던 휴식이 어그러진 오만한 사제는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하기위해 이 눈길을 달려온 가난하고 신앙심 깊은 이 농부를 업신여기며 영성체를 주었다. 

그 순간 사제가 건넨 빵은 실제 살로, 포도주는 피로 변했다." 


이름 없는 시골 농부의 신심이 일으킨 기적으로 이 곳 오세브레이로의 성당에는 그 기적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기적의 성찬식때 사용한 성작과 성합의 레플리카.

진짜는 따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힘들게 온것도 있고 이런 작고 오래된 시골마을 성당이 좋아서 저녁식사전에 미사부터 드리려고 성당에 갔다.

성당 관리인 처럼 보이는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인지 나이 분간하기 어려운 분이 미사 드리러 왔냐고 묻는다.

나 말고 6명이 미사를 드리려고 앉아있었다.


미사가 시작되었을때 성당 관리인처럼 보였던 아저씨가 오세브레이로 신부님이었고 같이 걸었던 덩치 좋던 폴란드 할아버지는 안식년을 받아 순례여행을 떠난 신부님이었다는게 반전이었다.

(폴란드 신부님은 폴란드어와 독일어만 할 줄 알아서 3일동안 의사소통을 못했는데 미사 후 마을 주점에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아일랜드 친구가 통역을 해줬다.)


오세브레이로 신부님은 미사 참석한 사람 한명씩 축복을 해줬다.

나에게는 한국어는 안배워서 영어로 축복해줘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축복을 해줬다. 


'당신의 발걸음 마다 평화가 깃들기를' 


순례길 위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여기서 있던 일들이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시레기국이 나와서 반가웠던 갈리시아 수프도 생각난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서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다.)




커피 : 2.5 유로

콜라 : 1.5 유로

알베르게 : 6 유로

빨래 건조기 : 1유로 

(여러명이 모아서 N빵)

저녁식사 : 10유로

물 + 빵 : 3.4 유로

24.4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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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시아가 가까워 질 수록 날씨가 좋지 않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으니 아침을 시작할 때 체력도 회복이 잘 안된 상태로 시작.



페라다 다리. 

이 동네도 부르고스 만만치 않게 사이즈가 큰 동네였다.

도시 빠져나오는데 40분 정도 걸렸고 이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이 날의 사진은 별로 없다.



비가 와서 사진도 안찍고 걷고 또 걸었다.

농장 옆 길, 공장 옆 길, 도로 옆 길 2시간 정도 걸었을까 카카벨로스에 도착했다.

식당 겸 바 (Restaurante Parrillada Maite)에서 잠시 쉬면서 조금 빠른 점심 식사를 했다.

아침부터 비를 맞아서 너무 힘들었다.



하늘이 맑아보이는데 그렇지 않았다.

발이 푹푹 들어갈 정도로 비가 많이 왔고 사진을 찍는 중에도 그렇게 비가 많이 왔다.



스페인은 포도밭이 많다.

포도 밭 너머 저 멀리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가 보인다.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5km 정도 더 가면 저기 도착이다.

오늘은 원래 28km 정도 걸어서 페레혜(Pereje)까지는 갈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영...



마른하늘에 비 쏟아지는게 이런 날씨다.

저런 하늘 나오면 비 그치고 해가 떠야하는데 그런거 없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도착.

보통 1시쯤되면 비 그치는데 이 날 비는 다음 날 새벽까지 퍼부었다.


여기서 5km를 더 걸어가려는 일정도 악천후를 고려하여 여기서 정지.

공립 알베르게는 골목으로 요리조리 들어가야해서 편의 상 아베 페빅스라는 알베르게를 갔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건물들도 무지 낡았고 스페인 그룹들이 엄청 많이 들어갔는데 코고는 소리가.......하......

식사도 주문 받아서 나오는 방식인데 주문 다 틀리고 폰세바돈처럼 맛있지도 않았다.


다음 날이면 드디어 순례길에서 마지막으로 산을 넘는 날이며 오랜만에 30km 넘게 걷고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그런데 제대로된 식사와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 망했어요)


여기 성당이 그렇게 분위기 있다는데 너무 힘들어서 알베르게 밖으로 나가 볼 생각도 안했다.

다시 순례길 걷는다면 공립 알베르게나 호스텔에서 자고 동네 구경 제대로 다시 해볼 곳 중 하나.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는데 동네 참 예쁘더라)




커피 2 잔 : 3유로

점심식사 : 5유로

알베르게 : 5유로

저녁식사 : 7유로

총 2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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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많이 껴서 지난 밤에 별은 못 봤고 순례길 중 가장 아름다웠던 폰세바돈의 새벽은 봤다.

날이 흐리고 춥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동네라서 그런가?? 어제 아침과는 다른 기후다.



오늘은 철 십자가를 지나 폰페라다까지 가는 일정.



평소라면 해가 떠야하는데 구름에 모든것이 가려져 있다.

폐허와 같이 보이지만 지금도 간혹 꿈에 나오는 폰세바돈 마을.



출발 할 때는 해가 조금 뜨려고 했는데 잔뜩 흐려지고 가랑비가 온다.

다행스럽게도 눈으로 바뀌진 않았다.



저 멀리 철 십자가의 모습이 보인다.



철 십자가 (Cruz de Fero).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상징 중 하나이며 프랑스 길에서 해발 고도가 제일 높은 곳에 도착했다.

십자가 아래에는 각 나라 언어로 적힌 돌맹이와 사연이 담긴 편지, 사진 등이 산재하여있다.

이 장소의 의미는 자기가 지고 있는 마음의 짐, 욕심, 후회를 내려놓는 곳이라고 한다.


철 십자가 아래에서 짧은 기도라도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순례길 중 비를 피할 곳이 없으면 차라리 걷는게 낫다. 우비가 있어도 옷은 어차피 젖기 마련이고 체온마저 내려가면 답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동해서 휴식 공간을 찾는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지 조금 뒤에 '알베르게' 만하린이 나온다.

다 쓰러져가는 사당 같지만 무려 알베르게. 

성당 기사단의 전통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한다고 하여 보일러, 전기 그런거 없다.

화장실도 극 자연주의로 수풀에서...ㅋㅋ


주로 철십자가를 지나 온 순례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곳으로 따듯한 음료와 간식은 자율 기부제로 운영중이다.


알베르게 입구이자 간판에는 온갖 언어들로 가득차있다.

산티아고까지 222km 남았다는 말이 보인다.



반대편 산 능선은 안개가 자욱하다.

비는 어느샌가 다시 가랑비로 체급이 떨어졌다.



비가 잦아들면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안개와 추위, 젖은 옷의 삼박자 조합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아침에 출발한지 3시간도 안됐는데 물 먹은 솜 같이 무거워지는 몸.



갑자기 길이 험난해지고 날은 더 추워졌다.

비가 와서 자갈길도 엄청 미끄럽지만 내 발 아래에 구름이 껴있고 만성 비염 환자가 이렇게 상쾌하게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반쯤 흥분했던 것 같다.

몸이 힘들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환경인데 기분은 엄청 좋았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시야가 조금 걷히더니 마을이 나왔다.

마을 이름은 엘 아세보(El acebo).

산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 지붕들이 기사들 갑옷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산 중턱인데 갑자기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잡혔다. 

(마을로 내려갈수록 신호가 약해졌다.)



마을 입구로 왔는데 날씨에 마을 입구 모양새가 영 유령마을 같다..

여기까지 11km 밖에 못 걸었지만 일단 몸을 녹일 생각과 낙천후에다 걸어갈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으면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할 두 가지 생각으로 카페를 찾았다



마을은 그다지 크지는 않아서 금방 카페를 찾아서 젖은거 죄다 말리기 시작.

친절한 주인이 난로 앞에서 젖은 장갑, 우비를 같이 널어준다.

와이파이로 날씨를 찾아보고 비가 곧 그칠거라는 소식에 더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엘 아세보를 나오니까 비는 그쳤다. 우비를 벗으려다가 바람이 너무 불어서 그냥 당분간 입기로 했다.



엘 아세보가 보였던 것 처럼 저 멀리 몰리나세카가 보인다.

거리상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저기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내리막길만 걸어와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 내려온것 같으니 이렇게 몰리나세카 입구가 짜잔.



여기서부터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기도 했다.

(3분뒤에 바로 비가 와서 그렇지 해가 나긴 한다.)



비 피하고 몸 말리느라 시간을 좀 써서 그렇지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출발

그냥 몰리나세카에서 마무리 할 걸 그랬나 사실 후회 좀 했다.



저 신발 방향표시석 위에 공구리 친 줄 알았는데 진짜 신발이었다.



폰페라다 근교 도착. 근데 이길로 오면 폰 페라다 시내까지 한참 돌아서 가는 길이었다.

다시 가면 저 신발 올려져있는 방향표시석 지나서 차도 따라서 갈 거다.

1.3km면 끝날 길을 괜히 4km나 돌아서 갔다.

돌아가면서 유적지나 뭐 볼 게 있으면 몰라 그냥 시가지...ㄱ-


마지막에 돌고 돌아 폰 페라다 입성.

대도시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동네가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북부 교통 허브이자 큰 쇼핑몰도 있는 큰 도시였다. ㄷㄷㄷ



알베르게 들어가서 짐 풀고 씻고 돌아다니다가 성 발견.

입장시간 지나서 들어가보지는 못함.


하루종일 비오고 바람 불더니 하늘이 맑아졌다.



저녁 먹을 식재료 대충 구입해서 알베르게로 돌아가는데 벽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에 나올 것 만 같은 그림체.

오늘 비를 너무 맞아서 우비가 마를 것 같지가 않으니 내일은 비가 오면 일찍 마무리 해야겠다.



아침식사 : 3.5 유로

커피 (기부) : 1.5유로

커피 + 빵 : 2유로

점심식사 : 6유로

식재료 + 술 : 8.11 유로

총 21.11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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