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스테레를 가기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관계로 레온에서 아스토르가는 버스로 이동한다.

아스토르가 가기 전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영감을 얻었다는 다리가 있다는데 피니스테레를 가기 위해서 패스.. 이때까지는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는데 순례여행 중반부를 넘어가던 이 날, 처음으로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 사람 하나도 없다. 남들 걸어갈때 다른 길로 가는게 마치 학교 다닐때 야자 튀는것 같은 쾌감을 불러 옴.




언제나 새벽 5시~6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갔는데 오늘은 8시까지 늘어지게 잤다.

사진에 버거킹이 보이는데 스페인 버거킹은 비싸고 맛 없음.

패스트푸드 만큼은 우리나라 1승.



레온 버스 터미널 가는 중.

대도시라 그런지 배낭 짊어지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30분은 걸린다.

동네 한가운데에 하천이 있는 곳이 참 부럽다. 

똥물도 아니고 산책로도 잘 되있고... 

정작 사는 동네에 한강이 있긴 하지만 바로 집 앞은 아니라서 잘 안가는게 함정. 게으르니스트...



저 멀리 보이는 터미널. 이제 점프해볼까.




아스토르가 버스 터미널 도착.

프랑스 길에서 굳이 점프를 뛰어야 한다면 레온-아스토르가 구간을 추천한다.

레온을 나와서 아스토르가 까지 오는 길의 90%는 도로 옆 갓길로 걸어간다.

위험한건 당연하고 길도 험난하고 결정적으로 아스토르가 들어오는 진입로가 엄청난 경사다.

아스토르가 자체가 언덕위에 만든 요새 도시 같다.

분명 공성전 어쩌고 이야기를 들은것 같은데 후기를 너무 늦게 쓰는 바람에 기억이 안난다.

암튼 나 처럼 피니스테레나 묵시아를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거나 몸이 안좋아서 여유롭게 시간을 벌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은 여기서는 버스 추천.

자칫 걸어가다가는 다치기도 딱 좋은 구간



버스정류장에서 올라가는 길도 버스가 이미 산 타고 올라온건데 여기서 또 걸어서 동네로 진입해야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올라가면 나오는 주교의 궁. 

가우디의 초기 건축물이고 지금은 카미노 박물관으로 쓴다.

철 십자가 원본 및 야고보의 성지순례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알베르게로 가는 중에 광장.

저 시청 스러운 건물 문을 골대로 두고 애들 축구한다.



중앙 광장을 지나면 로마시대 목욕탕 유적이 나온다.

엄청 대규모 목욕탕 부지. 땅 파면 이런거 쏟아져 나와서 발굴하는데 드는 세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더 이상 안파는 동네도 있다고 한다.




알게르게 도착!.

순례길 내내 가봤던 알베르게 중에서 5순위 안에 들어가는 최적한 알베르게였다.



쿼 바디스가 이렇게 쓰일수도 있구나.



짐만 던져두고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성채도시라 높아서 매우 쾌적했다.



알베르게 바로 옆에는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원이있다.






그냥 경치만 봐도 좋았다.

바람도 적당했고 날씨도 너무 좋았고 만약 스페인에서 한 달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스토르가에서 한달만 살아보고 싶다. 

조용하고 쾌적하고 음식 맛있는 동네.





아스토르가 대성당. 

비교적 작은 동네인데도 성당은 엄청나게 컷다.



가우디가 만든 주교의 궁.

입장권 끊고 들어가 봤는데 카미노 관련 유물들이 참 많았다.

순례길 연재 다 끝나고 번외로 풀어봐야 할 듯.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스페인도 초콜렛으로 유명한 나라다.

아스토르가는 남부에서 시작해서 올라오는 '은의 길' 과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내 한복판. 로마군 주둔지 답게 사자상이 있다.



내일 아침 저 도로로 걸어 나가면 또 순례길이 시작된다.

이제 대략 보름 남았나?



다시 보는 주교의 궁 전면. 

가우디 하면 생각나는 건축물하고는 생긴게 좀 다르다.

프로토 타입 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주교의 궁 옆에는 이렇게 박물관이 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보이는데 돌아보다가 지칠 지경.



적당히 장 보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 될 순례길을 위해 일찍 씻고 자는걸로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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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는 순례길 중 마지막 대도시 레온.

대충 국토 대장정을 하면 이 정도 걸을거 같은데 국토대장정은 안해봐서 패스.

오늘도 저번 부르고스 들어 간 날 처럼 빨리 들어가서 쉴 예정,.




그동안 날이 너무 좋이서 비 생각도 안했는데 이 날 아침은 비올까봐 좀 걱정함.




한참 걷다가 개울가도 지나가고



이런 언덕 + 숲길도 지나가고..



딱 봐도 오래 되 보이는 다리가 나오는데 레온 다 도착한 줄 알고 설렜으나 설레발이었다.

그냥 레온 근처에 옴.




이 동네는 유난히 개울이 많은듯 하다.

비라도 왕창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




개울가를 지나오면 나오는 개활지.

보면 평화롭고 좋은데 말똥, 양똥 냄새는 비오기 전 습기와 버무려지면...와......... 와....우와...ㅠㅠ



이 자갈길이 은근히 힘들다.

차라리 흙길이면 신발 좀 더러워지고 무릎이 편하기라도 하지 이 길은 발도 밀리거나 끌리고 무릎 아픔.

아스팔트 포장길보다 낫다는 점이 위안점.



평야지대를 통과하면 갑자기 이런 육교가 나오는데 이 육교 모양이 조금 특이하다.

큰 길위에 쭉 놓인게 아니라 ㄹ자 모양으로 뱅뱅 돈다. 



또아리마냥 돌다보면 육교 끝.



자. 이제부터 레온입니다.



로마 제7군단이 주둔했었는데 7군단 깃발에 사자가 그려져 있어서 레온이라는 말도 있고 군단이라는 말에서 레온이 됐다는 말도 있고.... 뭐 둘 중 하나는 맞겠지.



여기는 도시 도입부는 막 정비가 다 되어있다.

도시 도입부-구시가지-신시가지 보통 구시가지가 바깥에 있거나 하는데 조금 특이함.



구시가지와 신 시가지의 경계에는 이렇게 성벽이 서 있다.




레온 신시가지 입성.

파리처럼 도시 한 가운데에 강이 흐른다. 

유람선은 없음. 못본건지 없는건지 암튼 난 못 봄.


대도시 답게 길거리에 카페 테이블이 차려져 있다.

함정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음.



쭉 올라가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면....



레온 대성당이 서 있다.




여기도 성당 하나는 참 크고 웅장하게 지어놨다.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입장료가 엄청 비싸서 그냥 안들어갔던걸로..... ㅂㄷㅂㄷ





나중에 산티아고 도착하니까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길이 있더라. ㅋㅋ




내 눈에는 성당이지만 성 처럼 보였다. 입장료 더럽게 비싼 성.

그리고 성당 이름이 특이하게 여기 써져있음.




성당을 등지고 보는 레온 대성당 앞 광장.



얘가 레온의 상징인 사자라고 한다.

볼 거 대충 본 거 같으니 알베르게 문 열 시간에 맞춰서 입장.



대도시 답게 알베르게도 여러개 있지만 나는 가난하니까 공립으로.

여기서 반갑게도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을 3명이나 만났다.


생장에서 같이 출발했던 독일 할아버지 윌리안은 발목이 너무 부어서 여기서 쉬는 겸 알베르게 봉사를 한다고 한다. 


피니스테레를 가기로 결정을 해서 하루는 점프를 뛰어야 하는데 도로만 끼고 걸어야하는 레온-아스토르가 구간을 점프뛰기로 했다.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다리를 못 보고 지나치는게 좀 아쉽지만... 대서양 끝으로 지는 해를 보는걸로 퉁 치기로 하고... 레온 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 시간표를 보고 버스표를 사 왔다.


내일은 아스토르가로 버스를 타고 간 후 휴식.

내일 모레 아스토르가부터 본격적으로 순례길 후반전 시작이다.




알베르게 5유로

점심 9유로 (레온 순례자 메뉴)

저녁 8.05 유로

술 + 안주 3.20유로

버스 3.80 유로


28.05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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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타 고원이 좋았던 이유는 땅과 맞 닿은 하늘, 끝 없이 보이는 지평선이었는데 이제 그 메세타가 끝난다.

순례길을 걸을수록 태양은 뜨겁지만 습도는 없고 쾌적한 봄, 가을 날씨가 계속 이어져서 참 좋았다.

레온에 도착하고 아스토르가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카미노 후반부에 돌입한다.



칼자다 로마나. 로마인의 길.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 길로 지나갔다고 해서 로마인의 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배낭지고 걸어 가는데 황제는 전차를 타고 노예들과 병사들을 끌고 행진했겠지?



흙이 이렇게 깔린 길은 오래 걸어도 발이 별로 안아프고 푹신해서 참 좋다.

날씨 변덕이 심한 스페인 북부에서 비 한번 오지 않고 메세타 내내 걷기 정말 좋았다.



정말 좋아했던 풍경들. 

나중에 다시 오지 않는 한 이렇게 탁 트인 풍경 볼 일은 없을듯하다.



스페인 고속철도 렌페의 선로.

빌바오에서 레온을 거쳐 산티아고로 가겠지?? 슬슬 대도시가 가까워지는 신호인것 같다.



철길 옆에는 로마황제가 지나갔고 순례 여행자들이 수 없이 걸어가는 흙길.



황토길이 어느샌가 끝나고 평범한 흙길로 바뀐다.

그리고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만시야 도착 전 마지막 마을. 레리고스 초입

이 호빗들이 살 것 같은 집은 집이 아니라 와인 저장고.

저 안에 와인을 넣어두면 잘 숙성이 된다고한다.




여기 이 술집 와볼라고 만시야 성문으로 들어가는 길을 포기하고 4km 우회해서 레리고스로 왔다.

바 외관이 굉장히 독특하다.

아저씨도 굉장히 유쾌하심.



여기 주인 아저씨가 축덕이라서 온갖 국가대표팀 트레이닝복, 유니폼이 가득하다.

06-08 국대 트레이닝도 저기 걸려있고...

내가 입고 있던 10-12 트레이닝 보고 탐 내길래 옷 없어서 못 준다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덴다 ㅋㅋㅋㅋ


보카디요 하나, 맥주 한잔 시켰는데 서비스라고 하몽 한 접시를 줘서 신나게 먹어치움.

그리고 모든 카메라 배터리도 광탈.


만시야 벽돌로 지은 알베르게, 도로.... 동네 예뻣는데 사진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ㅠㅠㅠ






알베르게 5유로.

점심식사 5.50유로

식재료. 4.84 유로


총 15.34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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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타도 이제 끝자락. 

일단 레온까지 걷고 레온에서 아스토르가 구간은 버스로 점프, 하루 이상의 시간을 얻어서 산티아고 도착 후 피니스테를 가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거 로마시대 유적이란다. ㄷㄷㄷ

발굴이 안끝났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저렇게 테이프로 줄 쳐 놓음.


이른 시간에 사아군에 도착했다.

여유를 가지고 순례길을 왔으면 여기 동네 구경도 하고 머물고 싶었지만 4월에 마드리드에서 축구경기를 보려고 예매를 해 둔 바람에 일정이 빡빡하다.ㅠㅠ

아쉬움을 뒤로한채 출발.



사아군을 출발해 만시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이 있다.

내가 걸어간 로마시대부터 있었던 사진의 황토길.

그리고 스페인 카스트로 정부에서 새로 만든 길 (아이러니하게 카스트로 정부 싫어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이 길로 가버렸다. 홀로 걷게되서 조용하고 좋았다.)




오늘의 목적지, ' 칼자디야 데 로스 에르마니오스' 도착.

알베르게는 이렇게 생겼는데 여기 무인 알베르게다.

2층이지만 1층만 운영하고 이 곳의 문제는 난방인데... 스페인의 3월은 해가 지면 매우 춥다.




이 무인 알베르게의 유일한 난방시설은 저 벽난로. 

태어나서 벽난로를 처음봤기 때문에 몹시 당황했지만 순례길 위에서 동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구와나사로 병원가는건 더 싫었고.


낑낑거리며 씨름하다가 불 붙이기 대 성공.

화력이 꽤 좋아서 불 붙여 놓으니까 금방 따듯해진다.

다만, 새벽에 자다가 불 꺼질텐데 그럼 입 돌아가겠지....?ㅠㅠ


그래서 자기 전에 불 왕창 떼워놓고 옷 다 껴입고 잤다.


벽난로 덕분에 꽤 고생을 했지만 나중에 땅을 사서 내 집을 짓는다면 거실 한켠에 벽난로를 두고 싶어졌다.



커피 1유로.

식재료 7.90유로

무인 알베르게 7유로 기부.


14.9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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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짐 싸고 출발.




어느새 봄이다.

순례길 처음에는 날씨 한번 지독하더니 메세타 들어온 다음부터는 쾌청.




마을 나가는데 여기에 캠핑장 있더라..

그런거 없을 것 같이 생겼는데 신기해서 놀라고 캠핑하면 입 돌아갈 날씬데 캠핑하는 사람이 있어서 또 신기.



마을 외곽에는 성당 + 학교가 있다.

대학 순례자 여권을 신청했으면 동네마다 있는 대학교에서도 순례자 여권 도장을 따로 찍고 

대학 카미노 완주했다는 인증서도 따로 준다는데 난 그런거 몰랐으니 패스.





돌 위에 뭐라 뭐라 써놨는데 뭐 모르겠다.



메세타는 아무것도 없다.

먼저 가는 사람, 지평선, 나 끝




밭 한가운데 저건 뭘까.

화장실은 아닌것 같고 아직도 궁금하지만 굳이 찾아보기에는 귀찮아서 패스.



앞만 보이는 길만 쭉 따라가다보면..



오늘의 중간 휴식지가 등장.

순례길 초반에도 이렇게 적응이 잘 되어있었으면 훨씬 행복했을텐데...ㅠㅠ

이제는 18km 정도는 12시 딱 되면 거뜬하게 들어온다.



점심먹고 출발.

오늘 지나갈 마을들, 내일 지나갈 마을의 거리, 지명이 써있다.



이 귀퉁이를 돌면 나오는 오늘의 목적지는 마을에 아무것도 없고 성당기사단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알베르게 하나다.

이름은 심지어 '자크 드 모레이' 


근데 이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자기 이름 걸고 장사에 환장한 사람들 보면서 밥상 엎을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사꾼들은 참 별로다.


딱 절반 왔다.

이제 남은거리 395km.

어느새 나의 순례 여행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분기점까지 참 열심히 잘 왔다.


여기 온다고 뭔가 달라지거나 깨달음을 얻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일러두고 싶다.


우리는 배트맨 비긴즈의 부르스 웨인이 아니고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아니며 순례길도 수련의 장소는 아니다.

생각을 비우는것, 일상에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체험을 하는 생활 피정 정도면 모를까.

나처럼 애초에 머리 비우러 온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은 추억, 경험을 하고 갈 수는 있는 길이다.






맥주 1 유로

알베르게 10 유로

저녁식사 10유로

또 맥주 1.80유로



22.8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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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매일매일 체감하고있다.

이걸 어떻게 걸어가냐... 생각했던게 언제냐는 듯 이제는 배낭도 별로 안무겁고 가볍게 걸어가는 내 모습이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이거 운하라고 한다.

태어나서 이렇게 생긴 운하는 처음본다. 

물가라 그런지 습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물가를 끼고 걸어서 그런가??

오늘의 여정 첫 시작은 상쾌하게 시작했다.

땀도 별로 안나고 쾌적하고 좋네.




한국에서보다 더 빨리 만난 벚꽃. 전에 페로돈 언덕 근처에서는 살짝 필락 말락 했는데 여기서는 만개했다.

그런데 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걷다가 쏘이면 나만 고생. 나만 손해.



양떼다. 

나는 강원도 양떼 목장도 안가봐서 이렇게 양떼가 몰려있는걸 보고 참 신기했다.

순례길 와서는 이렇게나 자주보는 풍경인데 ㅋㅋ

땅이 넓어서 그런지 목축업을 참 많이 한다.



얘는 어디가 아픈건지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있었다.

매에 매에 거리면서 무리만 쳐다보는게 조금 안쓰럽다.



조금 더 걷다보니 붕붕 윙윙 소리가 엄청나게 들린다.

과수원인가??

위에도 썻지만 쏘이면 나만 아프고 손해니까 빠르게 지나간다.



프로미스타 마을 광장

광장 한가운데에 무료 와이파이 안테나 빵빵한게 세개나 잡혀서 놀랐다.

시간도 점심 먹을 시간이라 가방에서 주섬주섬 음식을 꺼내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잘 있다고 소식도 전하고 잠시 쉬어간다.

이제는 걷는것도 완전 적응되서 20km 정도는 12시~12시 30분이면 온다.




동네에 이런 뼈대만 남은 문 같은거 많던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순레길의 중반에 해당하는 메세타 지역은 흙길에 적당히 자갈을 깔아놔서 날씨 상관없이 걷기 참 좋다.

물론 나는 메세타 지역 내내 땡볕이라서 날씨가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갈라시아 지방에 들어가서 메세타의 자갈길이 많이 생각났다.

갈라시아 지방은 소똥과 진흙의 콜라보가 만드는 혼돈. 파괴. 망가의 길......



오후 1시 50분. 시에스타 10분전 카리온 데 로스콘테스 도착.




이 동네는 예전에는 굉장히 큰 동네였다고 한다.

수도원도 있고 산타 클라라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도 있고...

지금은 인구가 줄어 폐교됐지만 학교도 두개.


일단 알베르게 체크 인을 하고 쉬어야 하는데


스페인 단체 아저씨. 아줌마들이 등장. 나랑 같은 방에 체크인.

오늘도 푹 쉬는건 망했다.


이 사람들은 말이 많고 엄청 시끄럽고 코도 왕창 곤다.


험난한 내일이 될 것 같다.





이동 중 식비 4.50 유로

알베르게 5 유로

식비 8.67 유로


16.37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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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에 길을 나선다는 건 해가 뜨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내 등 뒤에서 해가 뜨는 걸 직접 느끼고 걷다가 잠시 멈춰 선 후, 해뜨는 걸 지켜봤다.

해 뜨는 걸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길에서는 방향을 절대 잃을 일이 없다.

아침에 길을 나섰을 때 해는 내 등뒤에 떠 있다가 잠시 왼쪽으로 갔다가 목적지에 도착 할 때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진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 내가 걷는 방향 모두 서쪽에서 동쪽. 길 잃어버릴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걷기만 하면 되는 참 편안한 길.




해가 뜨고 얼마 안되어 도착한 산 안톤 수도원.




포장도로가 수도원을 가로지르는 참 신기한 모양새였다.

내 기억 속 수도원은 항상 외부와 구별이 확실해서 세상과 동 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하고 피정을 가면 그 점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연결되어있으니 신기할 수 밖에.



방향 표시석에 저 십자가. 성물방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만들어서 파는 거라고 한다.

성당 기사단 관련된거였나? 뭐라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다녀오고 3년이나 지났으니 기억이 안날 법도 하고... 한번 더 가야하나??ㅋㅋ



산 안톤 수도원을 지나오고 나서 겁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저 산 위에 건물은 무엇이며 마을은 어째서 산 아래에 펼쳐져 있는건가...두둥...



걱정을 안고 들어간 마을은 생각보다 별 거 없는 전형적인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이다.

오래된 성당 있고 사람들 거의 안보이고 바에 들어가면 와이파이 터지고 도장 찍어주는 순례길 마을.



여기가 원래 이 동네 성당인데 너무 지은지 오래되서 시설물 낙후로 위험해서 바로 옆에 다른 성당을 지어서 쓰고 있다고 한다.

보수해서 박물관으로 만들던지 한다던데.... 못 알아들음 ^^



이제 다시 메세타의 시작이다.

아. 약간의 등산과 함께. 마을 밖에서 보던대로 압박감이 드는 산타기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슬슬 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오전에 적당한 이런 등산이라면 뭐.... 나쁘진 않다.




오늘도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

여기와서 좋은것 중 하나는 탁 트인 풍경 원 없이 보고 걸어다니는 일이다.

고도가 기본적으로 높은 스페인 북부여서 그런가??

내 시력이 좋아진게 아닐텐데 시야가 참 넓다. 그리고 맑아서 좋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찍어본 것 같다.

해가 너무 내리 쬐지만 않았다면 이거 찍을때 누워서 하늘 좀 보다 갔을텐데 오늘도 29.5km 걸어야하고 햇빛이 장난이 아니라서 패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내리막을 돌아서 나오면 이렇게 탁 트인 시야.

난 이렇게 멀리까지 보이는게 좋더라.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제는 힘들다는 생각도 그다지 안든다.

길 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걷는 일 밖에 안했는데 나는 이때가 너무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살다가 답답하거나 힘들었던 날에 잠이 들면 가끔 이때 걷던 풍경이 꿈에 나온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본 좋았던 풍경으로 아직 버티는것 같을때가 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거의 다 도착했을때 등장한 벤치와 비석.

팔렌시아주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럼 곧 순례길 위 마지막 대도시 레온이 나오겠지.

첫 날 피레네를 돌아갈때만 해도 막막했는데 어느새 절반 지점에 다 와간다.

메세타가 곧 끝날거라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좋다.

좋으면서 싫은 이 애매한 기분은 정말 길 말고 아무것도 없어서 그럴지도...



비석이나 유적에 낙서하는건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하는 건가보다. ㅋㅋㅋㅋ

여기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서 더 이상의 사진은 없고 일기만 남아있다.



이 날 알베르게에는 스페인 단체 일행이 들어왔는데 떠드는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가히 예술적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순례자 메뉴를 먹었는데 이 스페인 일행들 때문에 플러그가 모자라서 충전을 제대로 못해서 사진이 없다.



알베르게 4유로.

식사       9유로

음식       2,40유로

총 15.4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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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나가는 날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아침에 너무 힘들다.

첫 번째. 지난 밤 편안한 잠자리와 좋은 식사.

두 번째. 도시가 너무 커서 빠져가나는데 한두시간은 각오해야 한다는 점.



그래도 떠나는 이유는 목적지가 있으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동 트는 시간에 걸어나가는 느낌은...음.. 가끔 새벽미사 드리러 갈 때 느낌이랑 비슷한것 같다.

더 자고 싶은데 참고 가야하는것도 그렇고 막상 나가면 괜시리 좋은거?



부르고스가 안끝난다.... 너무 일찍 나와서 아침을 먹을만한 카페도 안열었고...마치 일요일 새벽 같은 분위기.




오전 10시쯤 타다죠스 도착. 대략 8km를 3시간만에 왔다.

역시 사람은 아무 생각을 안할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것 같다.

여기 카페에 들어가서 늦은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메세타를 향해 출발. 



메세타의 시작은 이 돌산을 걸어 올라가는것부터 시작이다.

비가 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 산은 비가오면 걸어 올라가기가 참 힘들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쨍한 날씨가 좋다.

근데 원래 스페인 북부에 독수리가 사나??


산 올라가는데 뻥 안치고 엄청 큰 독수리? 같은 맹금류 들이 막 떼 지어서 날아다니느데 솔직히 조금 지릴뻔..ㄷㄷ



메세타 걷는 사람들은 이 나무 꼭 찍길래 나도 찍어봤다.

이 넓은 고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혼자 걷는 나랑 처지가 참 비슷한것 같아서 많이 외로워 보였다.



쟤는 몇 살이나 된 나무일까. 언제부터 혼자 있었을까.



순례길을 떠나면서 걷는 중에는 동행 없이 혼자 걷기로 다짐했었다.

여러가지 일로 마음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내 버킷리스트 속 순례길은 꼭 혼자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힘든 길이라는건 수 많은 검색과 자료 수집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기 위해 생장에서부터 매일 묵주 기도를 올리면서 걸었다.

물론 각자의 카미노는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옳다는건 없다.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그 때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왁자지껄하게 걸어보고 싶다.



길 옆에는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색이 될지 궁금하게 생긴 흙이 쫙 깔려있다.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기간, 엄밀히 말하면 겨울 카미노의 끝자락이라서 이렇게 쓸쓸한 풍경밖에 못 보는데 부활절 이후에 메세타 고원 양 옆에는 유채꽃밭이라고 한다.

나 자체가 그렇게 밝고 예쁜 사람은 아니라서 이것도 뭐 나쁘진 않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음... 두 시간 더 가면 저기 도착하겠구나.



그리고 정확히 1시간 52분 뒤 도착.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은 점심 먹고 쉬어가기 딱 좋은 시간.




날씨가 상쾌하게 좋아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무 벤치에나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쉬는것도 참 좋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늘을 본 적도 없고 봐도 고층 건물, 교회 십자가, 전봇대, 전선 등 그냥 보기에 좋은 풍경은 아니라서 잘 보지도 않았었지.



이제 다시 출발이다.

하루종일 이런 풍경들만 바라보니까 잡 생각도 많이 안들고 잡 생각이 없으니까 마음이 참 평화로웠다.

순례길 끝나고 한국가서도 이 마음가짐으로 살면 참 좋겠지만... 그럴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오늘의 목적지가 슬슬 보일 때도 되었는데 노란 화살표도 안보이고 계속 같은 길만 펼쳐진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뱀의 길 같다. 

오늘 목적지 도착하면 계왕님 만나서 원기옥 배우는건가...? 

슬슬 지쳐가고 어딘지도 모르겠는 와중에 뻘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음... 여기서도 앞에 마을 같은건 안보이니 오늘은 틀렸구나...

잡 생각은 관두고 묵주기도나 더 하면서 걷기로 하는데 뒤에서 나한테 말을 건다.

키가 크고 마른 금발 청년이 내 묵주를 보고 이거 로사리오냐고 묻는거 같긴 한데 이 친구 말이 독특하다.

처음 들어본 억센 억양. 영어도 안되고 저 친구가 하는 이탈리아 말은 내가 모르고 스페인어는 둘 다 모르고..

서로 어설픈 영어와 몸짓을 섞은 우리의 괴이한 10분간 대화 속에서 서로 알게 된 건 둘 다 카톨릭 신자고

둘 다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걷고 있고 폴란드 사람, 한국 사람이라는것. 


서로 부엔 카미노를 외쳐주고 폴란드 청년은 빠르게 나는 천천히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다시 걷는다.



윈도우 배경화면 같다.

경치 하나는 진짜 예술인것 같다. 새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풀 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참 좋다.



진짜 이쯤에서 오늘 목적지가 나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보여서 큰일났다. 나 진짜 어떡하지??

여기서 노숙하는건 안되는데..... 절망감이 들기 시작하던 이 때 한걸음 더 앞으로 내딛어보니.




이렇게 언덕아래에 숨겨진 오늘의 목적지 온타나스가 거짓말 같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쫓다가 진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이 황량한 고원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다니!!!




기쁜 마음에 알베르게를 향하여 걸어간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부터 하고 찬 물에 발을 담근 채 맥주 한캔을 마시고 내일을 향해 휴식.





알베르게 5유로

식재료 7.80 유로

맥주 1.30 유로

커피 1.20 유로

물    0.60 유로

총 15.9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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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르고스까지만 갈 예정이다.

16km 조금 넘는 길이라 12시 전에는 도착 할 것 같다.

대도시인 만큼 여유있게 동네 구경도 하고 싶었고 살면서 명동성당만 딱 세번 가봤기에 부르고스 대성당 처럼 거대한 대성당을 천천히 오래 보고 싶었다.


그리고 12시 조금 넘어서 부르고스 도착.

그러나....



구 시가지를 에워싸는 신 시가지의 도시 형태로 부르고스 들어와서 4km 정도 걸었다.

팜플로냐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대도시가 갑자기 확 나타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순례길을 걷는 RPG 게임의 주인공이었는데 갑자기 게임 밖으로 튕겨 나왔고 튕겨 나온 후에 주변을 보니 그냥 유럽의 한 번화가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적응이 안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구 시가지에 도착.



요기를 지나가면 부르고스 대성당이 나오고 주변에 알베르게가 모여있다.

다시 순례길의 세계로 로그인 한 기분.



알베르게 앞 쪽에서 본 부르고스 대성당 후면.

알베르게가 킹왕짱 좋아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2시에 문여는 알베르게를 12시 30분에 문을 열러줄리가..

하는 수 없이 근처 술집에서 시간이나 떼우려고 했는데 생장에서 부터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여기서 다 만나버렸다.


그렇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술을 한잔씩 시키다가...... 

알베르게 문 열리고 겨우 들어가고 씻고 잤다.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완벽한 시에스타....

일부러 조금 걸으면서 성당 구경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망했다.




숙취로 아픈 머리를 달래고 뒷산을 아주 조금만 올라가면 부르고스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술 깨는데 좋다는 말에 올라가는데.... 속았다. 

무슨 조금만이 땀 뻘뻘 흘릴 정도냐...ㄱ-


그래도 그렇게 올라가서 좋은 구경은 했다.





DSLR을 들고 갔으면 오래도록 볼만한 사진을 하나 남겼을텐데...

(하지만 무거웠겠지...매우....)






잠시 구경하다가 하산(...)

알베르게를 들어가보니까 옛날 사진들에 글귀에 뭐에 잘 꾸며놨다.

스페인 학생들이 과제를 하러 온건지 셋이서 순례자들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뭔가 하고있다.

한명은 질문을 하고 한명은 녹음을 하고 한명은 받아적고.


앉아서 구경하는 겸 무슨 말들을 하나 들어보려고 했는데(당연히 잘 못알아들음)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때 로비에 있던 동양인이 나 혼자여서 신기했는지 나한테 왔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직전에 얘네랑 인터뷰를 한 할배가 독일에서 온 교수라서 영어를 잘 해서 통역을 해줬다.

왜 왔냐. 혼자 왔냐. 기회가 된다면 또 올거냐. 이런 평험한 질문들이었다.

문제는 평범한 질문에 평범하게 대답하면 되는데 영어도 스페인어도 능숙하지 못해서 답이 힘들었을뿐.



인터뷰가 끝나고 시에스타도 끝났고 배고 고파져서 겸사겸사 부르고스 구경에 나섰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옛날 만화중에 태양의기사 피코라고 있다.

거기서는 성들이 거인으로 변해서 싸우는데 막 거인으로 변해서 싸울것 같이 생겼다.

성당 앞 광장도 넓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화구 펼쳐놓고 그림 그리고 싶은 성당이었다.



부르고스 성당은 앞 부분은 개방되어있고 안쪽은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이 가능한데 순례자 여권이 있으면 공짜다.

다만 내가 순례자 여권을 안들고 나왔고 폐장 시간이 가까워져서 여기까지만...

이때부터 순례자 여권은 무조건 들고 다닌다.



성당 광장을 빠져나와서 구시가지 정문.

옛날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펜스도 안쳐놓고 저렇게 잘 조화를 이뤄서 사는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면 일단 펜스로 막고 보수는 시멘트 부어서 하다가 망하겠지.



어느새 해가 진다.

자 이제 저녁을 먹어보자. 오늘의 저녁메뉴는 라면정식. 

부르고스 가면 라면 판다고 해서 위치는 미리 찾아놨고 슬슬 라면 같은게 땡기던 시점.



심지어 쌀밥도 준다.

맛은 그냥 신라면. 내가 스페인어를 더 잘했다면 새로운 라면 레시피를 알려줬을텐데 조금 밍밍해서 아쉽지만 론세스바에스 이후 처음 먹는 라면이라서 신나게 먹었다.

아! 라면 사먹는데 라면 나오기 전에 바게트 빵도 준다. 

이 동네 사는 스페인 사람들은 매워서 잘 안먹는다고 하더라.



배도 채웠고 이대로 들어가서 자기 좀 아쉬운 마음에 산책을 해본다.




이렇게 성벽이 밝게 빛나는게 엄청 신기했다.

멀리서 불빛을 쏴서 성벽 전체가 빛을 반사시켜서 빛나는 원리 같았다.



부르고스 대성당이 이렇게 빛이 들어오더라.

성당 자체에서 불이 들어오는건 하나도 없고 성당 벽 아래 땅에 저렇게 등 심어놓은게 전부인데 이렇게 밝은게 진짜 신기했다.

그러나 일교차가 심해서 급 추워진 관계로 야경을 더 볼 수 없었다. 아쉽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밤에 이 순서로 밝아진다.



어느새 순례길 일정의 3분의 1 지점이다.

내일부터 순례길 풍경의 정점을 찍는 메세타 고원에 들어간다.





알베르게 5유로

점심식사 6유로

다음 날 식재료 6유로

저녁식사 8유로

커피 2.4유로

술값 기억안남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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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 3분의 1 지점 부르고스에서 쭉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늘 부르고스 근처까지만 걸어가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이상하게 푹 잠들지 못해서 비몽사몽간에 짐 챙겨서 걷기 시작. 




시작부터 즐거운(?) 등산. 의외로 올라가는 길이 짧아서 이런 경치도 감상 할 수 있었다.

새벽이나 아침 일찍 산 올라가면 풀냄새가 난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정표에 없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와 부르고스 사이 작은 마을이 목적지.

어느새 산티아고 콤프스텔라까진 526km가 남았다고 한다.

내일이 지나면 400km대로 내려가겠지.



비포장길이 자갈길로, 자갈길 위에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스페인 내전 희생자 추모비.




산 중간에 있어서 사람이 오기 어려운 지역 같은데 생화가 있다.

비석이나 주변 상태를 보면 누군가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것 같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은 억울할 것이고 그 가족은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갈것이다.



희생자 비석을 지나면 다시 비포장길. 

개발을 하려는 듯 나무가 베어져 있고 굴삭기, 트럭 바퀴 자국이 많이 나있다.

중간중간 물 웅덩이랑 진흙지대도 넓게 펼쳐져 있어서 짜증도 증가.

당연히 그늘은 없다. 



길었던 산길이 끝날 때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입구가 보인다.



여기 성당도 유서깊은 성당이라고는 하는데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곧 있을 부활절에 맞춰 끝낼 거라고 한다.



성당 한가운데 성모상이 있는게 특이했다.

이 성당은 조명이 따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오래된) 성당들에 비해 엄청 환했는데



이렇게 사방에 빛이 들어오는데 저 빛들이 중앙에 성모상을 비추고 성당 중앙에 빛이 모이는 구조라 해가 지기 전에는 따로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 저녁 미사는?...)



반나절 동안 산행을 하느라 지쳤기도 하고 오늘은 갈 길이 그렇게 멀지가 않아서 점심먹고 밍기적 거리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 중간에 루트를 변형시켜서 길 위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

원래 예정대로면 산 후안데 오르테가, 혹은 다음 마을 아혜스에서 오늘 일정을 마쳐야 하는데 시간대도 애매하고 길 위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친절하게도 나무에 페인트칠을 해놨다. 

여기서 길을 잃을리는 없겠지만 너무 탁 트인 와중에 방향 표시가 없으면 불안할테니까 그려놓은 누군가의 배려겠지.



나무를 지나서 얼마 되지 않아 아혜스 도착. 시간은 13시 10분. 



산티아고까지 518km.

루트를 변형하는 바람에 여긴 지나쳤지만 다음에 또 카미노를 걷는다면 여기서 하루 쉬어보고 싶은 마을이다.

동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알베르게 세 곳 주인 모두가 출처를 알 수 없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다른 동네에 비해 많이 유쾌하시다.

동네 자체의 유쾌함에 끌려서 여기서 오늘은 끝내볼까? 생각도 했지만 부르고스를 좀 이른 시간에 들어가서 동네 구경을 해보고 싶어서 계속 걷기로 한다.



아혜스에서 아타푸에르카는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아타푸에르카 고원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초코바하고 물을 다시 샀다.

오후 2시 가까운 시간에 고원 등반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다.



고원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왼쪽에는 지뢰밭, 오른쪽은 포도밭. 오늘 걸어가는 구역은 스페인 내전 당시 격전지였던 것 같다.



푼토 데 비스타. 십자가. 해발 1070m.



이 위에서는 부르고스가 보인다.

부르고스까지 가는 길에 지나갈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철조망이 처진 방송탑, 넝마처럼 파헤쳐진 광산이 보인다.



조금 더 앞으로 가보면 누군가 돌로 이렇게 만들어놨다

여기가 현생인류 출현단계 쯤? 에서 거주구역이였나 암튼 엄청난 유적지라고 한다.

그리고 고원이라 그런지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물론 뭐라고 써놨는지 알 수가 없다. -_-;;



여기서 알아듣는 단어는 부르게테, 몬테스 데 나바라, 에스파냐 비스타 정도. 뭐라고 써놓은걸까.



나중에 한국와서 보니까 역광. 

오늘 걸어온 길은 물론 앞으로 갈 길까지 다 보이는 곳이라 이정표가 3방향으로 서있다.



이정표는 역시 노란 화살표가 정감있고 좋다. 

이제는 눈에도 잘 들어온다.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 갈 일이 남았다.

눈에 보인다고 가까운게 아니다. 그리고 여기 올라오면서 묘하게 십자가의 길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탓이겠지.



고원을 내려와서 두번째에 있는 마을 우물.

이거 로마시대부터 있었던건데 2천년동안 물이 마르지 않고 나온다고 한다.



카르데뉴엘라로 가는길에 있는 알베르게 홍보 버스화(?) ㅋㅋ

태극기가 반가웠다.




카르데뉴엘라 도착.

마을 주점 벽에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이다.

모든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혼자 잘 거 같다. 동네 위치가 애매하니까 혼자 알베르게를 쓰게 됐다. 1인실이라니 좋군.



샤워를 하고 밥 먹으러 가면서 성당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너무 오래되어 보수중이라 내부는 못 들어가고 외부만 구경. 어지간히 오래되긴 했나보다. 



한국에서 겨울 끝자락에 출발했고 스페인에서도 겨울이었는데 어느새 봄.

나만 혼자 다른 세상에서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신차려 보니까 계절이 바뀌어 있다. 



오늘의 순례자 메뉴. 저 위에 닭죽 생긴건 별론데 먹어보면 엄청 맛있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와인을 넣어서 어떻게 끓인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만든건지 신기.

아래 저 고기는 토끼고기. 약간 질기긴 하지만 평소에 자주 먹는 소, 닭, 돼지와는 다른 쫄깃한 식감이 있다.

느끼한건 함정.



내일은 부르고스에 들어간다.

15km 정도 걸을 거 같은데 하루 푹 쉬고 남은 거리, 날짜 배분을 다시 해봐야겠다.

피니스테레를 갈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 내가 언제 대서양 끝 바다를 가보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래도 전체 일정 수정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알베르게 5유로.

식사     8유로.

음료     2.90유로.

15.9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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