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시아가 가까워 질 수록 날씨가 좋지 않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으니 아침을 시작할 때 체력도 회복이 잘 안된 상태로 시작.



페라다 다리. 

이 동네도 부르고스 만만치 않게 사이즈가 큰 동네였다.

도시 빠져나오는데 40분 정도 걸렸고 이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이 날의 사진은 별로 없다.



비가 와서 사진도 안찍고 걷고 또 걸었다.

농장 옆 길, 공장 옆 길, 도로 옆 길 2시간 정도 걸었을까 카카벨로스에 도착했다.

식당 겸 바 (Restaurante Parrillada Maite)에서 잠시 쉬면서 조금 빠른 점심 식사를 했다.

아침부터 비를 맞아서 너무 힘들었다.



하늘이 맑아보이는데 그렇지 않았다.

발이 푹푹 들어갈 정도로 비가 많이 왔고 사진을 찍는 중에도 그렇게 비가 많이 왔다.



스페인은 포도밭이 많다.

포도 밭 너머 저 멀리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가 보인다.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5km 정도 더 가면 저기 도착이다.

오늘은 원래 28km 정도 걸어서 페레혜(Pereje)까지는 갈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영...



마른하늘에 비 쏟아지는게 이런 날씨다.

저런 하늘 나오면 비 그치고 해가 떠야하는데 그런거 없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도착.

보통 1시쯤되면 비 그치는데 이 날 비는 다음 날 새벽까지 퍼부었다.


여기서 5km를 더 걸어가려는 일정도 악천후를 고려하여 여기서 정지.

공립 알베르게는 골목으로 요리조리 들어가야해서 편의 상 아베 페빅스라는 알베르게를 갔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건물들도 무지 낡았고 스페인 그룹들이 엄청 많이 들어갔는데 코고는 소리가.......하......

식사도 주문 받아서 나오는 방식인데 주문 다 틀리고 폰세바돈처럼 맛있지도 않았다.


다음 날이면 드디어 순례길에서 마지막으로 산을 넘는 날이며 오랜만에 30km 넘게 걷고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그런데 제대로된 식사와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 망했어요)


여기 성당이 그렇게 분위기 있다는데 너무 힘들어서 알베르게 밖으로 나가 볼 생각도 안했다.

다시 순례길 걷는다면 공립 알베르게나 호스텔에서 자고 동네 구경 제대로 다시 해볼 곳 중 하나.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는데 동네 참 예쁘더라)




커피 2 잔 : 3유로

점심식사 : 5유로

알베르게 : 5유로

저녁식사 : 7유로

총 20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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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많이 껴서 지난 밤에 별은 못 봤고 순례길 중 가장 아름다웠던 폰세바돈의 새벽은 봤다.

날이 흐리고 춥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동네라서 그런가?? 어제 아침과는 다른 기후다.



오늘은 철 십자가를 지나 폰페라다까지 가는 일정.



평소라면 해가 떠야하는데 구름에 모든것이 가려져 있다.

폐허와 같이 보이지만 지금도 간혹 꿈에 나오는 폰세바돈 마을.



출발 할 때는 해가 조금 뜨려고 했는데 잔뜩 흐려지고 가랑비가 온다.

다행스럽게도 눈으로 바뀌진 않았다.



저 멀리 철 십자가의 모습이 보인다.



철 십자가 (Cruz de Fero).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상징 중 하나이며 프랑스 길에서 해발 고도가 제일 높은 곳에 도착했다.

십자가 아래에는 각 나라 언어로 적힌 돌맹이와 사연이 담긴 편지, 사진 등이 산재하여있다.

이 장소의 의미는 자기가 지고 있는 마음의 짐, 욕심, 후회를 내려놓는 곳이라고 한다.


철 십자가 아래에서 짧은 기도라도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순례길 중 비를 피할 곳이 없으면 차라리 걷는게 낫다. 우비가 있어도 옷은 어차피 젖기 마련이고 체온마저 내려가면 답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동해서 휴식 공간을 찾는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지 조금 뒤에 '알베르게' 만하린이 나온다.

다 쓰러져가는 사당 같지만 무려 알베르게. 

성당 기사단의 전통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한다고 하여 보일러, 전기 그런거 없다.

화장실도 극 자연주의로 수풀에서...ㅋㅋ


주로 철십자가를 지나 온 순례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곳으로 따듯한 음료와 간식은 자율 기부제로 운영중이다.


알베르게 입구이자 간판에는 온갖 언어들로 가득차있다.

산티아고까지 222km 남았다는 말이 보인다.



반대편 산 능선은 안개가 자욱하다.

비는 어느샌가 다시 가랑비로 체급이 떨어졌다.



비가 잦아들면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안개와 추위, 젖은 옷의 삼박자 조합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아침에 출발한지 3시간도 안됐는데 물 먹은 솜 같이 무거워지는 몸.



갑자기 길이 험난해지고 날은 더 추워졌다.

비가 와서 자갈길도 엄청 미끄럽지만 내 발 아래에 구름이 껴있고 만성 비염 환자가 이렇게 상쾌하게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반쯤 흥분했던 것 같다.

몸이 힘들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환경인데 기분은 엄청 좋았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시야가 조금 걷히더니 마을이 나왔다.

마을 이름은 엘 아세보(El acebo).

산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 지붕들이 기사들 갑옷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산 중턱인데 갑자기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잡혔다. 

(마을로 내려갈수록 신호가 약해졌다.)



마을 입구로 왔는데 날씨에 마을 입구 모양새가 영 유령마을 같다..

여기까지 11km 밖에 못 걸었지만 일단 몸을 녹일 생각과 낙천후에다 걸어갈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으면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할 두 가지 생각으로 카페를 찾았다



마을은 그다지 크지는 않아서 금방 카페를 찾아서 젖은거 죄다 말리기 시작.

친절한 주인이 난로 앞에서 젖은 장갑, 우비를 같이 널어준다.

와이파이로 날씨를 찾아보고 비가 곧 그칠거라는 소식에 더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엘 아세보를 나오니까 비는 그쳤다. 우비를 벗으려다가 바람이 너무 불어서 그냥 당분간 입기로 했다.



엘 아세보가 보였던 것 처럼 저 멀리 몰리나세카가 보인다.

거리상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저기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내리막길만 걸어와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 내려온것 같으니 이렇게 몰리나세카 입구가 짜잔.



여기서부터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기도 했다.

(3분뒤에 바로 비가 와서 그렇지 해가 나긴 한다.)



비 피하고 몸 말리느라 시간을 좀 써서 그렇지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출발

그냥 몰리나세카에서 마무리 할 걸 그랬나 사실 후회 좀 했다.



저 신발 방향표시석 위에 공구리 친 줄 알았는데 진짜 신발이었다.



폰페라다 근교 도착. 근데 이길로 오면 폰 페라다 시내까지 한참 돌아서 가는 길이었다.

다시 가면 저 신발 올려져있는 방향표시석 지나서 차도 따라서 갈 거다.

1.3km면 끝날 길을 괜히 4km나 돌아서 갔다.

돌아가면서 유적지나 뭐 볼 게 있으면 몰라 그냥 시가지...ㄱ-


마지막에 돌고 돌아 폰 페라다 입성.

대도시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동네가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북부 교통 허브이자 큰 쇼핑몰도 있는 큰 도시였다. ㄷㄷㄷ



알베르게 들어가서 짐 풀고 씻고 돌아다니다가 성 발견.

입장시간 지나서 들어가보지는 못함.


하루종일 비오고 바람 불더니 하늘이 맑아졌다.



저녁 먹을 식재료 대충 구입해서 알베르게로 돌아가는데 벽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에 나올 것 만 같은 그림체.

오늘 비를 너무 맞아서 우비가 마를 것 같지가 않으니 내일은 비가 오면 일찍 마무리 해야겠다.



아침식사 : 3.5 유로

커피 (기부) : 1.5유로

커피 + 빵 : 2유로

점심식사 : 6유로

식재료 + 술 : 8.11 유로

총 21.11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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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결혼 좀 하느라 안올렸는데 다시 업로드 시작합니다.





어김없이 해 뜨기 시작할 무렵 출발.

오늘은 폰세바돈까지 간다.




아스토르가는 작은 도시 같았는데 막상 걸어보니 빠져나가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분명 어제까지는 날이 쌀쌀하지는 않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걸어가면 갈 수록 쌀쌀하다.




그래도 가볍게 10km쯤 걷고 숨 좀 돌리고 다시 출발. 

이때는 지금부터 험난한 하루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구름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화창했고 길도 걷기 좋은 흙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소리까지 딱 이때까지는 좋았는데...



산타 카타리나 도착.



마을 입구가 특이하게 생겼다. 

오늘은 여기서 점심식사. 마을 건너편에 눈 덮힌 산이 보이긴 했는데 내가 저기를 갈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점심먹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분명 오늘 아스토르가를 나올 때에는 봄바람이 불었는데??



그리고 라바날 데 카미노라고 써 있는 이정표 앞에서는 먹구름이 꼈다.

이 날씨면 100% 눈올것 같은데 피레네를 우회하다 눈에 파묻혀 죽을뻔한 순례길 첫 날이 떠올랐다.

여기서부터 날씨는 다시 초겨울. 겨울 날씨를 시작해서 봄 날씨 속을 걷다가 다시 겨울이 되니 더 춥다.



걷다가 옆을 보니 저 멀리 산에 눈이 쌓여있는게 보인다.

괜히 오늘따라 더 황량한 느낌이 든다.



사진만 보면 눈 오기 직전 같은 날씨라는게 전혀 실감이 안나지만..





오르막길 조금 올라가니까 바로 이렇게 눈이 쌓여있다.

순례길와서 눈 보고 좋았던 적 단 한번도 없는데 슬슬 남은 일정이 걱정된다.

스페인은 유럽 남부로 알고있는데 곧 4월되는 판에 이 무슨...



오늘 오르막길은 다 올라온 것 같다. 

점심먹은 산타 카타리나 이후 계속 오르막길만 반복이었는데 평지다. 

대신 올라올 만큼 올라와서 추운게 함정.



이 코너만 돌면 오늘 걷기도 끝



오늘의 목적지 폰세바돈 도착. 

페허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 비주얼.

스페인 북부가 아니라 네팔 인근 느낌이 들지만 이런 활량함도 나쁘진 않았다.

여기서 3~4km 정도 가면 나오는 '철 십자가'를 여유있는 시간대에 보고 싶어서 오늘의 목적지로 정했다.



여기가 밤에 별이 그렇게 잘 보이고 일출이 예술이라는데 기대된다.

저녁식사는 알베르게에서 단체로 주문 받아서 만들어준다.

여기는 슈퍼도 뭐도 없어서 그냥 주문하고 씻고 쉬는걸로 일정 마무리.

내일은 철 십자가를 지나 성당 기사단의 성이 있는 폰 페라다까지 갈 예정이다.



커피, 맥주 : 2.70 유로

맥주 : 1.50 유로

알베르게 : 5.00 유로

저녁식사 : 9.00 유로

-총 18.20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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