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매일매일 체감하고있다.

이걸 어떻게 걸어가냐... 생각했던게 언제냐는 듯 이제는 배낭도 별로 안무겁고 가볍게 걸어가는 내 모습이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이거 운하라고 한다.

태어나서 이렇게 생긴 운하는 처음본다. 

물가라 그런지 습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물가를 끼고 걸어서 그런가??

오늘의 여정 첫 시작은 상쾌하게 시작했다.

땀도 별로 안나고 쾌적하고 좋네.




한국에서보다 더 빨리 만난 벚꽃. 전에 페로돈 언덕 근처에서는 살짝 필락 말락 했는데 여기서는 만개했다.

그런데 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걷다가 쏘이면 나만 고생. 나만 손해.



양떼다. 

나는 강원도 양떼 목장도 안가봐서 이렇게 양떼가 몰려있는걸 보고 참 신기했다.

순례길 와서는 이렇게나 자주보는 풍경인데 ㅋㅋ

땅이 넓어서 그런지 목축업을 참 많이 한다.



얘는 어디가 아픈건지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있었다.

매에 매에 거리면서 무리만 쳐다보는게 조금 안쓰럽다.



조금 더 걷다보니 붕붕 윙윙 소리가 엄청나게 들린다.

과수원인가??

위에도 썻지만 쏘이면 나만 아프고 손해니까 빠르게 지나간다.



프로미스타 마을 광장

광장 한가운데에 무료 와이파이 안테나 빵빵한게 세개나 잡혀서 놀랐다.

시간도 점심 먹을 시간이라 가방에서 주섬주섬 음식을 꺼내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잘 있다고 소식도 전하고 잠시 쉬어간다.

이제는 걷는것도 완전 적응되서 20km 정도는 12시~12시 30분이면 온다.




동네에 이런 뼈대만 남은 문 같은거 많던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순레길의 중반에 해당하는 메세타 지역은 흙길에 적당히 자갈을 깔아놔서 날씨 상관없이 걷기 참 좋다.

물론 나는 메세타 지역 내내 땡볕이라서 날씨가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갈라시아 지방에 들어가서 메세타의 자갈길이 많이 생각났다.

갈라시아 지방은 소똥과 진흙의 콜라보가 만드는 혼돈. 파괴. 망가의 길......



오후 1시 50분. 시에스타 10분전 카리온 데 로스콘테스 도착.




이 동네는 예전에는 굉장히 큰 동네였다고 한다.

수도원도 있고 산타 클라라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도 있고...

지금은 인구가 줄어 폐교됐지만 학교도 두개.


일단 알베르게 체크 인을 하고 쉬어야 하는데


스페인 단체 아저씨. 아줌마들이 등장. 나랑 같은 방에 체크인.

오늘도 푹 쉬는건 망했다.


이 사람들은 말이 많고 엄청 시끄럽고 코도 왕창 곤다.


험난한 내일이 될 것 같다.





이동 중 식비 4.50 유로

알베르게 5 유로

식비 8.67 유로


16.37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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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에 길을 나선다는 건 해가 뜨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내 등 뒤에서 해가 뜨는 걸 직접 느끼고 걷다가 잠시 멈춰 선 후, 해뜨는 걸 지켜봤다.

해 뜨는 걸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길에서는 방향을 절대 잃을 일이 없다.

아침에 길을 나섰을 때 해는 내 등뒤에 떠 있다가 잠시 왼쪽으로 갔다가 목적지에 도착 할 때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진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 내가 걷는 방향 모두 서쪽에서 동쪽. 길 잃어버릴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걷기만 하면 되는 참 편안한 길.




해가 뜨고 얼마 안되어 도착한 산 안톤 수도원.




포장도로가 수도원을 가로지르는 참 신기한 모양새였다.

내 기억 속 수도원은 항상 외부와 구별이 확실해서 세상과 동 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하고 피정을 가면 그 점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연결되어있으니 신기할 수 밖에.



방향 표시석에 저 십자가. 성물방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만들어서 파는 거라고 한다.

성당 기사단 관련된거였나? 뭐라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다녀오고 3년이나 지났으니 기억이 안날 법도 하고... 한번 더 가야하나??ㅋㅋ



산 안톤 수도원을 지나오고 나서 겁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저 산 위에 건물은 무엇이며 마을은 어째서 산 아래에 펼쳐져 있는건가...두둥...



걱정을 안고 들어간 마을은 생각보다 별 거 없는 전형적인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이다.

오래된 성당 있고 사람들 거의 안보이고 바에 들어가면 와이파이 터지고 도장 찍어주는 순례길 마을.



여기가 원래 이 동네 성당인데 너무 지은지 오래되서 시설물 낙후로 위험해서 바로 옆에 다른 성당을 지어서 쓰고 있다고 한다.

보수해서 박물관으로 만들던지 한다던데.... 못 알아들음 ^^



이제 다시 메세타의 시작이다.

아. 약간의 등산과 함께. 마을 밖에서 보던대로 압박감이 드는 산타기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슬슬 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오전에 적당한 이런 등산이라면 뭐.... 나쁘진 않다.




오늘도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

여기와서 좋은것 중 하나는 탁 트인 풍경 원 없이 보고 걸어다니는 일이다.

고도가 기본적으로 높은 스페인 북부여서 그런가??

내 시력이 좋아진게 아닐텐데 시야가 참 넓다. 그리고 맑아서 좋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찍어본 것 같다.

해가 너무 내리 쬐지만 않았다면 이거 찍을때 누워서 하늘 좀 보다 갔을텐데 오늘도 29.5km 걸어야하고 햇빛이 장난이 아니라서 패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내리막을 돌아서 나오면 이렇게 탁 트인 시야.

난 이렇게 멀리까지 보이는게 좋더라.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제는 힘들다는 생각도 그다지 안든다.

길 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걷는 일 밖에 안했는데 나는 이때가 너무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살다가 답답하거나 힘들었던 날에 잠이 들면 가끔 이때 걷던 풍경이 꿈에 나온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본 좋았던 풍경으로 아직 버티는것 같을때가 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거의 다 도착했을때 등장한 벤치와 비석.

팔렌시아주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럼 곧 순례길 위 마지막 대도시 레온이 나오겠지.

첫 날 피레네를 돌아갈때만 해도 막막했는데 어느새 절반 지점에 다 와간다.

메세타가 곧 끝날거라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좋다.

좋으면서 싫은 이 애매한 기분은 정말 길 말고 아무것도 없어서 그럴지도...



비석이나 유적에 낙서하는건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하는 건가보다. ㅋㅋㅋㅋ

여기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서 더 이상의 사진은 없고 일기만 남아있다.



이 날 알베르게에는 스페인 단체 일행이 들어왔는데 떠드는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가히 예술적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순례자 메뉴를 먹었는데 이 스페인 일행들 때문에 플러그가 모자라서 충전을 제대로 못해서 사진이 없다.



알베르게 4유로.

식사       9유로

음식       2,40유로

총 15.4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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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르고스까지만 갈 예정이다.

16km 조금 넘는 길이라 12시 전에는 도착 할 것 같다.

대도시인 만큼 여유있게 동네 구경도 하고 싶었고 살면서 명동성당만 딱 세번 가봤기에 부르고스 대성당 처럼 거대한 대성당을 천천히 오래 보고 싶었다.


그리고 12시 조금 넘어서 부르고스 도착.

그러나....



구 시가지를 에워싸는 신 시가지의 도시 형태로 부르고스 들어와서 4km 정도 걸었다.

팜플로냐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대도시가 갑자기 확 나타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순례길을 걷는 RPG 게임의 주인공이었는데 갑자기 게임 밖으로 튕겨 나왔고 튕겨 나온 후에 주변을 보니 그냥 유럽의 한 번화가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적응이 안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구 시가지에 도착.



요기를 지나가면 부르고스 대성당이 나오고 주변에 알베르게가 모여있다.

다시 순례길의 세계로 로그인 한 기분.



알베르게 앞 쪽에서 본 부르고스 대성당 후면.

알베르게가 킹왕짱 좋아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2시에 문여는 알베르게를 12시 30분에 문을 열러줄리가..

하는 수 없이 근처 술집에서 시간이나 떼우려고 했는데 생장에서 부터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여기서 다 만나버렸다.


그렇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술을 한잔씩 시키다가...... 

알베르게 문 열리고 겨우 들어가고 씻고 잤다.


스페인 와서 처음으로 완벽한 시에스타....

일부러 조금 걸으면서 성당 구경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망했다.




숙취로 아픈 머리를 달래고 뒷산을 아주 조금만 올라가면 부르고스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술 깨는데 좋다는 말에 올라가는데.... 속았다. 

무슨 조금만이 땀 뻘뻘 흘릴 정도냐...ㄱ-


그래도 그렇게 올라가서 좋은 구경은 했다.





DSLR을 들고 갔으면 오래도록 볼만한 사진을 하나 남겼을텐데...

(하지만 무거웠겠지...매우....)






잠시 구경하다가 하산(...)

알베르게를 들어가보니까 옛날 사진들에 글귀에 뭐에 잘 꾸며놨다.

스페인 학생들이 과제를 하러 온건지 셋이서 순례자들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뭔가 하고있다.

한명은 질문을 하고 한명은 녹음을 하고 한명은 받아적고.


앉아서 구경하는 겸 무슨 말들을 하나 들어보려고 했는데(당연히 잘 못알아들음)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때 로비에 있던 동양인이 나 혼자여서 신기했는지 나한테 왔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직전에 얘네랑 인터뷰를 한 할배가 독일에서 온 교수라서 영어를 잘 해서 통역을 해줬다.

왜 왔냐. 혼자 왔냐. 기회가 된다면 또 올거냐. 이런 평험한 질문들이었다.

문제는 평범한 질문에 평범하게 대답하면 되는데 영어도 스페인어도 능숙하지 못해서 답이 힘들었을뿐.



인터뷰가 끝나고 시에스타도 끝났고 배고 고파져서 겸사겸사 부르고스 구경에 나섰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옛날 만화중에 태양의기사 피코라고 있다.

거기서는 성들이 거인으로 변해서 싸우는데 막 거인으로 변해서 싸울것 같이 생겼다.

성당 앞 광장도 넓고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화구 펼쳐놓고 그림 그리고 싶은 성당이었다.



부르고스 성당은 앞 부분은 개방되어있고 안쪽은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이 가능한데 순례자 여권이 있으면 공짜다.

다만 내가 순례자 여권을 안들고 나왔고 폐장 시간이 가까워져서 여기까지만...

이때부터 순례자 여권은 무조건 들고 다닌다.



성당 광장을 빠져나와서 구시가지 정문.

옛날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펜스도 안쳐놓고 저렇게 잘 조화를 이뤄서 사는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면 일단 펜스로 막고 보수는 시멘트 부어서 하다가 망하겠지.



어느새 해가 진다.

자 이제 저녁을 먹어보자. 오늘의 저녁메뉴는 라면정식. 

부르고스 가면 라면 판다고 해서 위치는 미리 찾아놨고 슬슬 라면 같은게 땡기던 시점.



심지어 쌀밥도 준다.

맛은 그냥 신라면. 내가 스페인어를 더 잘했다면 새로운 라면 레시피를 알려줬을텐데 조금 밍밍해서 아쉽지만 론세스바에스 이후 처음 먹는 라면이라서 신나게 먹었다.

아! 라면 사먹는데 라면 나오기 전에 바게트 빵도 준다. 

이 동네 사는 스페인 사람들은 매워서 잘 안먹는다고 하더라.



배도 채웠고 이대로 들어가서 자기 좀 아쉬운 마음에 산책을 해본다.




이렇게 성벽이 밝게 빛나는게 엄청 신기했다.

멀리서 불빛을 쏴서 성벽 전체가 빛을 반사시켜서 빛나는 원리 같았다.



부르고스 대성당이 이렇게 빛이 들어오더라.

성당 자체에서 불이 들어오는건 하나도 없고 성당 벽 아래 땅에 저렇게 등 심어놓은게 전부인데 이렇게 밝은게 진짜 신기했다.

그러나 일교차가 심해서 급 추워진 관계로 야경을 더 볼 수 없었다. 아쉽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밤에 이 순서로 밝아진다.



어느새 순례길 일정의 3분의 1 지점이다.

내일부터 순례길 풍경의 정점을 찍는 메세타 고원에 들어간다.





알베르게 5유로

점심식사 6유로

다음 날 식재료 6유로

저녁식사 8유로

커피 2.4유로

술값 기억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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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 3분의 1 지점 부르고스에서 쭉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늘 부르고스 근처까지만 걸어가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이상하게 푹 잠들지 못해서 비몽사몽간에 짐 챙겨서 걷기 시작. 




시작부터 즐거운(?) 등산. 의외로 올라가는 길이 짧아서 이런 경치도 감상 할 수 있었다.

새벽이나 아침 일찍 산 올라가면 풀냄새가 난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정표에 없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와 부르고스 사이 작은 마을이 목적지.

어느새 산티아고 콤프스텔라까진 526km가 남았다고 한다.

내일이 지나면 400km대로 내려가겠지.



비포장길이 자갈길로, 자갈길 위에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스페인 내전 희생자 추모비.




산 중간에 있어서 사람이 오기 어려운 지역 같은데 생화가 있다.

비석이나 주변 상태를 보면 누군가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것 같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은 억울할 것이고 그 가족은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갈것이다.



희생자 비석을 지나면 다시 비포장길. 

개발을 하려는 듯 나무가 베어져 있고 굴삭기, 트럭 바퀴 자국이 많이 나있다.

중간중간 물 웅덩이랑 진흙지대도 넓게 펼쳐져 있어서 짜증도 증가.

당연히 그늘은 없다. 



길었던 산길이 끝날 때 산 후안 데 오르테가 입구가 보인다.



여기 성당도 유서깊은 성당이라고는 하는데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곧 있을 부활절에 맞춰 끝낼 거라고 한다.



성당 한가운데 성모상이 있는게 특이했다.

이 성당은 조명이 따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오래된) 성당들에 비해 엄청 환했는데



이렇게 사방에 빛이 들어오는데 저 빛들이 중앙에 성모상을 비추고 성당 중앙에 빛이 모이는 구조라 해가 지기 전에는 따로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 저녁 미사는?...)



반나절 동안 산행을 하느라 지쳤기도 하고 오늘은 갈 길이 그렇게 멀지가 않아서 점심먹고 밍기적 거리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 중간에 루트를 변형시켜서 길 위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

원래 예정대로면 산 후안데 오르테가, 혹은 다음 마을 아혜스에서 오늘 일정을 마쳐야 하는데 시간대도 애매하고 길 위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친절하게도 나무에 페인트칠을 해놨다. 

여기서 길을 잃을리는 없겠지만 너무 탁 트인 와중에 방향 표시가 없으면 불안할테니까 그려놓은 누군가의 배려겠지.



나무를 지나서 얼마 되지 않아 아혜스 도착. 시간은 13시 10분. 



산티아고까지 518km.

루트를 변형하는 바람에 여긴 지나쳤지만 다음에 또 카미노를 걷는다면 여기서 하루 쉬어보고 싶은 마을이다.

동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알베르게 세 곳 주인 모두가 출처를 알 수 없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다른 동네에 비해 많이 유쾌하시다.

동네 자체의 유쾌함에 끌려서 여기서 오늘은 끝내볼까? 생각도 했지만 부르고스를 좀 이른 시간에 들어가서 동네 구경을 해보고 싶어서 계속 걷기로 한다.



아혜스에서 아타푸에르카는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아타푸에르카 고원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초코바하고 물을 다시 샀다.

오후 2시 가까운 시간에 고원 등반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다.



고원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왼쪽에는 지뢰밭, 오른쪽은 포도밭. 오늘 걸어가는 구역은 스페인 내전 당시 격전지였던 것 같다.



푼토 데 비스타. 십자가. 해발 1070m.



이 위에서는 부르고스가 보인다.

부르고스까지 가는 길에 지나갈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철조망이 처진 방송탑, 넝마처럼 파헤쳐진 광산이 보인다.



조금 더 앞으로 가보면 누군가 돌로 이렇게 만들어놨다

여기가 현생인류 출현단계 쯤? 에서 거주구역이였나 암튼 엄청난 유적지라고 한다.

그리고 고원이라 그런지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물론 뭐라고 써놨는지 알 수가 없다. -_-;;



여기서 알아듣는 단어는 부르게테, 몬테스 데 나바라, 에스파냐 비스타 정도. 뭐라고 써놓은걸까.



나중에 한국와서 보니까 역광. 

오늘 걸어온 길은 물론 앞으로 갈 길까지 다 보이는 곳이라 이정표가 3방향으로 서있다.



이정표는 역시 노란 화살표가 정감있고 좋다. 

이제는 눈에도 잘 들어온다.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 갈 일이 남았다.

눈에 보인다고 가까운게 아니다. 그리고 여기 올라오면서 묘하게 십자가의 길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탓이겠지.



고원을 내려와서 두번째에 있는 마을 우물.

이거 로마시대부터 있었던건데 2천년동안 물이 마르지 않고 나온다고 한다.



카르데뉴엘라로 가는길에 있는 알베르게 홍보 버스화(?) ㅋㅋ

태극기가 반가웠다.




카르데뉴엘라 도착.

마을 주점 벽에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이다.

모든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혼자 잘 거 같다. 동네 위치가 애매하니까 혼자 알베르게를 쓰게 됐다. 1인실이라니 좋군.



샤워를 하고 밥 먹으러 가면서 성당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너무 오래되어 보수중이라 내부는 못 들어가고 외부만 구경. 어지간히 오래되긴 했나보다. 



한국에서 겨울 끝자락에 출발했고 스페인에서도 겨울이었는데 어느새 봄.

나만 혼자 다른 세상에서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신차려 보니까 계절이 바뀌어 있다. 



오늘의 순례자 메뉴. 저 위에 닭죽 생긴건 별론데 먹어보면 엄청 맛있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와인을 넣어서 어떻게 끓인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만든건지 신기.

아래 저 고기는 토끼고기. 약간 질기긴 하지만 평소에 자주 먹는 소, 닭, 돼지와는 다른 쫄깃한 식감이 있다.

느끼한건 함정.



내일은 부르고스에 들어간다.

15km 정도 걸을 거 같은데 하루 푹 쉬고 남은 거리, 날짜 배분을 다시 해봐야겠다.

피니스테레를 갈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 내가 언제 대서양 끝 바다를 가보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래도 전체 일정 수정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알베르게 5유로.

식사     8유로.

음료     2.90유로.

15.90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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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시간까지 합치면 집에서 떠나온지 10일이 넘었다.

마치 집에서 나서는것 같은 기분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시작부터 내리막길이 보여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입김 나올 정도로 싸늘했던 아침이라는게 함정.



걷기 시작한지 3시간 정도 지나서 이런 내리막길을 만나면 부담스럽다.

난 무릎 수술 경력도 있기 때문에 배낭을 지고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긴 내리막길은 많이 힘들다.

그나마 길을 나서자 마자 나오는 내리막길은 정신 차리고 조심히 내려가면 되니까 좀 낫다.



애초에 누구랑 같이 올 생각도 아니었고 알베르게에서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면 같이 먹고 친하게 지내지만 걷는 것 만큼은 혼자서 하고 싶었다.

해가 뜨기 전에 어서 그늘이 좀 있는 지역으로 걸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주가 바뀐다.

프랑스 길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레온' 주에 들어왔다.

이 간판을 봤다는 건 순례길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점인 부르고스에 곧 도착한다는 뜻이다.

다음에 주가 바뀐다는 표지판을 만났을때 내 순례여행은 절반이 끝나있겠지?



내 발자국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 들으면서 한참 걷다보면 이렇게 다음 마을이 나온다.

'10분만 쉬고 가면 좋겠다' 혹은 물이 다 떨어졌을때 신기하게 다음 마을이 이렇게 나타나곤 한다.

옛날부터 있던 돌 다리가 많이 늙어서(?) 새로 다리를 설치한것 같다.

돌 다리는 통행이 금지되어있다.



다리를 건너면 '빌로리아 데 리오하' 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참 조용했다.

어지간한 규모의 도시급 마을이 아닌 이상에야 다 조용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독 조용햇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 날은 유난히 길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다.

4일간 120km를 걸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랬을까?



벨로라도를 그냥 건너뛰고 토스 산토스까지 왔다. 

원래는 여기서 쉬어야 체력젹으로 맞지만 부활절 이전에는 알베르게가 열지를 않아서 쉴 곳이 없다.

굳이 쉬려면 비싼 호스텔에서 쉴 수도 있었으나 지도를 펴 보니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에서 바로 산을 타야 한다.

이왕 타야 할 산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100% 체력에서 타는게 나을것 같다는 판단에 6km 더 걸어서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로 간다.



한참 걷다가 뭔 동네가 나오는데 동네 한가운데를 고속도로가 가로질러서 마을 아니고 휴게소인줄 알았다.

그런데 지도 펴보니 여기가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라고 한다.


아무래도 4일 연속 약 30km씩 걸으니까 몸이 먼저 힘든걸 알더라.

식재료 1인분씩을 안팔아서 돈 아껴보려고 조금씩 먹고 다닌 이유도 체력 저하에 한 몫 했을거다.

그래서 오늘은 음식으로 사치를 한번 해보기로 한다.

식재료 비용으로만 8유로를 썻다.

지나간 한국사람이 남기고 간 쌀이 있길래 소고기 볶음밥하고 파스타를 했다.

대충 3인분은 될 것 같아 보였는데 먹기 시작하니까 음식물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먹었다.

그동안 힘이 들긴 들었나 보다.



알베르게 7유로

식재료   8.41유로

          15.41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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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와 함께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어제 잘못 올라갈뻔 했던 소나무숲을 조금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가벼운 등산 완료.

이제는 나무로 길 표시가 되어있다.



사진에 찍힌 내 그림자를 보니 오늘 하루도 햇빛 쨍쨍한 날이 될 것 같다.




언덕 넘어서 조금 걸어가니까 바로 나오는 아조프라.

순례자들 말고는 인적이 거의 없다. 

스페인 북부 대부분의 마을은 순례자들을 제외하면 인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나라 농촌과 같이 농업을 한다.

마을 입구 근처에 소똥과 냄새는 항상 보너스.



나혜라-아조프라-시루에냐.

오늘 걸을 거리 딱 반 왔다.

그리고 점심시간도 딱 왔다.

이 동네는 부촌인것 같다.

마을 입구에 떡 하니 있는 골프장, 잘 사는 동네, 가난한 동네, 그냥 그런 동네. 

길 위에서 하루에도 참 수 많은 사람들, 수 많은 마을, 수 많은 표정을 만난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다시 걷는다.

햇빛이 따가운 것 말고 눈 앞에 걸어 가야 할 길, 하늘, 지평선 뿐이다.

배낭은 무겁고 땀 주륵주륵 흘리는 주제에 마음만은 상쾌하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카미노 위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인 수탉의 전설이 있는 동네.

이 정도 거리에서 보이면 대략 5km 남았구나.....

눈에 보인다고 가까운게 아니다.



전설 덕분에 꽤 크게 발전한것 같다.

카미노 위 전설들에 대해서는 나중에도 쓰겠지만... 스페인은 원래 카톨릭 국가가 아니다.

카룰로스 대제의 원정도 있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도 나오는 무어인들의 국가. 

이슬람 국가와 크리스트교 국가간 주도권이 수 없이 바뀌던 나라가 결국 카톨릭 국가들에게 점령 당하면서 국교가 바뀐 나라가 스페인이다.

근간을 이루는 종교가 바뀌려면 신화시대에 나올 법한 전설이나 기적이 있어야 하는데 성인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 위에 우연찮게도 기적과 전설이 많이 전승된다. 우연일까?



-오래 전 순례길을 걷던 부부와 아들이 이 곳의 여관에 묵었다. 

여관주인의 딸이 잘 생긴 청년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독실한 청년은 그녀를 거부했다.

그의 거절에 화가 난 여관집 딸은 금으로 된 술잔을 청년의 가방에 숨기고 그가 술잔을 훔쳤다고 신고했다.

청년은 억울하게 교수형에 처해졌고 부모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 계속 순례길을 걸었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여전히 교수대 위에 매달려 살아있음을 목격한 부부는 재판관의 집으로 가 이 이야기를 전했다.


재판관은 이 부부의 아들이 지금 먹으려는 닭고기처럼 살아있지 않다고 대꾸했다.

그 순간 접시 위의 닭들이 살아나 큰 소리로 울었다.

기적을 목격한 재판관은 당장 교수대로 달려가 청년을 내려주고 완전히 사면했다. 



산토 도밍고의 대성당에 얽힌 전설에 따라 아직도 성당에 딸려있는 알베르게 정원 닭장에는 닭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얘네들도 시에스타인건지 닭장을 가려놨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접을까? 고민 하다가 그냥 더 걷기로 결정한다.



산토 도밍고에서 일정을 마쳐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으나 피니스테레까지 가려면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라뇽까지 가기로 한다.

그라뇽 알베르게가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가봐야 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기서 쉬면 그라뇽은 그냥 지나가야 하는 일정이 되어 버리니까 8km만 더 걸어보기로 결정한다.



성당이 있는 구 시가지를 20분 정도 걸어가면 신 시가지가 나온다.

여기도 20분 정도 걸어가야 도시를 빠져 나갈 수 있다.

이 다리는 '성인의 다리' 라고 부른다.

카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을 위해 봉사했던 '길 위의 산토 도미니코' 라는 성인을 기리는 다리라고 한다.

마을 이름도 그래서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성인의 다리를 건너 흙길과 도로가 반복되는 그라뇽까지 8km 구간 동안 쉴 곳도 마을도 없다. 



흙길과 도로를 번갈아 얼마나 걸었을까?

자갈 오르막길 위에 십자가가 보인다.

때 마침 8km 중 5km 쯤 와서 체력이 바닥났다.

1년이 지나간 지금 다시 생각하는건데 다음에 다시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하루에 몇 km 정해놓지 않고

발걸음 가는데로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물론 무한정한 시간과 넉넉한 돈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시간(귀국 비행기 티켓)에 쫓겨 할당량처럼 km 정해놓고

레이드 뛰듯이 걷는건 이제와 생각해보니 좀....



'용감한 자의 십자가'

-오래 전 산토 도밍고 사람과 그라뇽 사람이 근처 땅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벌어졌다.

이 때의 분쟁과 판결은 오늘날의 소송과 달리 판관이 일방적으로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데

그라뇽 사람이 이겼다. 그 걸 기념하는 십자가.

결국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교훈을 오늘날에 전해주고 있다.



발에서 열이 나는것 같은 그런 느낌.

더 걸으면 발이 불 탈 것 같은 그런 뜨거운 날이었다.

오늘의 목적지로 정한 그라뇽 입구에서 긴장이 풀린건지 힘이 쫙 빠진다.

이제 그 좋다고 소문난 그라뇽 알베르게.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직진 후 좌회전하면 이런 수도원 건물이 나온다.




원래는 병원으로도 쓰이던 수도원 건물을 이렇게 알베르게로 사용하고 있다.

오래 전 디아블로 1에서 카타콤 던젼 내려가던 계단과 똑같이 생긴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방명록이 있고 기부함이 있다.

그라뇽 알베르게는 기부로 운영된다.



일반 집 처럼 되어있고 벽난로가 난 특히 좋았다. 

앙헬, 율리아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앙헬은 흰머리가 무성한 노인인데 율리아는 32세...나이차가...

순례길에서 만났는데 앙헬이 반해서 따라다니다가 결혼했다고 한다.

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여기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준다.

스페인 가정식으로 만들어서 준다. 

미드나 영화보면 친한 친구들 불러 모아서 하우스 파티 하듯이 그렇게 먹는 분위기.

식사 준비는 식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한다.


식사 준비 전에 미사를 드렸다.

여기 신부님도 모든 순례자들을 위해 따로 강복을 주신다.

론세르바예스 이 후 정신적으로 편안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기만큼 기억 나는 곳은 몇 군데 없는것 같다.

좀 무리해서 여기까지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목적지로 생각했던 토스산토스 알베르게가 부활절 이전에는 운영을 안한다는 고급 정보를 들었다.

내일도 30km 넘게 걸어야 한다. 앙헬이 고맙게도 전화 걸어서 확인까지 해줬다.


잠들기 전에 성당 2층, 우리 성당으로 치면 성가대 자리에 모여서 각자 카미노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이 날 하루도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





알베르게 5유로(기부)

식료품   6.45 유로.

음료수   1.60 유로.

         13.05 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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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여행 1주차가 끝나고 2주차 돌입, 이제는 알아서 해 뜰거 같으면 눈 떠지고 기계적으로 옷 입고 먹고 나간다.

오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내일까지 4일 연속 약 30km를 걸어야 하는 강행군. 

언젠가 다시 카미노를 걷는다면 일정 여유있게 잡아서 더 천천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마라톤은 아니니까 여유있게 동네 구경 하면서 하루 더 놀다가고 그럼 좋지.



로그로뇨도 오래 된 도시답게 알베르게 근처를 벗어나 신 시가지로 들어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거주지구가 또 있다.

거주지구 옆에는 공원이 있는데 어지간한 동물원 수준의 이런 호수가...

저 가운데 개집 같은건 새집이다.



당연히 새도 있다.

동물원에서나 보던 걸 동네 한복판에서 보니까 참 신기..



공원을 빠져나오면 이젠 강이 나온다. 

아까 그 공원 호수는 여기 물 끌어 쓰나보다.

와우 하는 사람들은 잘 알텐데 로그로뇨 외곽 공원에서 여기 오는 중간에 동산 같은 곳을 지나는데 흡사 티리스팔 숲 같은 느낌.

그리고 도시 빠져나오는데 대략 2km는 가깝게 걸은것 같다.




레이드 중간에 지루하면 이렇게 낚시도 한다.

낚시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석촌호수 만한 면적인데 여기서 낚시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그로뇨 완전히 빠져 나오는데 1시간 20분 걸렸다. 

여기보다 도시 완전히 빠져 나오는데 오래 걸린 곳은 끝까지 없지 않았나 싶다.

아까 지나온 호수와 로그로뇨가 보인다.



한참을 그냥 걷기만 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긴 보인다. 

눈에 보인다는건 두시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한다는 뜻이다. (더 걸릴지도 모름, 가다가 급x이 마렵다던지 물이 없다던지 등등 멘붕할 상황이 일어날수도 있음)



1시간 반쯤 왔는데 아까 보이던 마을이 안보인다.

이런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점인데 카미노 길은 남자가 훨씬 걷기 편하다.

그 이유인 즉슨 화장실 -_-. 남자야 뭐 앞 뒤 좌우 살피고 쏘면 끝나니까.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an de Acre)

오래전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터만 남아있다.


아까 보이던 마을 입구는 이 유적지 뒤에 저 호스텔이었다.

공장, 호스텔이 섞여있는 이 풍경이란. 

그리고 아무도 안갈것 같은 음식점이 있고 또 길이 있다.

시간은 이미 오후 1시 40분. 

잠시 쉬고 싶은데 이대로는 시에스타 시작이다. 아..앙대



576km. 숫자가 줄어드는게 체감이 안되면서 또 체감이 되는것 같기도 하고...

이 길로 쭉 걸어가면 나바레테(Navarette)가 나온다.



나바레테의 성모 승천 대성당. 

지금까지 지나왔던 카미노 길 위의 마을이나 도시의 성당은 예외 없이 사도 야고보에 관한 부조나 상, 연관있는 이름이었는데 처음으로 야고보와 연관이 없는 성당을 봤다.


어쩃든 나바레테 도착. 남들 다 낮잠자는 두시에 난 성당 앞 벤치에서 점심 먹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디카 배터리를 다 썼다.

충전을 안한 게으름 반, 저녁마다 술 먹고 놀기 바빠서 외면한 탓 반. 

근데 배터리 충전을 했어도 딱히 사진을 찍진 않았을것 같다.

3일 내내 중간에 휴식도 줄여가며 정말 타이트하게 90km 를 걸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방전 상태.




시에스타 끝나기 전 3시 40분에 나혜라 도착. 구시가지 지나오는데 살다살다 그렇게 좁은 인도는 처음 봤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인도만 있고 트럭이고 버스고 쌩쌩 달리는게 영...




나혜라 구시가지 끝나고 알베르게가 있는 곳 가기 직전의 다리.

여기서 바보짓을 했는데 그대로 직진해서 빙빙 돌았다.

나혜라 공립 알베르게는 저 다리 건너고 그대로 좌회전 하면 나오는 병영 같은 건물이다.

(실제로 병영으로 쓰이던 건물 개조한거라고 한다.)




옛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 나혜라. 

알베르게 카운터에 걸린 저 깃발은 나바라 왕국의 깃발이라고 한다.


오늘 알베르게는 사람이 많다.

생장에서 만났던 독일인 크리스를 오랜만에 만났다.

팜플로냐에서 보고 처음인데 얼굴이 상해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등에 지고 다니던 간이 텐트로 야외취침을 3일이나 했다고.... 


알베르게에서 저녁은 사람이 많을 수록 풍족해진다.

에릭 일행, 크리스,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한국 커플. 팜플로냐 부터 시작한 스페인 사람들. 

(그러나 먹는 건 항상 파스타, 와인, 맥주, 닭고기 스프)



알베르게 5유로(기부제)

식료퓸 6,80 유로

총 11.80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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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드리고 순례여행을 시작한지 딱 7번째 날이다.

7일 동안 160km를 걸어왔다.

어렸을때 성당에서 도보 성지순례를 갔을때는 3박4일 40km 걷는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

하루에 짧으면 20km 언저리, 길면 30km 가까이 걷고 있다.


어쨋든 오늘도 아침 일찍 출발. 오늘은 28km, 거의 30km를 걸어야 한다.


로스 아르고스를 나오면 묘지가 있다.

묘지 입구에 써진 비석에는 '당신은 나의 옛 모습, 나의 현재의 모습이 되리라' 라고 써 있다고 한다.

(에릭이 설명해줬는데 저렇게 알아듣는게 한계ㅠㅠ..)



숲길을 걷다보면 나오는 돌 무덤? 

누가 왜 저렇게 쌓아놓았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첫 번째 만난 마을 토레스 델 리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요일이 되면 어지간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스페인 북부(어지간한 카톨릭 국가는 다 그렇겠지만)는 가게 여는 곳이 없다.

사람들도 잘 안돌아다닌다.




이글레시아 데 산토 세폴크로(Iglesia santo de sepulcro)

여기 와서 성당 기사단 이야기 지겹게 듣고 있는데 그 성당 기사단과 예루살렘에도 있는 '홀리 세풀크' 라는 성당하고 관련이 있어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다른 이야기는 당연히 못알아들음..ㅠ)

거기도 지붕이 팔각형인데 팔각지붕이 성당기사단 상징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안에는 그리스도 수난상이 있었다. 13세기에 만든거라고...




20km 를 더 가야 한다고....음... 그래도 숲길이라 걸을만 했다.

다만 3km 뒤에 골짜기(...)가 나와서 고생을 생각보다 많이 했다.




골짜기를 넘어가면....



골짜기가 하나 더 나온다.

1 + 1 골짜기 걷기 행사.




근성으로 골짜기 두개 넘고 11시 쯤에 20km 지점에 있는 '비아나' 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에 붙어있는 저 그림의 주인공은 '체사레 보르자'

흑태자 사후 제국을 쥐고 흔들고 번스타인 가문을.... 마키아 밸리의 '군주론' 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형태라고 묘사하는 그 체사레 보르자라고 한다. 

'마키아 밸리즘' 같은 강한 군주론의 롤 모델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각종 미술 및 성당, 교회에서 묘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 모델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그렇게 그린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체사레의 측근이였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7년전 교양 수업 + 드문드문 겨우 알아듣는 영어)

체사레 보르자는 교황 알렉산더 6세 사망 후 스페인으로 추방당해서 국경 방어를 하다가 여기서 죽었다고 한다. 서풍에서는 시라노가....





그래서 비아나 성당 옆에는 체사레 보르자의 묘가 이렇게 떡 하니 존재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먼 스페인까지 와서 죽은 이유는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사생아였기 때문에 다음 교황 때 추방된 것.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세계사 및 중세 기독교사를 찾아 보는걸 추천)




비아나를 나가려고 하니 시간은 11시 40분이 넘었다.

10km 남았으니까 점심 먹고 다시 출발. 고속도로 옆으로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걷다보니 나바라(Navara) 주가 끝나고 라 리오하(La Rioja) 주가 시작된다는 간판이 나온다.

스페인은 나바라, 라 리오하, 레온, 갈라시아 등등 고대 왕국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 지방을 지배하던 고대 왕국 이름이 주 이름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른 큰 지방에 지하면 작은 주 지만 이 동네는 최고급 와인 산지라고 한다.  



그리고 땡볕과 약 30km의 압박으로 지친 상태로 걸어서 로그로뇨 도착 할때까지 사진 그런거 없다.

물 다 떨어지고 먹을거 다 떨어져서 아무 생각도 없이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있으니까 참 좋더라.

그렇게 8km 쯤 걷다 보니 도착. 도시 규모가 제법 크다.




다른건 다 제쳐두고 배가 많이 고프니 얼른 뭔가 사먹을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마을이 아니라 도시 규모니까 일요일에도 마트 다 열었겠지. 



는 착각 of 착각. 





알베르게 바로 앞에 붙어있던 라 리오하 지방의 순례길 그림.



바닥에는 이렇게 갈 길, 조가비,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친절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 도시에서 왜 마트는 안열었니.




어떻게든 뭐라도 사 먹으려고 내가 가는 이 길이 마트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일요일이라고 다 쉰다고 셔터 내렸다. 


아...망했어요...




동네 3분의 2쯤 돌고 배고파서 돌기 직전에 나타난 광장..

어디선가 들리는 사람들 소리와 음악소리. 


 

가게, 마트는 다 닫는데 열려있는 시장. 

일요일에만 여는 시장이라고 하는데 시장이 있으니 뭔가 음식을 팔거라는 생각을 했으나..




음식을 팔거라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

공사 중, 일요일에 닫음. 그냥 Close. 아........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서 알베르게 로비에 널부려져 있는데 이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났다.

알베르게 오스피딸로에게 조그만 슈퍼도 없냐고 물어보니까 바로 앞에 슈퍼가 저녁미사 한시간 전부터 4시간 정도 영업을 한다고 알려준다.


왜 그걸 이제야 알려주세요?..... 




슈퍼엔 정말 물건이 없다.

겨우 오늘 저녁하고 내일 아침 정말 가볍게 먹을 정도만 겨우 사다 놓고 미사 드리러 성당으로.

우리나라는 동마다 하나의 성당만 있지만 스페인은 도시 규모에 따라 두개, 4개까지도 있다.

이 동네는 3개가 있는데 이 성당의 이름은 '산타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 사도 야고보, 즉 산티아고에 봉헌 된 성당이라 산티아고 대성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제대 뒤에는 예수님을 만난 순간부터 사도 야보고의 일생이 부조로 장식되어있다.


미사 끝나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가자 에릭 일행이 돌아와 있었다.

난 몰랐는데 이 동네는 타파스(Tapas)가 유명하다고 사왔더라.

어차피 마트 다 닫고 식료품 떨어져 있는건 피차 일반이라 가지고 있는거 꺼내서 다 같이 나눠 먹었다.

어지간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일요일에는 음식 대비를 하고 다녀야겠다.

(생각해보니 게임할때도 인벤토리에 음식은 항상 있더라.. 하다못해 포션이라도...ㅠㅠ)



알베르게 7유로.

식료품 6.10 유로

13.10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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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일어나서 길을 걷기로 한다.

오늘 출발은 아침 7시. 평소보다 이른 편이다.

오늘 걷는 구간 중에 프랑스 길에서 유명한 이라체 수도원을 지나간다.



에스테야를 나와서 숲길을 1시간 정도 걸어가면 이라체 수도원이 나온다.

옛날부터 순례자들을 위해 공짜로 와인을 제공해 왔다고 하는데 수도꼭지를 틀면 와인이 나온다.

심지어 싸구려 와인맛도 아니다. 맛있다. 공짜잖아?



원래는 베네딕트 수도회에서 관리를 하던 곳인데 수도자 인력이 점점 줄어 

지금은 수도원은 박물관으로 운영 되고 있다고 한다.

반대편에는 와인 박물관이 있지만 해가 점점 높이 뜨고 있는 관계로 빨리 떠나기로 했다.




뻥 아니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수도꼭지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물이 나오고 하나는 와인. 국내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고등학생때 수도가 물 틀면 물 대신 음료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던게 문득 떠올라 피식 웃어본다.

아침이지만 적당히 마시고 한병 가득 채워 가기로 한다.




박물관이 되어버린 옛 수도원. 근데 시간 맞춰서 종은 울린다. 

종탑 뒤로 해가 떠오르는게 보인다. ㄷㄷㄷㄷ

오늘도 익혀지기 전에 알베르게 들어가는걸 목표로 얼른 가야지..ㄷㄷ



빨리 나온 편임에도 불구하고 해가....Ahㅏ...... 갈 길은 멀었건만 그늘 하나 없는 포도밭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라체 수도원에서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도로 옆에 새로 난 길하고 조금 돌아서 산 기슭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후자를 추천한다.

아스팔트 길은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쉽고 무릎이나 관절에도 좋지 않다.

똥을 밟을 위협이 있지만 흙을 밟는게 장거리 도보 여행에는 훨씬 유익하다.(똥도 섞이면 흙이다.)




콘크리트에 센스있게 새겨놓은 '부엔 까미노' 



방향 표시석 아래에 흙 먼지 낀 'LOS ARCOS'가 보인다.

대충 근처까지 온 것 같은데 땡볕 아래서 걷느라 지쳤다.

가지고 있는 지도책을 봐도 거의 다 온 것 같길래 가방 비우기 차원에서 준비한 점심을 조금 빨리 먹었다.



대략 오후 1시경, 오늘은 시에스타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리가 짧은 탓도 있었지만 걷기 시작한지 6일째라 슬슬 몸이 익숙해진다는 뜻이겠지.

난생 처음 와 보는 나라, 처음 걷는 길 위에서 방향 표시석하고 지도만 보고 걸어가다 목적지로 정한 곳이 눈 앞에 나타날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굳이 비교하자면 별 생각없이 게임하다가 뜻밖의 업적이나 트로피를 따는 기분..??)




오후 2시가 다가오니까 햇빛이...... 다 도착해서 문제가 생겼다.

스페인의 사순시기에는 열지 않는 공립 알베르게가 상당히 많다.

편하자고 온 순례여행이 아니고 돈도 최소비용으로 해결하려고 계획한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공립 알베르게가 닫았을 때 그 당혹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돈이 많으면 안해도 되는 고민)


여기서 더 가느냐, 멈추느냐의 결정을 해야했다.

고민이고 자시고 일단, 광장 앞 테이블 빈 곳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맥주부터 시켰다.

요 몇일동안 걷다가 알게 된 에릭이라는 친구가 여기서 비아나까지 열린 알베르게는 하나도 없고 비아나까지 15km를 더 가야 열려있는 알베르게가 열렸다고 알려줬다.

4~5km면 모르겠는데 15km면 더 이상 고민 할 필요없다.

처음으로 사설 알베르게를 이용하기로 한다.



시에스타가 끝날 쯤에 식료품도 살 겸, 내일 갈 길도 미리 봐둘 겸 출구쪽으로 나와서 뒤돌아 봤다.

12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이름은 '아치가 있는 산타마리아 성당' 

가지고 있던 누룽지 약간과 구매한 식료품으로 에릭 일행하고 저녁 식사를 해먹었다.

사설 알베르게가 좋긴 좋은게 와이파이가 진짜 빵빵했다.

덕분에 로비에서 좀 늦게까지 머물렀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걸어야겠다.

그리고 이 날 식료품을 충분히 사놓지 않아서 다음 날 후회하게 되는데......



맥주 1유로.

알베르게 9유로.

식료품 6.4유료.

총 16.4 유로 사용.


도보 6일 차.

산티아고 콤프스텔라까지 남은거리 6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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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걸까. 

전 날 저녁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는데 새벽 내내 눈이 왔다.




아침 7시.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앞.

저게 발자국만 찍혀서 얼마나 눈이 왔는지 체감이 어려운데 성인남자 종아리 3분의 1정도.

대략 15cm 정도 왔다고 보면 된다.



-크리스가 따봉을 하고있다. 


아침에 짐 싸는 중. 알베르게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침실에는 침대만 있는 도미토리, 하숙집처럼 공용 세탁기와 주방이 있는 구성.

공용 세탁기는 돈 내고 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샤워하면서 같이 손 빨래. 내 옷들은 나잌히 드라이핏 종류가 대부분이라 빨면 4시간이면 마른다. 덕분에 카미노 내내 빨래 안마르는 걱정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록적인 3월 폭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동네 제설시스템은 상당히 신속해서 도로변이나 마을 제설은 아침 7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완료.

우리나라였으면 쓸데없는 공무원 비상대기와 지지부진 제설로 출근길 헬게이트가 열리겠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 남은거리 790km.

부산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거리. 이 때만해도 저걸 언제 다 걸어나가 싶었다.
스페인으로 넘어와서 본격적인 시작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저 표지판 앞에서 사진 촬영 파티(?)가 벌어졌다.





론세스바예스를 뒤로하고 눈 덮...아니 제설이 끝났지만 20분 사이에 눈이 저만큼 쌓인 길을 걸어간다.

가끔 눈 알갱이가 얼굴에 맞을때가 있는데 따갑다. 우리나라 겨울은 기온만 낮지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변을 걷다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저 폭설을 뚫고 산을 넘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눈은 계속 온다.

겨울 산길도 뭐 운치있지. 우리나라에서는 눈 오면 절대 안나가니까. 라고 위안 삼으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배낭 레인커버는 이런 기후 속에서 잠시 쉴 때 이렇게 또 하나의 기능을 발휘한다.




걷기 시작한지 3시간 반. 아우리스베리 성당에서 잠시 쉬다 간다.

날씨는 눈 오다 바람불다 개었다가 눈오다 반복. 옷, 양말. 신발은 이미 젖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농장지대를 지나 야산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이정표가 보인다.

일단 오늘의 목적지는 주비리.





그 지겹던 눈이 어느새 멎었고 빠르게 녹기 시작한다.

바닥은 진흙탕 반, 눈 반, 살얼음 약간. 그래도 눈폭풍 보다는 이게 낫다.




해발 900미터. 알토 데 메스키리스. 오늘 일정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스키장 슬로프 정상에 올라간 것 같은 쾌감. 산 봉우리와 마을들이 발 밑으로 보인다.



얼마나 또 걸었을까. 오후 1시 30분경, 주비리까지 6.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걸어보니 10km 넘게 걸리더라.

스페인 놈들. 거리 감각이 용산 전자상가에서 물건 값 마음대로 부르는 수준이다.

사실상 10km 라던지... 걸어보니 1km가 4km...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그렇듯 ookm 남았다고 써있고 그 보다 적은 경우는 없었다. ㄱ-




6.9km 라며!! 망할 스페인 놈들!! 을 되뇌며 걷다가 마주한 도로. 

저 트럭은 뭘까? 해서 봤더니 순례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물과 음료. 빵 등을 파는 트럭이었다.

물론 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패스.



나중에 또 다루겠지만 이 동네는 이렇게 로마시절 유적부터 오래된 유적지, 건물 등이 길에 아무렇게 널부려져 있다.

'벤타 델 푸에르토' 라고는 하는데 스페인어는 간단한 인사와 음식이름밖에 보르는 관계로 더 이상 뭔지 알 수 없음.



급 내리막길과 진흙탕의 압박을 견디다 보니 나오는 마을.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의 도착 예정지 주비리 도착. 요시 그란도 시즌!!

마을로 들어가는 이 다리의 이름은 '라비아 다리' 'Rabia' 라는 단어는 공수병을 뜻 하는데 이 병에 걸린 동물을 

데리고 저 가운데 아치 주변을 세 번 돌면 병이 완치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주비리로 들어왔는데 시에스타(스페인 낮 잠 시간. 이 시간엔 공무원들도 사라짐)에 걸렸다.

공립 알베르게는 부활절 전에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

사립 알베르게는 가격이 1.5배 정도 비싸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 그냥 더 가기로 결정.

아직 몸이 카미노에 적응하지 않아서 체력은 이미 고갈되있는 상태였다.




라라소니아 가는 도중 쉬는데 길냥이들이 몰려온다.

먹을거라도 주는 줄 알고 왔나본데... 없다. 있으면 내가 먹지....고양이조차 외면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마저 공립 알베르게가 닫았거나 숙박시설이 없으면 끝장이다.

원래 일정보다 5km 조금 넘게 더 걸어서 도착한 라라소니아.




다행스럽게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크리스. 줄리오. 줄리안. 윌리안. 디에고. 생장에서부터 같이 온 사람들은 이미 다 와 있었다.

자기들은 이미 도착해서 씻고 빨래 끝내고 쉬고 있었으면서 1시간 반 늦게 온 나보고 대단하다고 해줘서 뻘쭘했다.

암튼 씻고 저녁 먹을 준비. 이 날 식사는 다 함께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줄리오가 나서서 만들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만드는 파스타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그냥 양만 많았다.

간이 안맛길래 파스타면 따로 얻어서 고추장으로 비빈게 훨씬 맛있었다는게 유머.

고추장을 보고 신기해 하던 크리스는 고추장 파스타가 맛있다고 했지만 크리스에 낚여서 한 입씩 먹어 본 다른 사람들은 테러블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베르게 벽에 붙어있던 프랑스 길 위의 마을들과 랜드마크를 그려놓은 그림.

언제 저 끝까지 가려나??




알베르게 6유로.

식료품    9유로.

15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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