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4.04.15 2014년 3월 1일. 파리-에펠탑.
  2. 2014.02.24 #[0]. D-5 2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는 루트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프랑스를 통해 스페인 국경을 걸어서 넘어가는 길을 택한다.

첫번째 카미노고 별 다른 정보나 노하우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파리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선택.

에어프랑스 직항으로 인천에서 파리로.



그런데 한가지 실수했는데 좌석을 창가로 지정하는 바람에 10시간 넘는 비행시간 동안 화장실...-_- 문제로 짜증이...

에어프랑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한국 승무원도 한명 있고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다리 접힐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파리 샤롤 드 골 공항 도착.




파리날씨는 그다지 좋지가 않다.

일단 공항에서 몽파르나스역으로 이동, 예약해둔 민박집까지 몽파르나스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한다.

파리 지하철은 치안이 개판이고 순식간에 탈탈 털리기 좋다는 명성이 자자해서(실제로 5분만에 털린 사람 이야기도 있다.) 공항 리무진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별로 비싼지 모르고 17유로 냈는데 나중에 걷다 보니까 17유로면 스페인에서 내 하루 생활비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 물가는 제 정신이 아니다.




이동중에 본 세느강.

도심 친화적인 한강 정도지 굳이 우와~~ 하고 볼 정도는..... 


*프랑스 도착하자마자 시전한 원데이 원바보 에피소드.

시내로 이동중에 창 밖을 보니까 죄다 아우디에 푸조, 벤츠, BMW. '호옹이!! 외제차 무지하게 많ㄴ..아 여기 프랑스..'


50분 쯤 공항리무진 타고 몽파르나스 역 도착.

여기는 TGV 탑승역이면서 지하철역이라 역이 엄청 크고 복잡하고 소매치기도 많을것 같고 여행객은 대놓고 많다.

우리나라 용산역이나 청량리역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일단 더럽게 피곤한 관계로 지하철 타고 민박집행.


민박집에서 밥 부터 먹고 내일 TGV안에서, 그리고 생장에서 먹을 물하고 빵 사러 마트를 갔다.

역시나 비싼 줄 모르고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프랑스 물가는 정신병자 같더라.



배부르고 등 따듯해지니까 비록 하루지만 파리까지 왔다 가는데 에펠탑이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지도 한 장 들고 나왔다.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민박집 주인의 말을 들으니 프랑스 사람도 심심하면 털린다는 파리에 왔다는게 실감났다.

파리 지하철은 대중교통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매캐함이 없는 인도 지하철역 수준)

찌린내와 땀 냄새, 오물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가 난다.

낭만의 도시는 개뿔. 물가 비싸고 더럽고 패션피플도 거의 없다.(오히려 관광객으로 보이는 동양인들만 명품으로 휘황찬란하게 꾸미고 다닌다. 그러니까 털리지)




어쨋든 에펠탑 도착. 파리 시내는 작아서 관광지 돌아보는건 금방이다. 20분만에 왔다.

이런거 직접 보면 감회 새로울 줄 알았는데 춥기도 하고 생각보다 막 설레거나 그러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남산도 한번 안가봤는데 여기를 다 왔다.



이 사진 찍으려고 드러누워서 찰칵. 흔들려서 지우고 또 찰칵. 혹시 몰라서 또 한번 찰칵.




이 줄은 전부 에펠탑 올라가려고 기다리는 줄.

참고로 밤 8시 50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국적, 신분 상관없이 죄다 커플이다. 이런 옘병.




올라가는데 11유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한번 쓰는데 이때는 이게 비싼지 몰랐다. 알고나서 이불 걷어차듯 침낭 걷어찼다.

에펠탑을 올라가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면 빨간 십자가의 압박이 엄청났을텐데 그런거 없고 그다지 고층 빌딩숲이 있지도 않아서 시야가 확보되는건 좀 좋았는데 옆에서 프로포즈 하더라. 솔로천국 커플지옥.




빌딩 똥바람과 세느강 강바람 맞으면서 달달 떨면서 야경 좀 더 보고 내려갔다.

산티아고 가는 것만 생각하고 와서 아무 생각없었는데 그래도 파리와서 에펠탑은 보고 간다.

걷지는 않지만 내일부터 실질적으로 카미노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카미노 생각을 하니까 이제서야 설레기 시작한다.

TGV 시간 확인해보고 노트르담 대성당 주일미사 시간을 검색해보니까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시테섬, 그리고 노트르담 대성당 가는 길 한번 봐두고 민박집에서 낮에 사다놓은 맥주 두 캔 다 마시고 잤다. 

(그리고 감기 걸렸다.)



공항리무진 17유로

하루동안 탄 지하철 5.1유로

에펠탑 입장료(?) 11유로

빵, 맥주, 물 : 3.4유로 


반나절동안 36.5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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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국경마을 생장에서 시작,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대성당 앞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지르는 800km 길.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에 관한 전설이 있는 길.

지금은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거나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찾는 길이 되었고 파울로 코엘류의 <순례자>에도 언급된... 나머지는 검색해보면 다 나오니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걷기 열풍과 힐링이 난무하면서 이 길이 유명해지기 몇 년전부터 이 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서른 되기전에 꼭 가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도 함께.

 

2013년 9월

출근하고 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평범하게 사는게 바쁘고 지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살고 있던 어느 날.

카톨릭 신자라면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가는 매일미사 표지 삽화에서 잊고있던 산티아고를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만 한장 찍어놓고 곧 잊어버렸다.


2013년 9월 매일미사 표지. 이 크고 아름다운 사서 고생의 도화선.


2014년 1월. 

일을 그만뒀다, 성당에서 하던 청년 단체활동 마저도 생각 차이로 그만 둔 후였다.

그 과정에서 신앙적인 모독까지 당했고 내가 하지도 않은 말, 행동이 뒷 담화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건 당연지사였고 한순간에 패배자가 된 기분도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정리나 하던 어느 날, 묵혀두었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곧 바로 일어나서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티켓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2014년 2월 24일. 

1월 말에서 2월초는 홀린 사람처럼 비행기, TGV 티켓만 알아봤다. 

스페인어 하나도 모른다. 그렇다고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약 10,000km 떨어진 나라에서 40일안에 혼자 800km를 걸어야 한다.

나이는 벌써 서른을 바라보고 있고 당장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해도 바쁠판이다.

심지어 오라는 회사가 있었음에도 한귀로 듣고 흘리고 여기를 가려는게 정상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저 수 많은 가지 말아야 할 이유와 함께 이 돈이면 편하게 놀 수도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물어보면 '지금 아니면 못 갈것 같아서' 라는 한가지 이유밖에 대답 못 하겠다. 


오늘로부터 5일 후, 나는 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한다.  


TGV 티켓. 파리 몽파르나스역 - 바욘 - 생장 드 피드포르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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