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내리는 사리아의 아침

갈리시아 지방은 날씨가 험하다.



도시 출구에는 사리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 전망대 있는 줄 알았으면 어제 올라와서 도시 구경했을텐데 아쉽다.



조금 걷다보니 비가 그쳐간다. 포장된 길인데 엄청 미끄럽고 똥냄새가 많이 난다.

밭도 많고 길에도 여기저기 쫙 깔려있는 똥..ㅜㅠ

밟으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대략 좋지 않기 때문에 걸으면서 똥 피하는것도 일이었다.

(100%는 불가능하고 부침개 사이즈만 피하는거에 의미를 두어야...)



그리고 비가 언제 왔냐는 듯이 날씨가 갠다.

갈리시아 날씨 진짜 골때리는게 이러고 10분뒤에 비오고 우비 입으면 해뜬다.



111.km.

사리아를 빠져나오면 있는 표시석.

오늘 걸으면 남는 거리는 100km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100...인줄 알았는데 이건 누가 훼이크로 글씨 써놓은거.


진짜 100km. 같이 걷던 아일랜드 애가 찍어줬는데 사람을 난쟁이 똥자루로 만들어놨다.

여기 오기 전에 머리 짧게 자르고 왔는데 머리가 엄청 길었다.


리빙포인트 : 사진은 한국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돌 위에 카메라 올려놓고 타이머를 돌리던지 하자.



얘가 위에 사진 찍은 매튜다.

나는 굳이 일행을 만드려고 하지 않았는데 왜인지 얘는 나랑 같이 다니려고 했다.

그래서 폰페라다부터 같이 다녔다.



저 반바지 입은 아저씨는 LA사는 미국인인데 한국 가봤다고 하더라.

삼겹살이랑 찜질방 좋다고 자기 나이가 많아서 관절이 아플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한국 가고 싶다고..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여기 왔는데 자기 부인은 무릎이 아파서 못 걷고 택시로 목적지로 먼저 가있으면 자기가 거기까지 걸어가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 아저씨랑 이야기 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얘네들이 이러고 있다.

뭘 보고 있나 해서 봤더니



타조...?!?!

생각보다 크고 시끄럽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는건 처음이라 신기하긴 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불길한 기운이 몰려온다.



아..앙대... 걸어가면서 싸지마.....

엄청난 소와 양떼로 인해 길을 가지도 못하고 한쪽에서 서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소떼의 압박에서 벗어나자 다시 나온 산 길. 십자가에 온갖 물건들을 다 달아놨다.




산길 안에 뜬금없이 있었던 개집. 팔자 참 좋아보인다.




저 멀리 마을로 보이는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에 보였으니까 대충 2km~4km 정도 걸어가면 되는구나 하하하...



그리고 엄청나게 긴 다리와 강, 마을이 나왔는데 원래는 저 강 아래가 마을이었고 댐을 만들면서 

신 시가지로 집을 다 옮긴거라고 한다.

그래도 눈에 보이고 나서 2km까지는 안걸은거 같아서 다행이다.



'포르토마린'

다리를 다 건너자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걸 알려주는 표시석과 마을 이름이 적혀있다.




다리를 건너니 또 계단이다. 

어제 사리아의 계단보다는 낮지만 숨이 막힌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어놓고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포르토마린 성당인데 개보수 문제로 아에 닫아놨다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강바람도 불어오고 무엇보다도 28세 생일을 맞이한 곳이라 기억에 계속 남는다.

갈리시아에서는 공립 알베르게에 붙는 Municipal 이라는 말 대신에 Xunta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어에 더 가까운 갈리시아어가 적극 반영된 차이 정도??

갈리사이 지방에서 벌레에 좀 물렸다.

벌레약도 사고 알베르게는 비싸고 밥도 비쌋지만 생일이니까 그냥 쓰기로 했다.


덤으로 5유로 주고 빨래까지 했다.

일과를 대충 마무리하니 한국시간으로 2014 프로야구 개막전을 하는 시간이라서 야구까지 봤다.

아일랜드 친구한테 짧은 영어로 야구 룰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알베르게 10유로

커피 1.30유로

빨래 5유로

벌레약 6.40유로

저녁식사 9.30유로

물 3.45 유로

34.35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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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상큼하게 크레덴시알 분실 이벤트 발생.

한 1km 걸었나? 문득 스치는 꺼림칙한 기분에 크레덴시알이 없다는걸 확인한 후 신속하게 다시 돌아가서 알베르게 침대 밑에서 발견.


다시 길을 나서고 맞이하는 두 갈래 길.

저 산 실 루트로 걸어가면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인 사모스 수도원을 지나갈 수 있지만

그냥 안끌려서 다른 루트로 걸었다,.




남은 거리는 128.5 

곧 저 세자리 숫자는 두자리가 된다.



중간에 들린 마을에는 저렇게 기부제 간식 코너(?)가 있다.



양심껏 먹고 기부하면 되지만 먹을게 없어서 그냥 갔다.



마을을 벗어나 얕은 오르막길과 숲길을 지나면 이런 장소가 나오는데 우리로 치면 약수터 같은 물도 나오는 휴식공간이다.

물은 마시면 화장실파티를 할 것 같은 냄새와 비쥬얼을 자랑한다.



날씨가 좋고 맑아서 기분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후 같은 날이라고 하면 거짓말 소리 들을 날씨로 바뀐다.



웰컴 투 사일런트 힐.. 아니 사리아.

갈라시아 지방하면 생각나는 가장 첫 번째는 소똥냄새.

두 번째는 짙은 안개 되시겠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바닥에 거뭇한것은 비가 오고 덜 마른것이 아니라 지나간 소때의.....



소때의 압박을 피해서 사잇길로 가면 똥 밟을 걱정은 줄어든다.

이쯤에서 옷에 소똥 냄새가 가득하게 묻어있다는게 문제일뿐.



그렇게 걷다보면 돌담이 짜잔하고 나오고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사리아가 나온다.

산티아고 콤프스텔라에서 100km 남짓 떨어진 프랑스 길 위 마지막 도시이자 여기서부터 걸으면 발급되는 순례자 증명서로 인하여 순례객이 급격히 많아지는 곳.



신 시가지를 걸어서 이 엄청난 계단을 올라가면 공립 알베르게와 식당이 있고 오늘의 순례도 끝난다.



계단 길이가 참...ㅋㅋ 

목적지 다 왔다고 긴장 풀고 다니다가 이 계단 보고 울뻔했다.

올라가면서 곡소리내는건 저 뒤에 오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갈리시아의 공립 알베르게는 주방은 있지만 식기가 없다.

갈리시아 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내수 진작을 위한 나가서 사먹으라는 뜻이다.


자고 일어나면, 혹은 자는 중이 28번째 생일이었다.

일부러 sns에 생일 알림을 다 꺼놓고 왔던지라 부모님말고 별도의 축하 메세지는 없었다.


낯선 땅에서 맞이하는 28번째 봄날의 기분이 색달랐다.




알베르게 6유로

아침식사 4유로

맥주 1.30유로

식재로 5.86유로

커피 1유로

18.16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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