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상큼하게 크레덴시알 분실 이벤트 발생.

한 1km 걸었나? 문득 스치는 꺼림칙한 기분에 크레덴시알이 없다는걸 확인한 후 신속하게 다시 돌아가서 알베르게 침대 밑에서 발견.


다시 길을 나서고 맞이하는 두 갈래 길.

저 산 실 루트로 걸어가면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인 사모스 수도원을 지나갈 수 있지만

그냥 안끌려서 다른 루트로 걸었다,.




남은 거리는 128.5 

곧 저 세자리 숫자는 두자리가 된다.



중간에 들린 마을에는 저렇게 기부제 간식 코너(?)가 있다.



양심껏 먹고 기부하면 되지만 먹을게 없어서 그냥 갔다.



마을을 벗어나 얕은 오르막길과 숲길을 지나면 이런 장소가 나오는데 우리로 치면 약수터 같은 물도 나오는 휴식공간이다.

물은 마시면 화장실파티를 할 것 같은 냄새와 비쥬얼을 자랑한다.



날씨가 좋고 맑아서 기분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후 같은 날이라고 하면 거짓말 소리 들을 날씨로 바뀐다.



웰컴 투 사일런트 힐.. 아니 사리아.

갈라시아 지방하면 생각나는 가장 첫 번째는 소똥냄새.

두 번째는 짙은 안개 되시겠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바닥에 거뭇한것은 비가 오고 덜 마른것이 아니라 지나간 소때의.....



소때의 압박을 피해서 사잇길로 가면 똥 밟을 걱정은 줄어든다.

이쯤에서 옷에 소똥 냄새가 가득하게 묻어있다는게 문제일뿐.



그렇게 걷다보면 돌담이 짜잔하고 나오고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사리아가 나온다.

산티아고 콤프스텔라에서 100km 남짓 떨어진 프랑스 길 위 마지막 도시이자 여기서부터 걸으면 발급되는 순례자 증명서로 인하여 순례객이 급격히 많아지는 곳.



신 시가지를 걸어서 이 엄청난 계단을 올라가면 공립 알베르게와 식당이 있고 오늘의 순례도 끝난다.



계단 길이가 참...ㅋㅋ 

목적지 다 왔다고 긴장 풀고 다니다가 이 계단 보고 울뻔했다.

올라가면서 곡소리내는건 저 뒤에 오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갈리시아의 공립 알베르게는 주방은 있지만 식기가 없다.

갈리시아 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내수 진작을 위한 나가서 사먹으라는 뜻이다.


자고 일어나면, 혹은 자는 중이 28번째 생일이었다.

일부러 sns에 생일 알림을 다 꺼놓고 왔던지라 부모님말고 별도의 축하 메세지는 없었다.


낯선 땅에서 맞이하는 28번째 봄날의 기분이 색달랐다.




알베르게 6유로

아침식사 4유로

맥주 1.30유로

식재로 5.86유로

커피 1유로

18.16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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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브레이로를 떠나면서 뒤를 돌아봤다.

출발하는 등 뒤로 해가 뜨는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벅차오르기도 한다.



정석대로라면 세브레이로 산을 넘어가야한다.

하지만 전 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위험한 관계로 안전하게 도로를 따라 걷는 길로 시작.



눈이 많이 왓고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얼어붙지 않았다.

론세스바에스에서 출발하던 날도 그랬지만 스페인 재설 시스템은 참 빠르고 깔끔하다.



도로를 따라 좀 더 걸어서 세브레이로를 벗어난다.

바람이 불지만 눈이나 비가 오는것보다 훨씬 낫고 찬 공기가 꽤 상쾌하다.



스키장 온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좀 맑고 쾌청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꼭 힘든 날에는 눈, 비가 많이온다.

어제 오세브레이로 도착 후 기분 좋았던 일들이 오늘의 컨디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것 같다.



산 로케 봉우리(?) 해발 1270미터.



산 로케 순례자 동상.

여기도 나름 랜드마크라고 한다.

눈, 바람과 맞서 걸어가는 순례자 동상을 보니까 해와 바람이 여행자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는 동화가 생각난다.



내리막을 걷는가 했더니 다시 올라간다.

구름이 저렇게 끼었는데 날이 맑으니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한참 도로만 따라 걸으면 지치기 딱 좋다.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딱 쉴 곳이 나타나는것도 순례길의 묘미 중 하나.



오늘, 그리고 앞으로 이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일은 없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는 눈 볼 일도 딱히 없을것 같다.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가기 전에 점심을 먹는다.

저 해발고도 표지판 바로 뒤에 건물이 카페 겸 술집이다.




이제 내려갈일만 남았는데 색칠해서 색 분할 한 것 처럼 눈이 안온쪽과 온 쪽이 나뉜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 트리아카스텔라

산을 내려가면 소똥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오세브레이로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오늘 사모스까지 간다고 한다.


나는 몸이 좋지 않아서 트리아카스텔라에서 빨리 쉬기로 했다.

배터리가 여기서 방전되는 바람에 사진은 여기까지밖에 없다.

내일은 사리아까지 갈 예정이다.

사리아부터 산티아고까지는 100km. 이제 여행도 최후반부로 접어든다.




아침식사 : 9유로

아침 겸 점심 : 2.5 유로

맥주 : 2.5 유로

식재로 : 7.17 유로

알베르게 : 9유로

20.07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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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꼽자면 첫 날 피레네산(or 발카를로스 우회로)과 후반부의 갈리시아 지방 진입을 많이들 꼽는다.


오늘이 바로 그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가는 날인데 해발 1293미터까지 869미터의 고도를 오르는 고된 산악지대이자 순례길에서 마지막으로 힘든 구간을 넘어야한다.



레온지방이 거의 끝나가고 갈리시아 지방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풍경이 변하기 시작한다.

레온지방은 봄이라면 여긴 아직도 겨울과 봄의 경계이며 겨울쪽에 더 가까운 풍경이다.




론세스바에스에서 길을 나서던 날 아침에 산티아고 780km라고 써진 걸 봤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가늠조차 어려웠던 780km는 어느새 계산해 볼 수 있는 거리로 줄었다



어제까지만해도 갈리시아 지방으로 산을 넘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게 만들었던 폭우 대신 화창한 날씨가 반겨준다.

순례길의 마지막 구간으로 들어가는 오늘의 풍경은 첫 날 발카를로스 고개를 넘어가던 그 날과 매우 비슷하다.



다리 짧은 망아지도 오랜만에 봤다.



이렇게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본 건 처음이었다.

무지개를 따라 걷다 보니 이제 도로를 따라 걷는 평지가 끝나가고 저 눈 덮힌 산을 넘을 시간이 다가온다.




오르막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힘들다'고 느껴질때쯤 되었을까.. 모여들었던 구름이 눈을 뿌려대기 시작한다.

시야를 가릴 정도의 눈 폭풍이 와서 갈리시아로 들어가는 건 내일로 미루고 레온 주의 마지막 마을인 'La Faba' 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을 주점에서는 이 마을은 부활절 이전에는 알베르게 운영을 하지 않으며 눈이 더 내리면 언제 산을 넘어갈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얼른 가는게 좋다고한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왔고 2.5km만 더 가면 오세브레이로 도착이니까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힘들게 눈발을 해치면서 산을 오르고 걷다보니 어느새 산 능선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능선을 여러번 반복해서 오르고 내리다 보니...



산 제일 깊은 곳에서 눈을 맞고 걷고 있었다.

그래도 길이 어딘지는 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갈리시아 지방 표시석.


첫 날 걸어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왔고, 23일을 더 걸으며 나바로, 라 리오하, 레온을 거쳐 순례길의 마지막 주, 갈리시아에 두 발로 걸어서 들어왔다.



갈리시아 지방 표시석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더 이상 심하게 펼쳐져있지 않다.

등산을 엄청 싫어하는데 내려갈 일이 없는 등산이라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돌담길이 나왔다.


이 돌담길이 끝나면 오늘의 목적지 오세브레이로에 도착이다.




'동화마을' 이라 불리는 곳 답게 중세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마을이다.

이 마을 성당에서는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전승되고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이런 날에는 아무도 미사에 참여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사제는 오늘 하루를 쉬고 싶은 마음에 아무도 성당에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신앙심이 독실한 어느 농부가 눈보라를 뚫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남루한 행색으로 성당에 나타났다.

가난한 그의 행색을 보며 기대했던 휴식이 어그러진 오만한 사제는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하기위해 이 눈길을 달려온 가난하고 신앙심 깊은 이 농부를 업신여기며 영성체를 주었다. 

그 순간 사제가 건넨 빵은 실제 살로, 포도주는 피로 변했다." 


이름 없는 시골 농부의 신심이 일으킨 기적으로 이 곳 오세브레이로의 성당에는 그 기적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기적의 성찬식때 사용한 성작과 성합의 레플리카.

진짜는 따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힘들게 온것도 있고 이런 작고 오래된 시골마을 성당이 좋아서 저녁식사전에 미사부터 드리려고 성당에 갔다.

성당 관리인 처럼 보이는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인지 나이 분간하기 어려운 분이 미사 드리러 왔냐고 묻는다.

나 말고 6명이 미사를 드리려고 앉아있었다.


미사가 시작되었을때 성당 관리인처럼 보였던 아저씨가 오세브레이로 신부님이었고 같이 걸었던 덩치 좋던 폴란드 할아버지는 안식년을 받아 순례여행을 떠난 신부님이었다는게 반전이었다.

(폴란드 신부님은 폴란드어와 독일어만 할 줄 알아서 3일동안 의사소통을 못했는데 미사 후 마을 주점에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아일랜드 친구가 통역을 해줬다.)


오세브레이로 신부님은 미사 참석한 사람 한명씩 축복을 해줬다.

나에게는 한국어는 안배워서 영어로 축복해줘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축복을 해줬다. 


'당신의 발걸음 마다 평화가 깃들기를' 


순례길 위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생생하게 기억나는건 여기서 있던 일들이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시레기국이 나와서 반가웠던 갈리시아 수프도 생각난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서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다.)




커피 : 2.5 유로

콜라 : 1.5 유로

알베르게 : 6 유로

빨래 건조기 : 1유로 

(여러명이 모아서 N빵)

저녁식사 : 10유로

물 + 빵 : 3.4 유로

24.4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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