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와 함께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어제 잘못 올라갈뻔 했던 소나무숲을 조금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가벼운 등산 완료.

이제는 나무로 길 표시가 되어있다.



사진에 찍힌 내 그림자를 보니 오늘 하루도 햇빛 쨍쨍한 날이 될 것 같다.




언덕 넘어서 조금 걸어가니까 바로 나오는 아조프라.

순례자들 말고는 인적이 거의 없다. 

스페인 북부 대부분의 마을은 순례자들을 제외하면 인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나라 농촌과 같이 농업을 한다.

마을 입구 근처에 소똥과 냄새는 항상 보너스.



나혜라-아조프라-시루에냐.

오늘 걸을 거리 딱 반 왔다.

그리고 점심시간도 딱 왔다.

이 동네는 부촌인것 같다.

마을 입구에 떡 하니 있는 골프장, 잘 사는 동네, 가난한 동네, 그냥 그런 동네. 

길 위에서 하루에도 참 수 많은 사람들, 수 많은 마을, 수 많은 표정을 만난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다시 걷는다.

햇빛이 따가운 것 말고 눈 앞에 걸어 가야 할 길, 하늘, 지평선 뿐이다.

배낭은 무겁고 땀 주륵주륵 흘리는 주제에 마음만은 상쾌하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카미노 위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인 수탉의 전설이 있는 동네.

이 정도 거리에서 보이면 대략 5km 남았구나.....

눈에 보인다고 가까운게 아니다.



전설 덕분에 꽤 크게 발전한것 같다.

카미노 위 전설들에 대해서는 나중에도 쓰겠지만... 스페인은 원래 카톨릭 국가가 아니다.

카룰로스 대제의 원정도 있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도 나오는 무어인들의 국가. 

이슬람 국가와 크리스트교 국가간 주도권이 수 없이 바뀌던 나라가 결국 카톨릭 국가들에게 점령 당하면서 국교가 바뀐 나라가 스페인이다.

근간을 이루는 종교가 바뀌려면 신화시대에 나올 법한 전설이나 기적이 있어야 하는데 성인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 위에 우연찮게도 기적과 전설이 많이 전승된다. 우연일까?



-오래 전 순례길을 걷던 부부와 아들이 이 곳의 여관에 묵었다. 

여관주인의 딸이 잘 생긴 청년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독실한 청년은 그녀를 거부했다.

그의 거절에 화가 난 여관집 딸은 금으로 된 술잔을 청년의 가방에 숨기고 그가 술잔을 훔쳤다고 신고했다.

청년은 억울하게 교수형에 처해졌고 부모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 계속 순례길을 걸었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여전히 교수대 위에 매달려 살아있음을 목격한 부부는 재판관의 집으로 가 이 이야기를 전했다.


재판관은 이 부부의 아들이 지금 먹으려는 닭고기처럼 살아있지 않다고 대꾸했다.

그 순간 접시 위의 닭들이 살아나 큰 소리로 울었다.

기적을 목격한 재판관은 당장 교수대로 달려가 청년을 내려주고 완전히 사면했다. 



산토 도밍고의 대성당에 얽힌 전설에 따라 아직도 성당에 딸려있는 알베르게 정원 닭장에는 닭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얘네들도 시에스타인건지 닭장을 가려놨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접을까? 고민 하다가 그냥 더 걷기로 결정한다.



산토 도밍고에서 일정을 마쳐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으나 피니스테레까지 가려면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라뇽까지 가기로 한다.

그라뇽 알베르게가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가봐야 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기서 쉬면 그라뇽은 그냥 지나가야 하는 일정이 되어 버리니까 8km만 더 걸어보기로 결정한다.



성당이 있는 구 시가지를 20분 정도 걸어가면 신 시가지가 나온다.

여기도 20분 정도 걸어가야 도시를 빠져 나갈 수 있다.

이 다리는 '성인의 다리' 라고 부른다.

카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을 위해 봉사했던 '길 위의 산토 도미니코' 라는 성인을 기리는 다리라고 한다.

마을 이름도 그래서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성인의 다리를 건너 흙길과 도로가 반복되는 그라뇽까지 8km 구간 동안 쉴 곳도 마을도 없다. 



흙길과 도로를 번갈아 얼마나 걸었을까?

자갈 오르막길 위에 십자가가 보인다.

때 마침 8km 중 5km 쯤 와서 체력이 바닥났다.

1년이 지나간 지금 다시 생각하는건데 다음에 다시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하루에 몇 km 정해놓지 않고

발걸음 가는데로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물론 무한정한 시간과 넉넉한 돈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시간(귀국 비행기 티켓)에 쫓겨 할당량처럼 km 정해놓고

레이드 뛰듯이 걷는건 이제와 생각해보니 좀....



'용감한 자의 십자가'

-오래 전 산토 도밍고 사람과 그라뇽 사람이 근처 땅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벌어졌다.

이 때의 분쟁과 판결은 오늘날의 소송과 달리 판관이 일방적으로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데

그라뇽 사람이 이겼다. 그 걸 기념하는 십자가.

결국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교훈을 오늘날에 전해주고 있다.



발에서 열이 나는것 같은 그런 느낌.

더 걸으면 발이 불 탈 것 같은 그런 뜨거운 날이었다.

오늘의 목적지로 정한 그라뇽 입구에서 긴장이 풀린건지 힘이 쫙 빠진다.

이제 그 좋다고 소문난 그라뇽 알베르게.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직진 후 좌회전하면 이런 수도원 건물이 나온다.




원래는 병원으로도 쓰이던 수도원 건물을 이렇게 알베르게로 사용하고 있다.

오래 전 디아블로 1에서 카타콤 던젼 내려가던 계단과 똑같이 생긴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방명록이 있고 기부함이 있다.

그라뇽 알베르게는 기부로 운영된다.



일반 집 처럼 되어있고 벽난로가 난 특히 좋았다. 

앙헬, 율리아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앙헬은 흰머리가 무성한 노인인데 율리아는 32세...나이차가...

순례길에서 만났는데 앙헬이 반해서 따라다니다가 결혼했다고 한다.

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


여기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준다.

스페인 가정식으로 만들어서 준다. 

미드나 영화보면 친한 친구들 불러 모아서 하우스 파티 하듯이 그렇게 먹는 분위기.

식사 준비는 식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한다.


식사 준비 전에 미사를 드렸다.

여기 신부님도 모든 순례자들을 위해 따로 강복을 주신다.

론세르바예스 이 후 정신적으로 편안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기만큼 기억 나는 곳은 몇 군데 없는것 같다.

좀 무리해서 여기까지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목적지로 생각했던 토스산토스 알베르게가 부활절 이전에는 운영을 안한다는 고급 정보를 들었다.

내일도 30km 넘게 걸어야 한다. 앙헬이 고맙게도 전화 걸어서 확인까지 해줬다.


잠들기 전에 성당 2층, 우리 성당으로 치면 성가대 자리에 모여서 각자 카미노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이 날 하루도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





알베르게 5유로(기부)

식료품   6.45 유로.

음료수   1.60 유로.

         13.05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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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여행 1주차가 끝나고 2주차 돌입, 이제는 알아서 해 뜰거 같으면 눈 떠지고 기계적으로 옷 입고 먹고 나간다.

오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내일까지 4일 연속 약 30km를 걸어야 하는 강행군. 

언젠가 다시 카미노를 걷는다면 일정 여유있게 잡아서 더 천천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마라톤은 아니니까 여유있게 동네 구경 하면서 하루 더 놀다가고 그럼 좋지.



로그로뇨도 오래 된 도시답게 알베르게 근처를 벗어나 신 시가지로 들어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거주지구가 또 있다.

거주지구 옆에는 공원이 있는데 어지간한 동물원 수준의 이런 호수가...

저 가운데 개집 같은건 새집이다.



당연히 새도 있다.

동물원에서나 보던 걸 동네 한복판에서 보니까 참 신기..



공원을 빠져나오면 이젠 강이 나온다. 

아까 그 공원 호수는 여기 물 끌어 쓰나보다.

와우 하는 사람들은 잘 알텐데 로그로뇨 외곽 공원에서 여기 오는 중간에 동산 같은 곳을 지나는데 흡사 티리스팔 숲 같은 느낌.

그리고 도시 빠져나오는데 대략 2km는 가깝게 걸은것 같다.




레이드 중간에 지루하면 이렇게 낚시도 한다.

낚시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석촌호수 만한 면적인데 여기서 낚시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그로뇨 완전히 빠져 나오는데 1시간 20분 걸렸다. 

여기보다 도시 완전히 빠져 나오는데 오래 걸린 곳은 끝까지 없지 않았나 싶다.

아까 지나온 호수와 로그로뇨가 보인다.



한참을 그냥 걷기만 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긴 보인다. 

눈에 보인다는건 두시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한다는 뜻이다. (더 걸릴지도 모름, 가다가 급x이 마렵다던지 물이 없다던지 등등 멘붕할 상황이 일어날수도 있음)



1시간 반쯤 왔는데 아까 보이던 마을이 안보인다.

이런 길을 걸을 때 느끼는 점인데 카미노 길은 남자가 훨씬 걷기 편하다.

그 이유인 즉슨 화장실 -_-. 남자야 뭐 앞 뒤 좌우 살피고 쏘면 끝나니까.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an de Acre)

오래전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터만 남아있다.


아까 보이던 마을 입구는 이 유적지 뒤에 저 호스텔이었다.

공장, 호스텔이 섞여있는 이 풍경이란. 

그리고 아무도 안갈것 같은 음식점이 있고 또 길이 있다.

시간은 이미 오후 1시 40분. 

잠시 쉬고 싶은데 이대로는 시에스타 시작이다. 아..앙대



576km. 숫자가 줄어드는게 체감이 안되면서 또 체감이 되는것 같기도 하고...

이 길로 쭉 걸어가면 나바레테(Navarette)가 나온다.



나바레테의 성모 승천 대성당. 

지금까지 지나왔던 카미노 길 위의 마을이나 도시의 성당은 예외 없이 사도 야고보에 관한 부조나 상, 연관있는 이름이었는데 처음으로 야고보와 연관이 없는 성당을 봤다.


어쩃든 나바레테 도착. 남들 다 낮잠자는 두시에 난 성당 앞 벤치에서 점심 먹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디카 배터리를 다 썼다.

충전을 안한 게으름 반, 저녁마다 술 먹고 놀기 바빠서 외면한 탓 반. 

근데 배터리 충전을 했어도 딱히 사진을 찍진 않았을것 같다.

3일 내내 중간에 휴식도 줄여가며 정말 타이트하게 90km 를 걸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방전 상태.




시에스타 끝나기 전 3시 40분에 나혜라 도착. 구시가지 지나오는데 살다살다 그렇게 좁은 인도는 처음 봤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인도만 있고 트럭이고 버스고 쌩쌩 달리는게 영...




나혜라 구시가지 끝나고 알베르게가 있는 곳 가기 직전의 다리.

여기서 바보짓을 했는데 그대로 직진해서 빙빙 돌았다.

나혜라 공립 알베르게는 저 다리 건너고 그대로 좌회전 하면 나오는 병영 같은 건물이다.

(실제로 병영으로 쓰이던 건물 개조한거라고 한다.)




옛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 나혜라. 

알베르게 카운터에 걸린 저 깃발은 나바라 왕국의 깃발이라고 한다.


오늘 알베르게는 사람이 많다.

생장에서 만났던 독일인 크리스를 오랜만에 만났다.

팜플로냐에서 보고 처음인데 얼굴이 상해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등에 지고 다니던 간이 텐트로 야외취침을 3일이나 했다고.... 


알베르게에서 저녁은 사람이 많을 수록 풍족해진다.

에릭 일행, 크리스,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한국 커플. 팜플로냐 부터 시작한 스페인 사람들. 

(그러나 먹는 건 항상 파스타, 와인, 맥주, 닭고기 스프)



알베르게 5유로(기부제)

식료퓸 6,80 유로

총 11.80 유로 사용.



Posted by 우중간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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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드리고 순례여행을 시작한지 딱 7번째 날이다.

7일 동안 160km를 걸어왔다.

어렸을때 성당에서 도보 성지순례를 갔을때는 3박4일 40km 걷는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

하루에 짧으면 20km 언저리, 길면 30km 가까이 걷고 있다.


어쨋든 오늘도 아침 일찍 출발. 오늘은 28km, 거의 30km를 걸어야 한다.


로스 아르고스를 나오면 묘지가 있다.

묘지 입구에 써진 비석에는 '당신은 나의 옛 모습, 나의 현재의 모습이 되리라' 라고 써 있다고 한다.

(에릭이 설명해줬는데 저렇게 알아듣는게 한계ㅠㅠ..)



숲길을 걷다보면 나오는 돌 무덤? 

누가 왜 저렇게 쌓아놓았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첫 번째 만난 마을 토레스 델 리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요일이 되면 어지간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스페인 북부(어지간한 카톨릭 국가는 다 그렇겠지만)는 가게 여는 곳이 없다.

사람들도 잘 안돌아다닌다.




이글레시아 데 산토 세폴크로(Iglesia santo de sepulcro)

여기 와서 성당 기사단 이야기 지겹게 듣고 있는데 그 성당 기사단과 예루살렘에도 있는 '홀리 세풀크' 라는 성당하고 관련이 있어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다른 이야기는 당연히 못알아들음..ㅠ)

거기도 지붕이 팔각형인데 팔각지붕이 성당기사단 상징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안에는 그리스도 수난상이 있었다. 13세기에 만든거라고...




20km 를 더 가야 한다고....음... 그래도 숲길이라 걸을만 했다.

다만 3km 뒤에 골짜기(...)가 나와서 고생을 생각보다 많이 했다.




골짜기를 넘어가면....



골짜기가 하나 더 나온다.

1 + 1 골짜기 걷기 행사.




근성으로 골짜기 두개 넘고 11시 쯤에 20km 지점에 있는 '비아나' 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에 붙어있는 저 그림의 주인공은 '체사레 보르자'

흑태자 사후 제국을 쥐고 흔들고 번스타인 가문을.... 마키아 밸리의 '군주론' 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형태라고 묘사하는 그 체사레 보르자라고 한다. 

'마키아 밸리즘' 같은 강한 군주론의 롤 모델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각종 미술 및 성당, 교회에서 묘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 모델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그렇게 그린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체사레의 측근이였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7년전 교양 수업 + 드문드문 겨우 알아듣는 영어)

체사레 보르자는 교황 알렉산더 6세 사망 후 스페인으로 추방당해서 국경 방어를 하다가 여기서 죽었다고 한다. 서풍에서는 시라노가....





그래서 비아나 성당 옆에는 체사레 보르자의 묘가 이렇게 떡 하니 존재한다.

이탈리아 사람이 먼 스페인까지 와서 죽은 이유는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사생아였기 때문에 다음 교황 때 추방된 것.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세계사 및 중세 기독교사를 찾아 보는걸 추천)




비아나를 나가려고 하니 시간은 11시 40분이 넘었다.

10km 남았으니까 점심 먹고 다시 출발. 고속도로 옆으로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걷다보니 나바라(Navara) 주가 끝나고 라 리오하(La Rioja) 주가 시작된다는 간판이 나온다.

스페인은 나바라, 라 리오하, 레온, 갈라시아 등등 고대 왕국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 지방을 지배하던 고대 왕국 이름이 주 이름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른 큰 지방에 지하면 작은 주 지만 이 동네는 최고급 와인 산지라고 한다.  



그리고 땡볕과 약 30km의 압박으로 지친 상태로 걸어서 로그로뇨 도착 할때까지 사진 그런거 없다.

물 다 떨어지고 먹을거 다 떨어져서 아무 생각도 없이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있으니까 참 좋더라.

그렇게 8km 쯤 걷다 보니 도착. 도시 규모가 제법 크다.




다른건 다 제쳐두고 배가 많이 고프니 얼른 뭔가 사먹을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마을이 아니라 도시 규모니까 일요일에도 마트 다 열었겠지. 



는 착각 of 착각. 





알베르게 바로 앞에 붙어있던 라 리오하 지방의 순례길 그림.



바닥에는 이렇게 갈 길, 조가비,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친절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 도시에서 왜 마트는 안열었니.




어떻게든 뭐라도 사 먹으려고 내가 가는 이 길이 마트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일요일이라고 다 쉰다고 셔터 내렸다. 


아...망했어요...




동네 3분의 2쯤 돌고 배고파서 돌기 직전에 나타난 광장..

어디선가 들리는 사람들 소리와 음악소리. 


 

가게, 마트는 다 닫는데 열려있는 시장. 

일요일에만 여는 시장이라고 하는데 시장이 있으니 뭔가 음식을 팔거라는 생각을 했으나..




음식을 팔거라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

공사 중, 일요일에 닫음. 그냥 Close. 아........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서 알베르게 로비에 널부려져 있는데 이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났다.

알베르게 오스피딸로에게 조그만 슈퍼도 없냐고 물어보니까 바로 앞에 슈퍼가 저녁미사 한시간 전부터 4시간 정도 영업을 한다고 알려준다.


왜 그걸 이제야 알려주세요?..... 




슈퍼엔 정말 물건이 없다.

겨우 오늘 저녁하고 내일 아침 정말 가볍게 먹을 정도만 겨우 사다 놓고 미사 드리러 성당으로.

우리나라는 동마다 하나의 성당만 있지만 스페인은 도시 규모에 따라 두개, 4개까지도 있다.

이 동네는 3개가 있는데 이 성당의 이름은 '산타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 사도 야고보, 즉 산티아고에 봉헌 된 성당이라 산티아고 대성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제대 뒤에는 예수님을 만난 순간부터 사도 야보고의 일생이 부조로 장식되어있다.


미사 끝나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가자 에릭 일행이 돌아와 있었다.

난 몰랐는데 이 동네는 타파스(Tapas)가 유명하다고 사왔더라.

어차피 마트 다 닫고 식료품 떨어져 있는건 피차 일반이라 가지고 있는거 꺼내서 다 같이 나눠 먹었다.

어지간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일요일에는 음식 대비를 하고 다녀야겠다.

(생각해보니 게임할때도 인벤토리에 음식은 항상 있더라.. 하다못해 포션이라도...ㅠㅠ)



알베르게 7유로.

식료품 6.10 유로

13.10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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